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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공공장소를 위해: ‘빈-장소 투쟁: 도시에는 왜 빈 장소가 필요한가?’

seminar 한가람 기자 2022.11.01


「SPACE(공간)」2022년 11월호 (통권 660호) 

 

수원시에는 도심 내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금단의 땅이 있다. 바로 공군만이 사용하는 수원 비행장(제10전투 비행장)이다. 이 비행장은 보안과 노후화 문제로 이전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일었다. 만일 그 계획이 실행된다면 비워진 장소는 자본의 힘에 밀리지 않고 빈 장소로 남을 수 있을까? 도시에는 왜 빈 장소가 필요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심소미 큐레이터의 강연 ‘빈-장소 투쟁: 도시에는 왜 빈 장소가 필요한가?’에서 찾을 수 있었다.

9월 22일, 2022 수원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심소미는 개발 논리에 맞서 빈 장소를 지켜낸 유럽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중 첫 번째는 템플호프 공항이다. 공항은 1927년 베를린에 건설, 나치의 주도하에 증축이 시작되어 1941년에 마무리됐다. 군용으로도 사용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도심 공항으로 이용했다. 2008년에 운영에 차질이 생겨 폐쇄한 이후 개발계획은 반대 운동에 부딪혔다. 현재 이곳은 시민의 자율지대로 사용 중이다. 평시에 공원으로 쓰이다가 레이싱 경기, 박람회 같은 행사가 일시적으로 열린다. 공항 건물은 난민을 위한 임시 거처로 바뀌기도 했다. 이는 장소가 뚜렷한 용도를 지니는 대신 공공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기능하도록 비워둔 덕이다. 템플호프 공항과 수원 비행장은 도회지에 위치하고,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규모를 비교하면 수원 비행장은 약 525만m2 템플호프 공항은 약 380만m2이다. 면적상으로는 수원 비행장이 더 큰 공공장소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공공 개발이 외려 도시 공간을 사유화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심소미는 “한국은 국유지라 할지라도 민간자본을 통해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유재산으로서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TEP 메닐몽땅 사례는 공공 임대아파트, 재활용센터 등의 공공을 명분 삼은 개발을 철회하고 빈 땅으로 지켜낸 경우다. 이곳은 2019년부터 자발적 시민협의체가 체육 기반의 프로그램을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꾸려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장소가 됐다. 한편, 빈 건물이 새로운 사회 모델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파리14구의 레그랑 부아쟁(2015~2020)은 시민단체 오로르가 취약계층을 위해 조성한 복지시설이다.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실업자 채용, 대안 화폐처럼 복지에 대한 실험이 이뤄졌다. 심소미는 위와 같은 사례를 통해 “도시의 빈 장소는 카페에서 벗어나 신체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만남이 이뤄지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한가람 기자)

 

강연, ‘빈-장소 투쟁: 도시에는 왜 빈 장소가 필요한가?’ / Image courtesy of 2022 Suwon Public Art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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