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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역할을 실험하는: 핑탄북하우스

사진
자오 사이(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컨디션_랩
진행
윤예림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2년 10월호 (통권 659호)

 

홍콩중문대학교 건축학과에 속한 연구집단 컨디션_랩은 고유한 가치와 생활을 잃어가는 농촌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보존과 회복의 방안을 연구한다이들이 중국의 소수민족 동족과 함께 몇 해에 걸쳐 개발한 건축 프로토타입 ‘북하우스는 마을의 정체성과 활력을 되찾기 위한 실험이자 실천으로가오부북하우스(2018), 핑탄북하우스(2021)로 실현됐다실험이 실천이 되기까지느리지만 끈기 있게 건축과 환경과 사람을 연결하는 컨디션_랩의 이야기를 세 명의 공동대표에게 들어본다.

 

 

건축가의 역할을 실험하는: 핑탄북하우스

 

인터뷰 피터 윈스톤 페레토, 밀리 람, 폴라 리우 컨디션_랩 공동대표 × 윤예림 기자

윤예림(): 컨디션_랩은 지역 문화유산 보존과 농촌 활력을 위한 건축 프로토타입을 연구하는 비영리 기업이면서 교육기관인 홍콩중문대학교 건축대학에 소속돼 있다. 팀의 기원이 궁금해진다.

피터 윈스톤 페레토(페레토): 현직 건축가이자 연구자,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길을 함께 걸어오며 느낀 점은 건축의 연구와 실무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컨디션_랩은 건축가도 연구를 할 수 있고 학자들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이를 실현할 건축의 새로운 실천 방식을 고안하면서, 홍콩중문대학교에서 건축을 가르치던 2017년 무렵 컨디션_랩을 설립했다. 대학 연구실의 박사 연구생이었던 람과 리우는 나의 제안으로 이 사업에 함께 뛰어들었다. 2020년에 공식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되면서 컨디션_랩은 교육기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이 됐다.

 

: ‘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팀의 정체성은 연구와 실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실험은 실제 프로젝트로 구현되기도 한다. 연구에서 실무로 이어지는 컨디션_랩의 활동 과정이 궁금하다.

페레토: 건축은 우리가 끊임없이 지식을 생산하는 도구가 되며 건축의 실무 현장은 연구 방식의 근간이 되어준다. 건축 교육과 설계, 연구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것이 우리 활동의 요지이다. 먼저 학부생과 석사생들은 설계 스튜디오와 워크숍을 통해 지역에 대해 공부한다. 그리고 홍콩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구성된 연구팀이 여러 설계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투입된다. 현장에서는 현지 프로젝트를 위한 잠재적 후원자를 모색하는 한편 지역 목공들과 소통하며 제작과 시공을 진행한다.

밀리 람(): 우리는 건축가이면서 건축주이고, 후원자이면서 후원을 받기도 하는 매우 유동적이고 혼합된 시스템으로 일한다.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목표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건물을 만드는 것이다.



: 컨디션_랩은 농촌 마을의 고질적 문제인 공동화현상을 해결하면서 마을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실마리로 가오부북하우스(2018), 머드라이브러리(2020, 미완공), 핑탄북하우스(2021) 등 도서관을 주제로 한 연구안을 여러 번 내놓았다. 도서관의 어떤 성격에 주목한 것인가?

페레토: 우리는 도서관에북하우스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북하우스의 유래는 2016북트리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소규모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북트리는 홍콩의 소외된 도시 공간에 파빌리온을 설치해 주민들이 책을 기부하고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 프로젝트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디자인된 북트리는 독서 공간이 꼭 조용하고 엄숙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어린이가 읽는 행위를 재미있는 놀이로 이해하도록 말이다.

: 북하우스를 구상할 때 우리는논다라는 개념을 문자 그대로 해석했다. 북하우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서관과 다르다. 각 북하우스는 초등학교의 옆 또는 근접한 곳에 위치하며, 어떤 면에서 보면 기생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는 집도 학교도 아닌 제3의 공간으로, 어린 아이들이 쉬고 꿈꾸고, 놀 수 있는 공간이다.

 

: 이번 인터뷰는 중국 소수민족인 동족이 사는 마을 핑탄에 실제로 구현된 프로젝트 핑탄북하우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동족과는, 핑탄에서 10km 떨어진 마을의 가오부북하우스 프로젝트로 인연을 맺었다. 가오부 마을 주민과 5년 가까이 협력해 세운 것이라 들었다. 동족과 컨디션_랩이 다져온 오랜 관계에 대해 듣고 싶다.

페레토: 중국 소수민족 마을과 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인과의 관계망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아주 사무적인 관계라 하더라도 말이다. 가오부와 핑탄의 북하우스는 광저우대학교 UAL스튜디오와 협업한 프로젝트인데, UAL스튜디오의 차이 링 교수가 바로 동족과의 관계를 터준 사람이다. 링은 동족 건축에 관심을 가진 건축사학자다. 2015년 링의 소개로 가오부에 처음 방문한 이후, 2016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50명이 넘는 학생들과 그곳에서 건축 워크숍을 가졌다. 처음에는 우리의 연구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마을주민들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구축해갔다. 그 과정에서 링은 우리가 동족 고유의 DNA를 놓치지 않게 도왔다. 건축 워크숍은 마을의 대표들과 친밀해지는 계기가 됐고 이는 가오부북하우스 프로젝트의 토대가 됐다.

 

가오부북하우스(2018) / ⓒArthur Wong


: 핑탄북하우스는 핑탄초등학교의 교장이 직접 의뢰했다. 건립 과정에는 초등학교 임원, 지역 목공, 마을 사람들이 긴밀히 참여했다전혀 다른 생활방식, 문화, 기후, 언어를 가진 지역민들과 교류하며 만들어나가는 프로젝트의 특징과 컨디션_랩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 달라.

