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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브랜드 경험을 구현하는 카페: 블루보틀 커피와 나가사카 조

윤예림 기자
사진
오타 다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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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5월호 (통권 666호)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

현상 2. 지역과 사람을 잇는

현상 3. 경험을 직조하는

 

경험경제, 경험소비, 경험설계, 경험마케팅…. 온갖 단어에 경험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는 시대에, 카페는 커피의 맛 이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더 새롭고, 특별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경험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바다를 건너지는 못해도 카페에 갈 시간은 있는 현대인과 셀 수 없이 많은 카페가 공존하는 도시라면 그 요구는 더욱 선명해진다. 여기서 건축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가사카 조(스키마타 아키텍츠 대표)는 세계 여러 도시로 영역을 확장 중인 대형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커피의 조력자로 브랜드의 공간 경험을 주조하고 있다. 또한 더퍼스트펭귄, 패브리커, 씨오엠과 넨도는 건축뿐 아니라 기획, 브랜딩, 가구, 예술 등 저마다의 도구로 도시 속에 고유한 카페 경험을 빚어내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현상 3에서는 도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도생하고 있는 카페의 이야기를 건축가의 작업에 한정 짓지 않고 살펴본다.

 

블루보틀 커피 교토점  

 

브랜드 경험을 구현하는 카페: 블루보틀 커피와 나가사카 조


여행을 가듯, 쇼핑을 하듯,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들이 친구와 주말에 만나 “밥 먹고 카페 가자”고 약속한다면 그 동네 분위기 좋은 카페를 검색할 것이고, 거기엔 스타벅스나 커피빈이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을 확률이 높다. 어디서나 균일한 맛과 보장된 편리함으로 존재하는 대신, 그 이상의 경험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일 테다. 그렇다면 2019년 국내시장에 등장한 또 하나의 대형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커피는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한국, 중국 내 블루보틀 커피의 스무 지점 이상을 설계한 건축가 나가사카 조(스키마타 아키텍츠 대표)의 작업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보자.

 

블루보틀 커피와 공간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설립된 블루보틀 커피(이하 블루보틀)는 느리더라도 신선한 원두로 공들여 내린 커피를 대접하는 방식과 지역과의 연결을 추구하며 독자적인 커피 문화를 형성했다. 미국과 일본을 주무대로 저변을 넓혀가던 블루보틀은 이제 서울, 홍콩, 상하이 등의 도시에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타벅스가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같은 분위기와 퀄리티의 공간을 제공한다면, 블루보틀은 브랜드 고유의 미감에 지역의 색을 더한 카페 공간을 내세운다. 이들이 새로운 지역에 매장을 열 때마다 열렬한 관심을 얻는 이유 중 하나다. 블루보틀이 성수동에 한국에서의 첫 카페를 오픈했던 2019년 5월, 오픈 당일 이른 새벽부터 건물을 빽빽하게 에워싼 사람들의 긴 대기줄에서 우리는 그 관심의 크기를 확인했다. 한국의 블루보틀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마음에는 블루보틀의 커피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블루보틀은 대다수의 지점에서 건축가나 디자이너와 긴밀하게 협업하는데, 그 주역 가운데 하나가 일본 건축가 나가사카 조다. 그는 블루보틀이 일본에 낸 첫 지점인 기요스미 시라카와점(2015, 2019)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일본 내 블루보틀의 거의 모든 매장과 한국의 성수점(2019)과 삼청점(2019), 그리고 중국의 일부 지점까지 설계를 도맡았다. 그는 블루보틀의 브랜드 정체성을 공간에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

 

환대와 소통의 눈높이

블루보틀의 핵심적인 브랜드 키워드는 ‘환대’다. 블루보틀의 설립자 제임스 프리먼은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정신의 많은 부분을 일본의 커피 문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특별히 바리스타가 고객과 교감하며 원두의 선별, 추출, 감상의 전 과정에서 정성을 다해 내놓는 커피 문화 ‘킷사텐(kissaten)’은 블루보틀의 매장 운영 방식에 모티프가 됐다. 커피를 하나의 상품이 아닌, 카페에서 경험하는 감정의 총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나가사카는 환대의 마음에서 평등과 소통을 읽어냈다. 우선 “원두와 바리스타, 고객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공간을 블루보틀의 정체성”으로 보고, 모든 매장에서 세 주체의 시선을 같은 위치에 두기 위해 바닥면의 높이를 조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커피 바 내부 공간은 종종 배수 등의 기능으로 인해 바닥에 단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바리스타와 고객의 눈높이에 차이가 생기므로 바닥을 재공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일례로 100년이 넘은 일본 전통 가옥 마치야(machiya)를 개조한 교토점(2018)에서는 50cm가량 올라와 있던 전통 형식의 바닥을 허물고 외부 바닥과 평평한 바닥면을 새로 형성했다. 내외부 바닥은 재료를 달리해 구분했는데, 내부 바닥재에 외부 자갈과 같은 재료로 제작된 테라조를 사용해 시각적인 연속성을 의도했다. 바닥은 카페 내부 곳곳에서 솟아올라 벤치나 테이블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때 모든 가구는 최대 높이를 허리선 이하로 맞춰 커피와 사람들 사이의 시각적, 물리적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한 것도 환대를 고려한 하나의 배려다. 한편 그는 시선이 교차하며 생겨나는 시각적 소통도 중요한 환대의 언어로 여겼다. 이를테면 2층 이상 규모의 매장을 설계할 때는 슬래브의 일부를 철거해 덜어내거나 유리를 삽입하는 식으로 위층과 아래층을 시각적으로 연결해 직원은 고객이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관찰하고, 고객은 직원이 커피를 내리거나 커핑(커피 맛을 감별하는 일)을 하고 로스팅하는 등의 행위를 가감 없이 엿볼 수 있도록 했다. 플래그십 카페인 기요스미 시라카와점은 물론 교토점과 성수점, 나카메구로점(2016) 등의 여러 지점에서 이를 느낄 수 있는데, 나가사카는 이를 공간 내 어디에 있더라도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보고, 또 보이는” 긍정적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블루보틀 커피 기요스미 시라카와점 

