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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호텔의 미래를 논하다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2022년 5월호 (통권 654호)  ​ 

 

 

지난 4월 8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남산 힐튼호텔과 양동정비지구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SPACE(공간)」를 비롯해 근대도시건축연구와실천을위한모임, 대한건축사협회, 새건축사협의회, 오픈하우스서울,「와이드AR」, 정림건축문화재단, 한국건축가협회, 한국건축역사학회, 이렇게 9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현장뿐만 아니라 유튜브 생중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힐튼호텔을 비롯한 근현대건축물 보존과 활용에 관한 건축계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SPACE」는 독자들에게 정보를 형평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심포지엄의 내용뿐만 아니라, 힐튼호텔을 매입한 이지스자산운용의 입장을 함께 수록한다.

 

 

‘남산 힐튼호텔과 양동정비지구의 미래’ 심포지엄 

 

지난해 김종성(서울건축 명예사장)이 설계한 남산의 힐튼호텔이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되고 철거 후 신축계획이 알려지면서 건축계에서는 힐튼호텔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다. ‘남산 힐튼호텔과 양동정비지구의 미래’ 심포지엄은 힐튼호텔과 서울역에서 남산에 이르는 지역의 발전적 변화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범건축계가 함께 마련한 자리다. 좌장을 맡은 황두진(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은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단순 이분법이 아닌, 지금까지 아무도 가 보지 못한 길을 가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자”는 행사 취지를 설명하며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Image courtesy of Art Research Center,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Donated by Kimm Jong-soung) 


힐튼호텔의 사회적 위상과 건축적 가치

‘힐튼호텔의 건축: 20세기 말 한국의 이정표’라는 제목의 발제를 준비한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은 호텔이란 전형적인 근대의 상징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의 호텔사 측면에서 보면, 일제 식민지 시기에 세워진 조선호텔이나 반도호텔이 1기에 해당하고, 힐튼호텔은 1970년대 중반부터 관광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며 대형 호텔을 세웠던 2기 끝자락에 건립되었다. 즉 한국의 경제개발이 관주도에서 민간자본의 축적으로 변화해가는 중요한 지점에 힐튼호텔이 자리한다. 

배형민은 한국 건축이 콘크리트 중심의 습식 구조로 지어질 수밖에 없던 시대에 미스 반 데어 로에에게 사사한 김종성이 한국에 건식 구조를 도입했고, 힐튼호텔은 그 가운데 가장 성숙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힐튼호텔의 디테일은 동일한 재료와 장인을 찾을 수 없는, 현재는 결코 재현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문화유산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외관 멀리언에 사용된 알루미늄은 수입해 쓰던 과거와 달리 국내 제조사의 알루미늄 압출성형 기술과 해외 컨설팅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한국 건축사에서 중요하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미스 본인의 작업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만 그 외 철제 멀리언 방식의 디테일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힐튼호텔은 세계 건축사적으로도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배형민은 힐튼호텔 부지에 새로 지어지는 건물의 브랜딩과 마케팅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과연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산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강하게 반문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힐튼호텔의 멀리언 디테일 
Images courtesy of Art Research Center,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Donated by Kimm Jong-soung)

 


 

 

재개발사업으로 본 힐튼호텔의 미래

이어서 이광환(해안건축 소장)은 ‘힐튼호텔의 앞날과 재개발 정비계획의 현주소’란 주제로 발표하며, 힐튼호텔이 속한 양동재개발구역으로 관점을 확장했다. 남대문교회(1957), 서울스퀘어(1972/2010), 메트로타워(1970), 힐튼호텔(1984), 대우재단빌딩(1985), SK남산빌딩(1994) 등이 위치한 양동정비구역은 이미 한 차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 곳으로, 이 지구를 다시 재정비하는 방향은 2015~2020년에 세워졌다. 2017년 힐튼호텔의 이전 소유주인 씨디엘호텔코리아는 이 부지에 두 동을 증축(현재 연면적 8만 2856.46​를 14만 1221.67​로 증축)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이것이 현재도 유효하다. 그런데 그 사이 도시 여건이 변화했다. 전면 철거 위주 재개발이 도시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상실시키고 획일화된 공간을 양산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진 것이다. 이에 2025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철거 중심의 정비사업보다는 역사자원의 보존과 활용, 맞춤형 재생을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 힐튼호텔의 새로운 건축계획에 영향을 미치게 될 공공의 상위 계획의 방향이 역사보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광환은 정비계획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도시의 변화나 정책,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힐튼호텔에도 수많은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성곽 주변이라는 입지상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앙각규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서울역 일대 도시공간 구조의 변화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산으로 이어지는 보행로를 조성하는 문제는 양동정비지구 전체의 숙제다. 또 힐튼호텔의 공공적 가치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제 서울은 재개발 지역을 다시 개발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례로 처음 플라자 호텔을 지을 당시는 의도적으로 서울광장을 가리기 위해 펼쳐서 지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는 로비 부분을 필로티화해서 서울광장과 연결하는 보행로를 확보하고 매력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한 방향이 지구단위계획으로 고시되어 있다. 

