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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읽는 네 가지 시선

17기 학생기자(반제연, 여고은, 이동렬, 이민형)
자료제공
정재은
진행
방유경 기자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읽는 네 가지 시선

 

‘고양이들의 아파트’​ 스틸 이미지

 

지난 3월 17일 개봉한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들의 아파트’(2022)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고양이들의 이주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둔촌주공아파트는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형성된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이외에도 많은 생명체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거대한 자본의 논리 앞에서 '둔촌주공아파트'라는 무대 위 고양이들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진 도시 생태계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어떠한가? ​다른 생명체에 대한 책임 의식 없이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도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던진 묵직한 질문을 따라 도시에 대해 생각해보자. 

 

#도시의 구성원: 보이지 않아도

“지금 너가 피할 수가 없으니까 때리는 거지? 싫으면 피할 텐데, 그치?”(영화 대사 중)

 

‘고양이들의 아파트’​ 스틸 이미지

 

“삶은 ‘공간 투쟁의 역사’다.” 정재은 감독은 말한다. 한 사람은 태어나 내 방을 가지고, 내 집을 가지고, 이사를 하고, 또 이들이 파괴되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 역사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위생이 문제가 되자 우리는 공간에서 낡은 것, 더러운 것, 불쾌한 것을 몰아냈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전선을 숲과 들로 넓혔고 자연과 투쟁하며 인간의 공간을 계속 확장해왔다. 쾌적한 교외 도시를 예찬했던 근대 도시론이 등장한 지도 한 세기가 지났다. 이제 근대 도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우리가 몰아냈던 동물과 식물의 존재가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바이러스도 대열에 합류하였다. 인간의 지구에서 소외되었던 존재들이 이제는 우리를 향한 공간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1979년 준공된 둔촌주공아파트 또한 근대 도시의 이상을 좇아 계획됐다. 143개동 5,930세대 규모의 둔촌주공아파트는 한 때 아시아 최대 단지를 자랑할 만큼 거대한 ‘도시 속 작은 도시’였다. 이는 당시 서울 변두리였던 강동구 둔촌동 일대가 ‘빈 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멸균 상태이던 이곳에도 시간이 흘렀고, 잎이 나고 풀이 자랐다. 민들레와 까치, 고양이가 낡아가는 아파트에 찾아왔다. 그들은 서서히 조화를 이뤘지만 우리는 이곳을 철거하고 새로운 것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모든 것을 지우는 편이 더 경제적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이로 인해 지워질 존재와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나아가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남성과 여성, 어른과 어린이, 비장애인과 장애인, 다람쥐와 비둘기, 개망초와 능소화… 이들에게 도시는 정말 같은 공간인가? 어디까지 도시 구성원의 범위에 혹은 도시 계획의 영역에 포함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인간이 예측하고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개인의 인식 차이, 시간과 비용 같은 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을까? 상대를 지우는 투쟁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며 공생할 수 있을까? (이동렬 학생기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도시의 지속: 고양이의 몸이 던지는 질문

“이 고양이는 내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가 고양이를 보살피는 것도 희생하는 게 아니에요. 사회에 대한 기여와 사람에 대한 사랑을 확대해나가는 거예요. ‘나는 사람이 싫고 동물은 좋다’ 이런 분은 동물보호하면 안 돼요. 내가 행복해서 하는 거지.” (영화 대사 중)

 

‘고양이들의 아파트’​ 스틸 이미지

 

어떤 공간이 살 만하려면, 그리고 그곳에서의 삶을 지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살 만한 곳을 만드는 일에는 물리적인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영화는 둔촌주공아파트 철거 현장에 남은 고양이들의 삶을 캣맘들이 “사랑을 확대하는 과정”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땅이 뒤집어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등 어떤 생명도 살지 못할 것 같은 위험한 공간 속에서 캣맘들은 돌봄을 이어간다.

정재은 감독의 전작 ‘아파트 생태계’(2017)는 훗날 ‘고양이들의 아파트’(2022)에 등장할 둔촌동 고양이들을 걱정하며 끝이 났다. 정재은이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한국 사회의 도시공간을 파괴하는 힘과 지속하게 하는 힘을 조명해왔음을 알 수 있다. ‘고양이들의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들의 몸은 이 두 축의 힘이 각축을 벌이는 공간으로 드러난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힘’의 서사보다 ‘고양이의 몸’과 캣맘이 맺는 서사를 집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도시를 지속하게 하는 힘을 강조한다. 이 힘은 고양이들이 단지 귀여움의 대상이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김포도, 이인규, 전진경을 비롯한 캣맘들이 길고양이들의 차이를 구분해 얼룩이, 점박이라고 이름 짓는 것은 그들의 몸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지속하게 한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황폐하게 변해가는 공사장 펜스를 사이에 두고 고양이와 캣맘들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고양이의 필요를 채워주는 캣맘들의 돌봄은 고양이들의 몸을 파괴되어가는 펜스 안에서 밖으로 불러낸다. 이처럼 살 만한 곳을 만드는 일에는 도시의 구성원과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살 만한 곳을 찾아 위험천만한 펜스를 넘나드는 고양이들의 사투는 도시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반제연 학생기자,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도시의 소멸: 도시의 생태계

“사람은 빠져나가고 있는데, 동물들은 계속 지금 머물고 있는 상태고…”(영화 대사 중)

 

 

‘고양이들의 아파트’​ 스틸 이미지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고양이를 통해 도시와 그곳에 살아가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영화 속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에서 둔촌동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 것처럼 구성원들은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지역의 구성원들간 관계를 형성해간다. 즉, 도시는 다양한 도시 구성원들이 삶의 터전을 개척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공간 투쟁의 역사’를 통해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그리고 구성원간 상호작용을 통해 도시는 서서히 하나의 생태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도시 생태계는 인간이 구축한 물리적 공간 속 자연의 생태계와 동일하게 인간, 고양이와 같은 동물 이외에도 곤충, 식물과 같은 모든 생명체를 포괄하는 거대한 복합체계로서 작용을 한다. 

