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3월호 (통권 664호)
‘무제’(2001) 설치 전경 / ©Kim Kyoungtae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WE〉가 1월 31일 리움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탈리아의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자라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미술계에 뛰어든 카텔란은 제도권 안팎을 넘나드는 해학적 언어로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도발해왔다. 미술 시장의 모순을 꼬집으며 세계적 논란의 중심이 된 바나나 ‘코미디언’(2019)을 포함, 1990년대의 자서전적 초기작부터 근 30년의 작업을 망라하는 조각, 설치 등 38점의 작품이 이번 전시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전시는 자못 느닷없이 시작된다. 로비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노숙자와 떼 지어 앉은 비둘기들, 지하철 플랫폼을 연상시키는 광고판이 모두 작품의 일부다. 마음을 가다듬고 전시장에 들어서지만 천장에 매달려 고개를 떨구고 있는 박제 말 ‘노베첸토’(1997)나 무릎 꿇은 히틀러를 묘사한 ‘그’(2001), 길게 늘어선 시체로 참사의 현장을 연상시키는 ‘모두’(2007)에 다시 숨이 멎는다. 한편 바닥을 뚫고 나와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사람 ‘무제’(2001)와 세발자전거를 타고 전시장을 종횡무진하는 ‘찰리’(2003)의 엉뚱함은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 통념에 억압되어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미술계의 침입자이자 악동을 자처하는 카텔란은 직관적인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로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건져 올리고 치열한 고민을 유발하는가 하면 기성 미술계 등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방 안의 코끼리’(‘사랑이 두렵지 않다’, 2000)는 모두가 빤히 알고 있지만 아무도 논하지 않는 문제를 뜻한다. 카텔란은 전시장 안에 당당히 코끼리를 가져다놓았다. 누구는 이를 함구할 것이나 누군가는 거기에 코끼리가 있다고, 그곳에서 삶과 죽음, 권위와 억압, 나와 가족, 혹은 ‘우리’를 보았다고 말할 것이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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