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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최선을 최대한: 박희도

사진
고인수(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박희도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SPACE(공간)」2022년 6월호 (통권 655호)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박희도 박희도 건축사사무소 대표 × 박지윤 기자 

 

흩어지고 더해진 

 

박지윤: 사무소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복층에 경사지붕으로 되어 있어 재미있는 공간이네요.

박희도: 4개월 정도 시간을 할애해 구했어요. 제가 홍익대학교 인근의 에너지를 좋아해서 위치는 미리 정해두었는데 이 구역의 월세가 높잖아요. 발품을 팔다 테라스도 있고, 주차도 되고, 공간도 재미있는 지금의 사무소를 발견해서 보자마자 계약했어요. 여기 와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있어요. 건축주분들도 오시면 좋아하시고, 여기서 지금 인터뷰도 하고 있고요. 

 

박지윤: 인테리어 스튜디오인 틴커와 함께 사무소를 공유하고 있어요. 

박희도: 틴커의 강정호 소장님이 저의 대학교 선배이자 친구이기도 하고 빌트 바이 아키텍츠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이기도 해요. 빌트 바이 아키텍츠가 건축과 인테리어, 시공을 모두 다루거든요. 독립하면서 월세 부담도 덜고 서로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 함께 쓰기로 했고, 이후에 함께 공간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박지윤: 에이치디피 아키텍츠에 들어온 건축 의뢰가 틴커의 인테리어 의뢰로 이어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나요? 

박희도: 아직 그런 일은 없었어요. 서로 바쁘면 도와줄 때는 있죠. 현재 틴커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저희 팀에서 공사를 도와주기로 했어요. 저도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우리 팀만으로는 무리라 판단되면 도움을 요청해요. 상부상조 구조인 거죠. (웃음) 평소에는 건축적으로는 제가 알려드리고, 인테리어적으로는 제가 많이 물어보고 있어요. 

 

박지윤: 각각 직원을 한 명씩 두어 각 팀에 두 명이 있는데, 때로는 한 팀에 네 명이 속하는 유연한 구조네요. 에이치디피 아키텍츠의 유일한 팀원인 구본석 실장님은 직접 스카우트 했다면서요? 

박희도: 2021년 10월에 독립했는데 진행하고 있는 설계 프로젝트 세 건, 완공한 인테리어 프로젝트 세 건이 있거든요. 여기에 곧 진행할 인테리어 프로젝트도 있고요. 물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이제 돌아다니면서 사람도 만나야 하고 영업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구본석 실장님을 영입하게 됐어요. 실장님과는 독립 직전에 몸담았던 사무소인 매스스터디스에서 만났어요. 같은 팀에 있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 인정받고 있었고, 성격적으로도 잘 맞는 부분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어필했죠. 실장님도 독립을 강하게 꿈꾸고 계시거든요. 우리 사무소에 들어오면 독립한 건축가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데 책임은 다 내가 진다고 말했죠. (웃음) 실장님 또한 인테리어나 시공 쪽을 경험해보고 싶어 했고, 저도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반을 다루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박지윤: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박희도: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저 혼자 진행한 디자인과 둘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완성한 디자인은 다르거든요. 토론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죠. 또 공사가 시작되면 누군가는 현장에 어느 정도 상주해야 하는데 그사이에 한 명은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박지윤: 독립의 계기가 된 프로젝트도 궁금해요. 

박희도: 지금의 사무소 이름으로 활동하기 전 피에이치세븐 아키텍츠라는 이름으로 홍성범 소장님과 잠깐 동업을 했었어요. 그때 운정루(2021~)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면서 독립과 동시에 동업을 하게 됐죠. 본래 이 작업은 다른 사무소와 계약 직전까지 갔었어요. 저는 지인을 통해 계약서를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거고요. 그런데 계약서를 보니 건축주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수정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전하면서 제 포트폴리오도 보내드렸어요. 프로젝트를 보니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독립을 준비하던 때이기도 했고요. 건축주가 제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관심을 가져서 다음날 바로 만나게 됐어요. 시간이 촉박했던 상황이라 3주 만에 초기안을 보내드렸고, 마음에 들어하셨죠. 결과적으로 그와 유사하게 지어질 예정이고요. 

 

박지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 경우네요. 사무소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에이치디피 중에 피(p)만 소문자예요. 