블루보틀 커피 나카메구로점 ​


지역이 드러나는 공간

제임스 프리먼이 강조하는 블루보틀의 또 다른 키워드는 ‘비움’이다. 블루보틀의 공간은 그 본질인 커피의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 잠잠한 배경으로 존재해야 한다. 와이파이와 콘센트도 커피에 온전히 집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구비하지 않는 것이 블루보틀의 운영 정책이다. 이에 따라 나가사카는 컬러와 패턴, 간판과 배너, 오브제로 공간의 여백을 채우는 대신 있는 그대로 두는 쪽을 택한다. 그렇다 보니 카페가 완성된 뒤에도 세월의 흔적과 이야기가 자연스레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창고를 개조한 기요스미 시라카와점, 공장을 개조한 나카메구로점, 진료소를 개조한 산겐자야점(2017)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블루보틀이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지역과의 조화, 그리고 지역민의 추억을 지키고자 하는 태도와 맞물린다. 최소한의 건축적 개입으로 기존의 흔적을 그대로 내비치는 투명한 공간은 지역민에게 신뢰를 얻고, 외부인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한 세기 넘게 대대로 자전거 가게가 자리하던 2층짜리 마치야. 그 안에 들어선 교토 롯카쿠점(2019)에는 전통적인 격자 창문과 미닫이문, 삼나무로 만든 난간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변함없이 운영 중인 자전거 가게가 유리 파티션을 경계로 1층 일부를 점유하며 공생하고 있다. “눈에 띄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며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으려 한다는 나가사카는, 교토 롯카쿠점이 동네의 작은 카페로 인식되도록 블루보틀의 색상 팔레트 대신 주변에서 따온 어두운 갈색을 기본 색상으로 구성했다.

 

 

블루보틀 커피 교토 롯카쿠점 

 

건축가가 부여한 개별성

나가사카는 지점마다 “지역의 분위기와 기존 건축물의 맥락에 따라 재료를 고려하고 제안”한다. 그가 블루보틀의 일관된 디자인 색깔을 지키면서 살그머니 변주를 주는 요소 중 하나는 재료다. 가령 홍콩의 어두운 이면도로에 위치한 홍콩 센트럴점(2020)에는 튀어나온 간판들과 아파트 발코니에 걸려 있는 빨래들로 도로가 늘 축축하고 더러워지는 것을 고려해 물로 쉽게 닦이고 잘 마르는 타일을 주재료로 선택했고, 기존의 아파트와 어울리는 콘크리트 색상의 타일을 직접 제작했다. 나아가, 그는 뉴우먼 요코하마점(2020)에서처럼 필요에 따라 새로운 공간 콘셉트를 제안하기도 한다. 뉴우먼 요코하마점은 버스 정류장 앞의 아주 작은 면적의 테이크아웃 전문 지점이다. 좁고 기다란 매장 입지에, 작은 스탠딩 좌석 하나도 놓기 힘들어 보이는 곳이지만 나가사카는 커다란 폴딩도어를 사용해 아늑한 임시 공간을 형성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한편 바리스타의 카운터 아래 수납함을 바깥 방향으로도 꺼낼 수 있게 했는데, 이 또한 고객이 잠시 동안 앉거나 서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임시 공간으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블루보틀 커피 뉴우먼 요코하마점

 

현재 운영 중인 아홉 개의 국내 블루보틀 지점은 성수, 삼청, 역삼, 압구정, 한남, 여의도, 광화문, 제주, 명동까지 굵직한 상권이나 관광지에 입지해 있다. 4년 전 블루보틀이 성수동과 삼청동에서 일으킨 돌풍은 강렬했지만, 현재까지 입지한 지역과 그 행로를 돌아본다면 미국과 일본의 카페에서 느껴지는 블루보틀의 감수성과는 다소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앞서 언급한 교토 롯카쿠점, 뉴우먼 요코하마점처럼 일본의 동네 구석구석에서 지역성과 개별성을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카페들과 달리 국내 지점에서는 지역을 표면적으로 반영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표하는 국내 팬이 적지 않다. 도처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주인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동네 카페. 블루보틀이 꾸려야 할 자리는 그 중간 지대의 어디쯤과 어울린다. 하지만 이 지대에는 테라로사 커피나 빈브라더스, 앤트러사이트처럼 두터운 고객층을 보유한 국내 커피 브랜드도 나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스타벅스도 시장 한복판의 방치된 극장을 개조하거나 역사 깊은 고택에 입점하는 등 지역에 주목한 공간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루보틀이 그 가운데에서 영역을 공고히 하고 단단히 뿌리내리려면, 뾰족한 차별점을 갖춘 한국의 모델로서 재도약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 윤예림 기자)

 

월간 「SPACE(공간)」 666호(2023년 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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