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2023년 1월호 (통권 662호)
전시마당 전경 / Image courtesy of MMC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 리얼리즘 미술과 민중미술의 주요 작가 임옥상의 40여 년을 돌아보는 전시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을 2022년 10월 21일부터 개최 중이다. 전시는 세 점의 대규모 설치 신작을 포함한 총 40여 점의 작품과 작가가 매일 그리고 적은 수권의 노트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여기’, ‘일어서는’, ‘땅’이 각각의 주제로 6전시실과 7전시실, 그리고 전시마당을 채웠다. 7전시실의 ‘여기’는 임옥상의 제1회 개인전 〈한바람〉(1981)을 소환한다. 사회문제에 깊이 천착했던 작가는 물, 불, 흙, 나무 등의 자연을 소재로 현실을 증언하곤 했다. 작품은 관객이 사이사이를 거닐며 관람하도록 계획됐다. ‘웅덩이’(1976), ‘보리밭’(1983) 등의 회화에서 한지를 이용한 ‘정안수’(1997)를 지나 2010년대의 흙산수화에 다다르면, 그의 예술 세계가 흙에서 시작해 흙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6전시실의 ‘일어서는’에는 작가의 대형 설치작들이 자리한다. ‘여기, 일어서는 땅’(2022)은 가로 12m, 세로 12m의 거대한 흙벽으로 임진강변 장단평야에서 떠낸 ‘진짜’ 흙으로 빚어낸 것이다. 농부의 발자국과 이름 모를 생물의 흔적, 볏단의 둥치를 그대로 간직한 흙은 그 질감과 색, 냄새를 생생히 전하며 잊고 지내온 땅과 생명의 존재를 일깨운다. 전시장을 나선 관객은 마지막으로 ‘검은 웅덩이’(2022)와 마주한다. 작가가 땅의 ‘숨구멍’이라고 칭하는 웅덩이가 검게 물든 이유는 무엇일까. 웅덩이를 바라보는 ‘대지-어머니’(1993)의 애처로운 눈빛이 대답을 구하고 있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윤예림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