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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론교실 ‘역사와 스토리텔링 - 김수근 건축의 또 다른 얼굴’

seminar 김지아 기자 2023.09.11


​​「SPACE(공간)」 2023년 9월호 (통권 670호) 

 

지난 7월 31일, 한국건축역사학회가 건축의 정의, 창작, 역사, 비평과 관련된 지식을 교류하고 새롭게 사유하기 위해 기획한 건축이론교실의 아홉 번째 강좌가 열렸다. 이번 강의에서 강연자 백진(서울대학교 교수)은 ‘역사와 스토리텔링 - 김수근 건축의 또 다른 얼굴’을 주제로 김수근의 초기작인 국립부여박물관(1967)과 공간사옥(1971)을 기존 연구들과 다른 관점에서 읽어내며 그의 건축을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있음을 논했다. 본론을 전개하기에 앞서 강연자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두 가지다. 첫째, 외관의 형태로 외색 시비가 있는 국립부여박물관을 둘러싼 일련의 논의에 형태와 공간 사이의 대비 구도를 넘어선, 반세기가 넘도록 존재해온 건축물의 실천을 들여다보려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 김수근의 역작으로 꼽히는 공간사옥이 당대의 선구적 건축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작가 중심적인 관점에서 읽혀온 탓에 그러한 맥락의 바깥에서 들여다볼 기회가 적었다는 점이다. 먼저, 그는 ‘표상과 평면’이라는 소제목으로 왜색 논쟁의 표적이 된 국립부여박물관의 형태를 조명했다. 박물관의 정문과 지붕의 모양이 일본 신사 건축의 양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논쟁의 골자인데, 그는 윤승중(원도시건축 명예회장)의 말을 빌려 박공면은 진입부가 아닌 출구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양식과 평면 사이의 관계를 짚어냈다. 양식에 종속한 채 평면을 읽어냈기에, 표리부동의 건물임에도 표리일체의 논리로 건축물을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반세기 동안 한결같은 외관을 유지한 채 내부적으로는 문화적, 정치적, 도시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온 국립부여박물관이 정중동의 상태로 변화를 지속하는 건축물인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건축물의 수용력은 곧 생명력과도 결부되어 시간의 흐름을 버텨낼 수 있는 건축적 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백진은 이러한 논지를 토대로 국립부여박물관을 둘러싼 표상성의 문제를 다른 차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승자와 패자, 약자와 강자, 정의와 비정의의 이분법적 논리를 넘어 우리가 누구인지를 자각하게 하는 ‘터’로서의 건축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후 공간사옥을 논함에 있어서는 한국 전통과의 관계 속에서 읽어내기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건축 담론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어온 차이의 연합, 혼종성의 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했다. 1971년 당시 공간사옥의 초기 계획안을 살펴보면 스킵플로어를 도입해 일관된 논리로 공간을 구성하지만, 1977년 변경된 계획안에서는 1층부터 3층까지는 스킵플로어로 연결하고 그 위로는 원형 계단을 두어 논리의 전환을 꾀했다. 또한 지하 2층에 자리한 공간소극장은 처음에는 회의실로 계획된 공간이었으나 이후 토지의 지질 등 환경적 조건이 층고 확보를 가능케 해 한국 근현대 문화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공간사옥은 다양한 질적 스케일과 비례의 차이를 지닌 공간 언어들이 조합되는 과정에서 수용력 있는 건물로 거듭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백진은 이번 강연에서 김수근의 논쟁적인 두 작품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오늘날 김수근 건축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했다. (김지아 기자)

 

국립부여박물관 전경 ⓒBaek Jin 

공간사옥 단면도 / Image courtesy of SPACE Gro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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