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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다시, 낯설게 보기

exhibition2020.06.02


 

처마를 받치던 공포결구체가 지면에 내려와 있다. 빛 바랜 단청과 풍상에 마모되고 갈라진 흔적들, 거친 나뭇결, 제공과 첨자가 이루는 단단한 결구에 시선이 머문다. 한국건축사 수업 시간에 슬라이드로 보던 대상이 눈 앞에서 존재감을 내보인다. 공포결구체가 자리했던 곳은 보물 제915호 보은 법주사의 대웅보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었을까?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몇 초와 터치만으로는 대상의 세부까지 들여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모두의 건축 소장품〉은 이처럼 ‘건축’과 각별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건축을 수집하는 여덟 곳의 기관과 40여팀의 건축가들로부터 총 150여점의 자료를 받아 선보이는데, 전통 건축물에서 나온 부재부터 도면, 스케치, 모형, 제도용 도구, 외장재 패널 등 건축과 관련한 부산물을 망라한다. 건축 분야에 종사하는 관람객들이라면 ‘뭐 이런 것들까지 다 전시할까?’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주최 측의 취지는 "동시대 수집의 범위와 행위를 성찰하고 미래의 소장품 형식을 탐색"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먼저 1층 '전통 건축, 사물의 편린'은 건축이 해체와 재구성 과정에서 수집된다는 속성에 주목한 섹션이다. 여러 전통 건축물과 남서울미술관(구 벨기에영사관)의 부재가 병치돼 동양과 서양의 건축 특성을 비교하게끔 했다. 추녀마루 끝 부분에 놓이는 잡상, 구조를 이루던 결구체 등 숭례문의 해체수리(1961년), 화재 수습(2008년), 복구(2013년) 과정에서 나온 단편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숭례문은 ‘국보 제1호’라는 상징적 이미지가 아닌 흔적을 지닌 실체로서 다가온다.

2층 ‘건축 현장, 창작의 흐름’은 “건축을 이해하는 것은 창작된 공간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그 이면에 창작 과정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임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 전시실을 ‘설계실’부터 ‘건축가의 방’, ‘견본실’, ‘모형실’ 등 일종의 설계 사무소로 재구성하고, 설계의 각 단계에서 사용되는 도구들과 제작되는 이미지들을 진열해 놓았다. '설계실'에 놓인 삼일빌딩의 철제 커튼월과 때묻은 머릿돌은 설계 작업의 현장성을 환기시키고, ‘모형실’에 보관된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수많은 스터디 모형들은 창작의 수고스러움을 말하는 듯했다. 이처럼 건축가 개인의 기록, 폐기되었을 부산물들이 미술관이라는 공적 무대에 올라 저마다 무언가를 발언한다. 아카이브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전시이기에, 이 발언들은 정연한 메시지로 수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획자들의 말처럼 ‘건축의 새로운 역할’을 상상하기 위한 아카이브의 필요성만큼은 충분히 전달되는 것 같았다. 건축을 다른 위치에서 낯설게 보려는 이 시도는 8월 2일까지. <이성제 기자>

 

 

<모두의 건축 소장품> 전시 전경 / Images courtesy of Seoul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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