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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액티비즘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2023년 1월호 (통권 662호)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액티비즘 

 

SNS 계정 한두 개쯤은 가지고 실시간으로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시대. 이는 “인류가 삶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아카이브의 토대, 즉 기억 문화가 고착된 물리적 공간에서 유동하는 가상 공간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1 디지털이 선사한 실시간이란 시간성은 오히려 오래된 공간에 집착하는 요즘 트렌드를 설명하는 단서가 아닐까. 문화 전방위적으로 꽤 오래 지속되고 있는 레트로 열기. 보존, 복원, 재생, 리모델링 등은 공공과 민간 프로젝트를 가리지 않고 여러 건축 작업에서 주요 키워드가 되었다. 다양한 사이트와 실무의 갈래를 뭉뚱그려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이제 오래됐다는 것만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단계를 지나, 우리 도시의 풍경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이 현상을 해석하고 방향을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SPACE(공간)」 2023년 1월호는, 버려진 혹은 숨겨진 기반시설을 공공의 문화적 장소로 재생하는 작업에 개입해온 최춘웅(서울대학교 교수)의 시도에 주목한다. 농담처럼 본인을 배수로 전문가라 칭하는 최춘웅은 그간 배수펌프장, 배수장, 배수로 등 물과 관련된 도시 기반시설을 공공건축 또는 공공미술, 그도 아니면 토목사업의 일환으로 개입해왔다.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업을 전제로 한 그의 작업 방식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의 과정을 연상케 한다. 이번 호 특집 ‘공공, 기억, 장소:버려진 공간을 소환할 때’는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 김장언(아트선재센터 관장)을대화의 자리로 초청해 시간과 공간, 건축에 얽혀 있는 불확정적 의미를 포착해보고자 했다.

 

노량진 지하배수로, 마곡문화관, 소행성 G. 이번 대화의 소재로 등장하는 작업들은 집객력으로 그 성취를 평가받는 공공 공간을 지향하지 않으며, 공공의 참여로 성립하는 공공미술작업도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기대를 모두 비껴간다. 심지어 건축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건축가의 자리 역시 분별해내기 쉽지 않다.

 

이번 특집 곳곳에서 발견되는 건축가 최춘웅의 태도는 가급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숨겨져 있다가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스케일의 기반시설을 두고 그는 “깨끗이 청소”하여 “공간 자체만 남도록 편집”하는 일을 자신의 작업으로 소개한다. “언뜻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방향을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액티비즘일 수도 있다.” 최춘웅은 “왜 공공 공간은 군중과 집단을 위한 모임 공간이어야 하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사유와 독백의 장소로서 공공 공간을 제시한다. 김광수는 사용성이나 내러티브를 동원하는 ‘장소 만들기’가 아니라 비장소적 감각이 불러일으키는 리미널한 느낌에서 최춘웅 작업의 새로움을 읽어낸다.

 

과거의 공간에 대한 욕망이 넘실대는 시대, 우리는 일견 건축가의 색채를 지워가는 듯한 최춘웅의 작업에서 오히려 공간의 의미를 재규정하는 비판적 건축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편집장 김정은

 

1. 정찬철, ‘볼프강 에른스트: 디지털 미디어는 어떻게 인간의 시간성과 기억 방식을 바꾸는가?’,『21세기 사상의 최전선: 전 지구적 공존을 위한 사유의 대전환』, 이성과감성,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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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2023년 1월호 (통권 662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26  PROJECT

만화경 ‐ 인리스튜디오

The Kaleidoscope ‒ Inrestudio

 

036  PROJECT

셰어형 레지던스 하나조노 ‐ T2P 아키텍츠 오피스

Shared Residence Hanazono ‒ T2P Architects Office

 

044  PROJECT

성문안 CC 클럽하우스 ‐ 레스건축_ 김영민

Seongmunan CC Club House ‒ Less Architects_ Kim Youngmin

 

056  PROJECT

이사부독도 기념관 ‐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Isabu Dokdo Museum ‒ Simplex Architecture

 

068  PROJECT

빛의 루 ‐ 김재경

Pavilion of Floating Lights ‒ Jae K. Kim

 

076  PROJECT

105 ‐ 에이라운드건축

105 ‒ a round architects

 

084  FEATURE

공공, 기억, 장소: 버려진 공간을 소환할 때

Public, Memory, and Place: When to Summon Abandoned Spaces

 

086  FEATURE: DIALOGUE

과거와의 대화: 도시 기반시설의 문화공간화_ 김광수 × 최춘웅 × 김정은

Dialogue with the Past: The Cultural Transformation of Urban Infrastructure_ Kim Kwangsoo × Choon Choi × Kim Jeoungeun

 

096  FEATURE: PROJECT

노량진 지하배수로: 공백의 사유_ 최춘웅

Noryangjin Sewage Walk: Thoughts on Emptiness_ Choon Choi

 

102  FEATURE: PROJECT

마곡문화관: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_ 최춘웅

Magok Cultural Center: Remembrance of Spaces Past_ Choon Choi

 

110  FEATURE: DIALOGUE

예술과 건축: 협업과 횡단을 위한 대화_ 김장언 × 최춘웅 × 김정은

Art and Architecture: Dialogue for Collaboration and Crossover_ Kim Jang Un × Choon Choi × Kim Jeoungeun

 

118  REPORT

보화각의 건축가가 박길룡이 아니라면? ‐ 「SPACE」라는 물증, 혹은 미스터리_ 김현섭

What If Park Kilyong Was Not the Architect of Bohwagak? ‒ SPACE as the Evidence or Mystery_ Hyon-Sob Kim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지구에 발을 디디는_ 최봉국 × 박지윤

Setting Foot on Earth_ Choi Bongkuk × Park Jiy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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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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