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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펜타인 파빌리온: 안식과 예술을 담는 그릇 ‘블랙 채플’

exhibition 이화연 기자 2022.08.24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는 2000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영국에 설계한 이력이 없는 건축가를 초빙하여 실험적인 파빌리온을 전시해오고 있다. 올해는 도예가이자 예술가이며 건축가인 티아스터 게이츠의 블랙 채플이 지난 6월 서펜타인 갤러리 앞 켄싱턴 공원에 세워졌고 오는 10월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수식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게이츠는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도예가로서 그릇을 만들어 전시를 하기도 하고,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버려진 건물을 매입하여 그곳에서 청소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동시에 그의 모든 활동은 도예를 통해 세상을 만드는 법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담기 위한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일관성을 지닌다.

 

ⓒ서펜타인 갤러리

 

이번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블랙 채플은 도심 속 사색을 위한 성스러운 안식처이자 다양한 예술 활동을 위한 연회가 담길 그릇으로써 만들어졌다. 11m 높이에 이르는 원기둥 구조의 내부에는 채광이 드는 둥근 창이 나있어서 이곳에서의 빛은 오로지 이 창을 통해서만 투과된다. 둥근 창을 의미하는 단어 오큘러스(oculus)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파빌리온 내부는 곧 절대자의 시선과 만나는 신성한 공간으로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설계됐다. 천창을 통해 외부로 열린 공간은 시간에 따라 빛과 바람의 흐름이 공간 속에서 흐르고, 외부와 내부의 소리가 공명하여 다양한 감각이 자극된다.

15년간 도예가로서 흙을 빚고 가마에 굽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했던 게이츠는 영국의 스토크온 트렌트 벌집 가마와 미국 서부의 숯가마를 참고하기도 했다. 가마의 불 속성을 반영하듯 파빌리온의 자재는 검게 그을린 나무로 선택됐다. 이 벽면을 따라서는 토치로 가열하며 완성한 회화 작업 7점이 걸려있다. 이 작품은 지붕 수리공이었던 아버지를 향한 추모의 의미로, 지붕수리할 때 썼던 아버지의 기법을 참고하여 게이츠가 제작한 추상화이다. 작가가 직접 만든 타르 페인트가 사용되었으며, 마크 로스코의 로스코 채플처럼 회화와 공간의 결합으로 영혼의 안식처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그의 의도가 담겨 있다. 작품의 제목은 ‘Seven Songs for Black Chapel’, 소리의 그림이라는 공감각적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파빌리온의 입구에는 소리를 내는 장치도 별도로 설치됐다. 성 로렌스 대성당에서 가져온 종(bell)은 채플에서 진행되는 활동을 알리는 데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소리는 도시에서 공동체와 영적 교감이 이뤄지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건축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게이츠는 블랙 채플에서 다양한 영역의 예술 활동이 이뤄지며 감상자에게 몰입의 경험이 전달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서펜타인 갤러리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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