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도심 곳곳에 한양도성이 남아 있다. 평균 높이 약 5~8m, 전체 길이 약 18.6km에 이르는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전 세계 도성 중 가장 오랜 시간인 514년(1396~1910) 동안 도성으로서 기능을 수행했다. 이러한 한양도성을 따라 걷다 보면 글자나 기호가 새겨진 돌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을 ‘각자성석(刻字城石)’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조선의 성벽 축조의 역사가 담겨 있다. 각자성석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각자성석: 돌에 새긴 축성의 기록>이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양도성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크게 두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섹션 ‘돌에 새긴 글자’에서는 한양도성에서 발견되는 각자성석의 특징을 소개한다. 각자성석에 표기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공사 구역, 축성 공사에 동원된 백성의 출신 지역, 공사 감역관의 이름이다. 오늘날의 공사실명제와 흡사하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주로 공사 구간의 명칭이나 구체적인 거리를 표기하다가 담당 군영, 축성 일자, 석수의 이름 등을 함께 기록하는 것으로 발전했고, 광해군 이후에는 감역관과 석수의 이름이 동시에 새겨졌다. 두 번째 섹션 ‘축성의 기록’에서는 한양도성 건설관리의 변화 과정, 성벽 공사에 참여한 실존 인물들의 흔적을 살펴본다. 전시는 각자성석에 이름이 기록된 석수 중 ‘용성휘’를 예로 들며, 『화성성역의궤』와 『승정원일기』에도 남아 있는 그의 문헌 기록을 함께 소개한다. 한양도성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옛 선조들의 흔적을 통해 한양도성의 역사적 가치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전시장 모습 ⓒ최은화
낙산 성벽의 ‘좌룡정(左龍亭)’이 새겨진 각자성석 / 자료제공 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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