박희도: 스펠링 중 피만 소문자로 한 건 모양 때문도 있었는데, 한 번 더 곱씹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어요. ‘왜 피만 소문자지?’ 하면서 인식하게 되잖아요. 사실 지금 명함에는 박희도 건축사사무소로 되어 있어요. 인터뷰한 날을 기준으로 3일 뒤에 건축사 시험 결과 발표를 하는데 합격할 거라 확신하거든요. 합격이 되면 크레딧을 박희도 건축사사무소로 해주세요. (웃음)

 

 

집념과 몰입으로 

 

박지윤: 인터뷰 전에 퍼즈 남영(2022)을 답사하고 왔잖아요. 퍼즈 남영은 본래 시공만 담당할 예정이었는데 인테리어까지 다루게 된 프로젝트예요. 

박희도: 인테리어 사무소를 다니는 지인이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였는데, 본인들이 소화할 시간이 없어 저에게 시공을 의뢰 했어요. 저도 시공을 좋아해서 흔쾌히 응했죠. 그분들이 완성한 1차 디자인 안을 가지고 건축주와 함께 현장 미팅을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 와서 보니, 디자인 안이 실현될 것 같지 않은 거예요. 그 건물이 70년 된 건물이라 철거하면 다른 변수가 생길 확률이 높았어요. 뜯어진 천장 일부를 살펴보니 목구조가 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철거를 한 후 디자인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고, 다른 분들도 동의했어요. 실제로 철거하니 목구조와 트러스, 불에 탔던 흔적들이 드러나더라고요. 이 시점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을 저도 함께하게 됐죠. 디자인이 없는 상태에서 철거하고, 철거하는 동시에 디자인을 진행했던 프로젝트였어요. 

 

박지윤: 운정루와 마찬가지로 퍼즈 남영 또한 프로젝트에 대한 집념으로 인해 영역이 확장된 경우네요. (웃음) 건축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시공까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세요. 인테리어와 시공이 가진 매력은 뭔가요? 

박희도: 건축은 호흡이 길잖아요. 프로젝트 하나를 하게 되면 설계는 기본 5, 6개월부터 시공까지 하면 최소 1년 이상 걸리는데, 인테리어는 디자인이 구현되는 것을 빠른 호흡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시공은 순전히 저의 성향과 잘 맞는 것 같아요. 현장은 거칠고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그 속에 있으면 제가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요. 빌트 바이 아키텍츠에 다닐 때 큰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두 건의 프로젝트에서 제가 현장 소장을 맡았는데요. 그때의 경험 덕분에 겁 없이 시공 영역에 뛰어든 것 같아요. 

 

박지윤: 함께하는 시공 팀이 있나요? 

박희도: 제 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에요. 꾸준히 시공 쪽 영역을 담당한 덕분에 어느 정도 구축이 되어 있기는 한데 그 팀들이 바쁠 때는 소개받기도 하죠. 

 

박지윤: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전부 다루는 건 높은 정신력과 체력을 요할 것 같아요. 

박희도: 재미있기도 하지만, 가끔은 힘들어요. (웃음) 시공 현장에 제가 소장으로 투입되면 자재 발주, 물량 산출부터 현장 디테일까지 다 챙겨야 하니 완공 될 때까지 그 현장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면 설계할 시간이 부족해지기도 하고요. 시공의 경우는 토요일에도 일하는 관행이 있고, 일요일도 웬만하면 진행이 되거든요. 소위 말하는 ‘워크-라이프 밸런스(이하 워라밸)’가 없는 경우인데, 저는 사실 워라밸을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아요. 특히 회사를 시작하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는 일에 몰입하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브리지, 박희도 건축사사무소 + 최윤미 

 

마땅한 자리에 

 

박지윤: 넓은 범위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잖아요. 개인 의뢰는 물론 설계공모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물리적인 이유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아요. 참여할 공모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박희도: 대지와 프로그램에서 제가 흥미를 느끼고 영감이 떠올라야 해요. 흥미로운 지점이 땅의 맥락이 될 수도 있고 땅의 모양이 될 수도 있는 거라, 기준은 복합적인 것 같아요. 물론 설계비나 심사위원 구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긴 한데, 일단은 제가 재미있게 설계할 수 있어야 더 좋은 작업이 나오니까요. 

 

박지윤: 홈페이지에서 운정루와 브리지(2017)의 콘셉트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어요. 