하지만 둔촌주공아파트의 예처럼 재개발, 재건축은 구성원들이 이룩한 도시 생태계를 빠르게 와해시킨다. 단편적으로는 노후화된 건물들을 철거해 더 좋은 환경으로 개선한다는 효과가 있지만 인간에 의해 형성된 도시공간에 자리잡은 인간 이외의 구성원들은 그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재개발, 재건축의 긍정적 영향에서 소외된다. 즉 영화는 도시 공간의 물리적 소멸이 도시 생태계 속에서 어떤 파급력을 미치는지 그 이면을 조명한다. 

무분별한 재개발, 재건축이 초래한 도시의 물리적 소멸은 지역성과 함께 다양한 구성원들이 이룩한 공생 환경의 파괴를 수반한다. 강자의 시선에 의해 새롭게 재편된 도시 공간은 그 안에 살았던 다양한 존재들의 삶 또한 소멸시킨다. 이주 과정에서 동네, 이웃의 커뮤니티가 사라지듯, 고양이를 매개로 이어졌던 공동체와 고양이들이 구축한 사회적, 물리적 연결망이 끊어졌다. 도시 생태계속 다른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생명을 유지하던 고양이들에게 공간의 소멸은 무엇을 뜻할까? 영화는 도시의 물리적 소멸 너머로 도시 생태계의 파괴에 집중하며, 이러한 현상을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도태되는 것은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도시 생태계 속 약자들에게 닥친 일은 아닐지. 공생 관계에 있는 생명체들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가지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민형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도시의 아카이브: 기록, 도시의 일부분

“저희 동 앞에 1층 아주머니가 심어놓으신 야생화들도 예쁘고, 저희 동네에 점박이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걔가 임신한 걸 보고 온 동네 사람들이 비도 막아 주고, 고양이 숙소를 만들어주면서 엄청 신경 써줬거든요. 그 점박이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반갑고 좋아요. … 정말 이 집, 이 동네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인규, 라야,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X 가정방문』, 마을에숨어, 2016, 426쪽, 430쪽)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X 가정방문』 텀블벅 사이트 이미지 스크린캡처

 

아파트에 대한 인식은 입지와 재산이라는 물질적, 경제적 관점에 치우친 지 오래다. 하지만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바라보는 아파트에 대한 시선은 이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낡은 아파트에서 떠나지 못하는 고양이와 사람들. 둔촌주공아파트 소멸 과정의 현실을 비추는 카메라 앞에서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깥으로 이동하다가 끝내 떠나게 된다. 고양이와 사람이 맺은 관계, 형성한 기억이 이들의 떠남을 어렵게 했다

영화가 제3자의 시선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갔다면, 영화의 등장인물이자 둔촌주공아파트의 거주자였던 이인규는 조금 더 주관적으로 아파트를 기록했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X 가정방문』에서는 둔촌주공아파트의 거주자들이 등장해 이웃, 풍경, 소리 등 자신이 경험했던 아파트의 시공간을 말해준다. 아파트에 살게 된 계기도, 사는 방식도 달랐지만 그들이 사랑했던 아파트의 모습과 기억을 남기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 마지막 질문, “앞으로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에 거주자들은 둔촌주공아파트에서의 경험이 앞으로의 거주지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답한다. 도시가 기억의 바탕이 되고, 그 기억이 다시 차후 도시의 모습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도시의 구성원과 공간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변화한다.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도시의 공간은 보존될수도, 완전히 소멸될 수도 있다. 둔촌주공아파트는 소멸을 맞았지만 일부 사람들의 노력으로 기록되어 사진, 글, 그림, 영상의 형태로 아카이브가 남았다. 계속 물리적으로 재구성되는 도시에서 아카이브는 이전의 시간에 대한 증거로 존재하며 기억을 쌓아 도시를 구성한다. 사라짐을 온전히 간직하는 일은 어떠한 매체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록을 바탕으로 도시는 단순한 위치와 수치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자신이 경험한 도시의 과거와 현재, 떠오르는 미래를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여고은 학생기자,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고양이들의 아파트’​ 스틸 이미지​​

 

맺는말

17기 학생기자 네 명은 서로 다른 날, 서로 다른 극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관람했다. 둔촌주공아파트의 존재와 부재는 태어나 살다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체의 일생을 되짚듯 우리에게 네 가지 질문으로 남았다. 도시의 구성원은 누구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지속되는가, 도시는 왜 소멸하는가, 도시는 어떻게 기록되는가. 그 답을 우리는 또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둔촌주공아파트라는 무대도 고양이라는 주인공도 이제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영화가 남긴 이야기는 그래서 지금도 유효하다.

 

‘고양이들의 아파트’​ 스틸 이미지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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