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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궤적을 따라: 〈여름 그늘, 휴거〉

exhibition 김지아 기자 2023.09.06


​​「SPACE(공간)」 2023년 9월호 (통권 670호) 

 

박길종(「SPACE(공간)」 652호 참고)은 길종상가, 박길종, 박가공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가상의 상가를 세워 가공소, 인력사무소, 관리사무소, 사진관 등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집기를 제작하거나 인력을 지원하는 일을 십여 년째 지속 중이다. 가공소에서의 그의 작업은 개인이나 단체를 넘어 기관과 기업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로 확장됐는데, 이는 길종상가의 여러 활동 가운데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시청각 랩에서 지난 8월 20일까지 진행된 〈여름 그늘, 휴거〉는 길종상가가 아닌 박길종의 이름으로 열린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박길종이 제작자이자 기획자이기 이전에 탁월한 동시대의 관찰자임을 알아차린 현시원(시청각 랩 대표)이 그의 시선을 지긋이 응시하고 탐구하도록 내버려둔 자리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교회로 사용되던 건물을 전시장으로 개조한 공간에 들어서면 박길종이 봄에서 여름을 지나는 동안 본 장면들이 펼쳐진다. 하수구 뚜껑 사이로 식물이 머리를 내민 모습을 재해석한 ‘여름 그늘’(2023)이 발밑에서 여름날의 산책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햇살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제작한 그늘 탑 ‘공든 탑이 무너지랴?’(2023)는 전시장 끄트머리에서 햇빛을 막는 도구를 가구이자 공간으로 치환한 엉뚱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곱씹게 한다. 오직 시청각 랩에 놓이기 위해 제작된 열다섯 점의 작품은 클라이언트의 의뢰라는 맥락에서 벗어나 박길종 개인의 관찰과 기술이 만나 빚어진 사물들이다. ‘전시 보행기’(2023)를 타고 전시장을 찬찬히 거닐다 보면 박길종이 그려온 궤적을 떠올리게 된다. 길종상가였다가 박길종이었다가 박가공이곤 하는 그의 세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지아 기자​)

 

〈여름 그늘, 휴거〉 전시 전경 / Image courtesy of AVP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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