페레토: 컨디션_랩의 프로젝트는 전체적으로 느리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무관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건축이나 형태 묘사에 치우친 디자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프로젝트마다 시작부터 끝까지 지역과의 소통을 책임지는 현장건축가를 반드시 두는데, 핑탄북하우스 프로젝트 때는 팬데믹으로 인해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주로 위챗(Wechat)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소통했고, 드물게나마 직접 방문하려 애썼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양방의 노력으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폴라 리우(리우): 가오부는 자치 농촌 마을 공동체의 유토피아를 대표하는 매우 흥미로운 동족 마을이다. 모든 전통 건물은 목재로 지어졌는데, 목재는 동족 사회에서 일종의 종교적 기능을 하며 목공 장인은 서구 문화의 성직자와 비슷한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목공과의 소통이 중요했다. 핑탄도 마찬가지다.

: 오랜 기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현지 목공들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 설계하는지를 익숙히 알고 있었고, 그런 점이 프로젝트의 진행에 큰 도움이 됐다. 목공들과의 소통은 우리가 설계할 때 제작한 1 25 비율의 건축 모형만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동족 목공들은 도면을 사용하지 않고 모형에서 모든 측량과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 콘크리트가 도입된 이후 전통적인 목조건축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핑탄 마을에서핑탄북하우스는 개구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지역에서 공수한 목재를 이용해 지어졌다.

리우: 동족 영토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콘크리트는 이들 문화의 최대 위협 요소 중 하나다. 가오부를 예로 들자면, 15년 전만 해도 이 마을에는 철근콘크리트 집이 거의 부재했고, 대부분의 집은 중국 현지에서 자라는 전나무로만 지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가오부에서는 온전히 목재로만 구성된 집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동족의 목재생태계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토착 풍경이 변화했고 강과 토지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으며, 목공들은 일을 잃었고 기술과 지식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 이런 맥락에서 핑탄북하우스를 통해 지역사회, 특히 어린이에게 목재가 여전히 가치 있고 현대적인 재료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동족의 토착 건축은 지켜지고 발전해나가야 하는 유산이다. 우리의 활동이 이 땅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 핑탄북하우스의 계단은 건물 전체를 잇는 동선 수단이자, 앉아서 책을 읽거나 함께 머무르는 공간이 된다건물의 중심이 되는 이러한 계단은 가오부북하우스를 비롯한 컨디션_랩의 프로젝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치다.

: 북하우스에서하우스는 기쁨과 재미의 장소를, ‘은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중나선 계단은 이러한 상상을 실현한다. 핑탄과 가오부북하우스 건물은 사실 계단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건물을 둘러싸는 두 개의 계단은 건물의 중심에 커다란 보이드를 형성하며 건물에 가벼운 느낌을 준다. 두 계단이 만나는 꼭대기에는 공용 공간을 마련해 오르고 내리는 길에 쉬어 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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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면의 창은 다양한 각도로 빛을 투영하거나 반사하며 마을에 특별한 경관을 자아낸다. 건물에 사용된 목재가 아닌 유일한 재료다. 유리 대신 폴리카보네이트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리우: 핑탄북하우스는 핑탄초등학교의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에 끼어 있다. 대지의 동측에는 논과 밭이,서측에는 초등학교의 운동장이 위치하는데, 핑탄북하우스가 이곳에서 동서를 잇는 광장이 되길 바랐다. 운동장과 논밭을 향해 열린 입면은 만화경을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조각조각 반사되는 빛은 입면에 움직임을 만들고 내부에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조명과 계단 난간 디자인에 특별히 품을 들여서 어두운 밤에는 건물이 마치 등불처럼 보이도록 했다. 하지만 5만 달러 정도의 시공 예산은 건물의 복잡한 구조와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비용이었고, 목재 외에 다른 재료를 더 사용하려면 아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우리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스테인리스스틸을 타오바오에서 직접 공수했고, 날것의 재료를 현지 목공들의 솜씨로 알맞게 절단해 사용했다.

 

: 북하우스가 농촌 마을과 어린이들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 어떤 프로토타입을 연구해나갈 계획인지 듣고 싶다.

페레토: 우리는 두 개의 북하우스가 어떻게 하면 열 개, 백 개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다. 중국의 많은 농촌 마을들이 변화의 물살에 고유성을 잃어가고 있다. 보존해 마땅한 아름다운 마을들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지금껏 많은 이론과 제안들이 있었지만, 그동안의 동족 연구와 방문에서 발견한 것은 어린이와 노인들만 거주하는 마을의 모습이었다. 대부분 농촌 마을의 공동화현상은 일할 나이가 된 사람들이 자녀를 조부모에게 떠맡기고 마을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면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마을에 남겨진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곧 마을에 희망을 불어넣는 일이라 생각했다. 북하우스는 아이들이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새로이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보금자리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피터 윈스톤 페레토
피터 윈스톤 페레토는 교육자, 저자, 현역 건축가이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학교에 부임했으며 2014년 홍콩중문대학교 건축학과에 합류해 부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밀리 람
밀리 람은 홍콩중문대학교 건축학과의 박사과정 학생이다. 피터 윈스톤 페레토와 컨디션_랩을 공동설립한 후 실무와 연구 양쪽 분야와 연관된 설계연구를 하고 있다.
폴라 리우
폴라 리우는 피터 윈스톤 페레토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박사과정 학생이다. 2018년 컨디션_랩에 합류하여 가오부북하우스와 핑탄북하우스 프로젝트에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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