박희도: 운정루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제가 처음 의뢰받은 프로젝트이고, 브리지는 아이디어 공모전 참여작이에요. 저는 건축물을 한 장의 다이어그램이나 콘셉트 이미지로 표현하는 걸 많이 해요. 학생 때부터 그래왔고요. 건축의 에센스를 한 장의 이미지에 담아내면 개념을 정리하기에도 좋고, 건축주를 설득하기에도 좋더라고요. (웃음) 

 

박지윤: 운정루의 대지가 어디인지, 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했어요. 

박희도: 대지는 종로구 운니동이에요. 도시적 관점으로 봤을 때 종로는 궁과 사적지가 많고 대지의 서측에는 운현궁이, 북쪽에는 창덕궁이 있어요. 반면 프로젝트의 대지와 닿아 있는 주변을 보면 수직성과 밀도가 강조된 현대건축물들이 많고요. 이 땅에는 전통과 현대의 콘텍스트가 이분법적으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니동에 어떤 건축물이 들어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죠. 저희가 생각했던 건 전통과 현대를 배격하지 말고 조화롭게 공존시키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전통 한옥에서 모티브를 많이 따오기도 했고요. 툇마루나 처마와 같은 요소가 이 건물을 구성하는 부분으로 작용했어요. 


박지윤: 도시적 차원의 장소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셨군요. 

박희도: 운정루가 강남에 있었어도 멋있긴 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당위성이 없었겠죠. 저는 운정루가 운니동에 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땅이었기 때문에 이 건물이 들어선 거죠. 

 

박지윤: 운정루는 어떤 용도로 쓰이나요?

박희도: 건축주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옥이에요. 과감한 디자인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단 건축주가 사용할 건축물이잖아요. 임대를 줄 게 아니고 본인들이 평생 쓸 거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비교적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계셨어요. 아직 견적을 내보지는 않았지만 요즘 공사비가 많이 오르기도 해서 일반적인 근린생활시설보다는 견적이 높을 것 같아요. 

 

박지윤: 지금의 안을 그대로 구현하는 게 관건이겠네요. 완공되면 답사도 가보고 싶어요. 

박희도: 저도 그대로 구현되었으면 좋겠어요. 근린생활시설은 사실 용적률 게임이잖아요. 그래도 운정루에는 각 층마다 툇마루의 개념을 담은 테라스가 있어요. 좁은 땅이라 층별 면적을 손해보는 게 부담인 상황이라 설득하는 과정에 공을 들였고, 건축주도 저희의 설계 의도를 잘 이해해주셨어요. 착공은 빠르면 올해 9월이 될 것 같고, 최소 8개월 이상은 시공해야 해서 내년 이맘때쯤이면 완공되어 있을 것 같아요. 

 

박지윤: 운정루가 도시의 맥락을 건물에 녹인 거라면, 브리지는 건물로 도시의 맥락을 만든 프로젝트예요. 

박희도: ‘건축에서 브리지는 무엇인가’라는 굉장히 포괄적인 주제를 가진 공모전이었어요. 브리지라 하면 통상적으로 물리적인 연결, 솔리드한 물체를 생각하잖아요. 저는 역발상으로 ‘보이드라는 빈 공간이 건축에서 브리지가 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인간이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언젠가는 올 거라 생각했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사람들도 그런 기계나 장비를 통해 날아다니는 순간에 건물의 내부 혹은 형태가 비워져 그들을 연결하는 브리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했었죠. 실무를 하다 보면 머리가 딱딱해지거든요. 법도 봐야 하고, 건축주의 의견도 수용해야 하고요. 반면 아이디어 공모전은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되니까 머리를 말랑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죠. 

 

박지윤: 본인의 전문 영역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과 노력을 행하고 있으세요. 언젠가는 설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박희도: 스타디움을 해보고 싶어요. 박지윤: 엄청난 규모의 작업을 택하셨어요. (웃음) 박희도: 그렇죠. 그런데 하면 또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건축가는 끊임없이 배움의 과정에 있는 직업 같아요.

 

운정루, 박희도 건축사사무소​ + 피에이치세븐 아키텍츠

 

박희도는 2022년 7월호에서 이규섭(제너럴 아키텍츠 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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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도
박희도는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졸업 후 매스스터디스와 이재하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단독주택에서 문화 및 집회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과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도맡아 진행했다. 빌트 바이 아키텍츠에서는 인테리어 설계 뿐 아니라 현장 소장으로 시공에도 직접 참여하며 건축적 역량을 키웠다. 현재 박희도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여 다채로운 영역과 스케일의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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