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주, '휴먼가르텐', 2021 / Image courtesy of MMCA Residency Changdong
이동도 교류도 제한된 감염병 시대에 여행은 어떻게 가능할까? 8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에서 열린 전시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전시의 타이틀은 참여작가 중 한 명인 정소영의 2013년 개인전 제목에서 따왔다. 수많은 층위가 끊임없이 지어지고 사라지는 도시 공간의 수직적 변화를 지질학적으로 접근하여 ‘가만히 있어도 여행할 수 있다’는 의도였다. 8년이 지나 다시금 소환된 제목은 팬데믹이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대안을 찾는 시발점이 되었다.
정소영의 ‘이미륵의 거울’은 일제식민지기에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넘어간 이미륵의 저서 『압록강은 흐른다』(1946)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2019년 신의주와 단둥 사이 압록강을 찾아 이미륵이 마주했을 풍경을 바라보며 두 사람 사이의 시공간을 강물의 흐름이 투영된 유리와 거울로 치환한다. 조영주는 돌봄 노동의 현장을 재해석한 ‘휴먼가르텐’을 선보였다. 충격을 흡수하는 소재로 제작된 설치물들은 가정, 어린이집, 요양원 등에서 행해지는 돌봄 행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무대다. 전시장 곳곳에는 조명 형태의 적외선 치료기를 설치해 쉬거나 돌보는 행위를 체험하도록 했다. 생물연구가이자 예술가로 활동 중인 이소요는 ‘서울에 풀려나다’를 통해 억새에 기생하는 식물인 야고와 도시의 콘크리트와 시멘트 틈에서도 살아남은 참오동나무를 소개했다. 생존을 위해 나름의 생태를 구축한 도시 생물들을 채집하고 표본화해 아카이브한 과정은 작업의 밀도과 관찰의 깊이를 보여준다. 역사적 시공간을 바라보는 상상력, 일상적 돌봄 행위에 대한 재인식, 타자화된 자연의 해방을 모색하는 이번 전시는 여행할 수 없는 시대의 ‘대안’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여러 갈래의 길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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