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춘만, ‘IK200300-온산공단’, 2020 ⓒ조춘만 / 자료제공 CHAPTER Ⅱ
조춘만은 20대에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취미로 접한 사진에 매료되어 40대의 나이에 경일대학교 사진학과에 진학했다. ‘울산 공단 용접사 출신의 사진가’. 이 한 줄의 이력은 공업단지와 산업단지 풍경을 촬영해온 그의 사진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현장 노동자로 체감했던 현실감에서 벗어나 관조적 거리를 유지한다. 가까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거대한 산업 현장의 밀도와 조형성을 새롭게 조망하는 그의 사진에 대해 기계비평가 이영준은 엄정함을 지닌 ‘산업미’라고 평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0여 년간 그는 산업, 근대화, 역사, 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단체전에 소환되었다. 동시에 ‘산업’이라는 피사체 중심의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의 작업에 산업 말고 다른 수식을, 다른 해석의 여지를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 7월 24일까지 챕터2에서 열렸던 조춘만의 개인전은 이 질문의 연장선상에 있다. 먼저 직전까지 13번의 개인전 제목에서 11번 연속 등장했던 단어 ‘산업(industry)’이 보이지 않는다. 미공개 작업과 기존 작업을 한데 모은 전시의 타이틀은 ‘피안(彼岸)’. 이에 대해 이영준은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촬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살아온 이들은 볼 수 없는 세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에 함몰되어서는 볼 수 없는 미학적 풍경은 현실에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유토피아로 치환되었다. 100여 년 전 원기둥 형태의 사일로(곡물창고)를 보고 아름답다고 했던 르 코르뷔지에와 오버랩된다. 노동과 예술, 산업미와 현실감 사이에서 ‘발견된’ 유토피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답을 찾기에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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