이광환은 이렇듯 한 번 더 재개발을 할 경우, 처음과 달라진 시대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민간개발 주체가 어떻게 공공기여를 해야 하는지, 또 그에 따른 인센티브는 어떻게 줄 것인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정비사업의 성패는 공공기여계획에 달렸으며, 이는 공공과 민간 사업자의 공동의 성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환은 해당 정비계획을 담당하는 공공주체인 서울시와 중구청이 심포지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것을 당부하며 발표를 마쳤다.

 


Materials courtesy of Junggu Office 

 

 

힐튼호텔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

‘ESG시대, 힐튼호텔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발제한 김세훈(서울대학교 교수)은 개발과 보존을 흑백 구도로 바라본다면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의 균형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우려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힐튼호텔을 매입하며 호텔근로자의 고용연속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힐튼호텔을 사랑했던 국민의 기억과 건축·문화적 가치가 향후 신축 또는 리모델링 설계안에 창의적으로 담기기를 과제로 제시했다. 더불어 이광환이 앞서 언급했듯, 적정한 공공기여를 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 사업자, 이해관계자가 개발계획 전에 계획안, 개발규모 등을 사전협상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성할 것을 권했다.

고병기(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콘텐츠 에디터)는 ‘건축 너머 도시를 보는 디벨로퍼의 관점’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했다. 그는 이지스자산운영이 힐튼호텔이 포함된 서울역 일대에 주목했다고 설명하며, 도쿄역 앞의 마루노우치 재생, 뉴욕 맨해튼의 펜실베이니아 역 일대와 비교했다. 고병기는 국내 호텔산업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GTX 노선이 연결될 서울역 일대도 새로운 개발로 쇄신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심경미(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는 “건축자산의 보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누가 감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유산’이 아니라 ‘활용가치’를 중시하는 ‘지역건축자산 보존 제도’를 소개했다. 결국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근현대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활용 방안과 경제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힐튼호텔 설계자 김종성의 제안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힐튼호텔의 설계자인 김종성이 참여했다. 그는 우선 3~4개의 마감재로 구성된 아트리움 공간과 건축을 구성한 테크놀로지를 보존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모더니즘 건축의 구조적인 수명은 40년을 넘어 100년에 달할 수 있지만, 건축에 담기는 기능은 바뀌게 마련이라고 전제했다. 따라서 현재 640실의 범용호텔을 격상된 200실로 만들고 ‐ 일례로 3.9m 폭의 객실을 1.5배 혹은 2배 폭의 객실로 전환하여 ‐ 5성급 호텔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더불어 호텔 객실에서 남는 면적은 전문직을 위한 구획된 오피스나 고급 오피스텔로 만들고, 볼룸과 식음료 공간은 집회시설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완화규정에 따라 800%까지 허용된 용적률을 활용해 주차장 위 카지노 부지와 호텔 서남쪽 부지에 오피스를 신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 힐튼호텔에서 쓰지 않고 남은 용적률을 인접 건축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중권을 이전하여 허용하는 거시적인 접근 방법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이어서 현재 양동정비지구에는 주거용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법개정을 통해 적정한 면적의 주거용도를 추가하고, 공원이나 지하화를 통해 서울역-양동정비지구-남산 축의 유기적 연계를 모색할 것을 건의했다. 이것이 자유시장경제 아래서 이윤도 창출하고 건축문화도 보존하는 윈윈 전략이라는 것이다. 

 

Image courtesy of Art Research Center,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Donated by Kimm Jong-soung) 

 


힐튼호텔의 미래는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형(중앙대학교 교수)은 “힐튼호텔의 기술적 측면이나 디테일을 보존해야 한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 건축물이 현재의 자리에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정답인가” 하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힐튼호텔의 활용이나 변화에 관해서는 건축계 안에서도 여러 의견이 존재하지만, 그 건축적 가치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힐튼호텔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어떠할까? 안창모(경기대학교 교수)는 힐튼호텔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가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은 바로 시민들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간 건축계는 건축적 가치를 사회 모두와 공유하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토론자였던 이은주(중앙일보 기자) 역시 미술계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 건축계는 이슈를 사회와 소통하는 채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가 의미 있는 자리로 끝나지 않고, 성과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는 심경미의 발제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하다. 힐튼호텔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건축계의 논의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로 흘러넘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힐튼호텔의 운명을 반복할 수많은 근현대건축물을 위해서도 말이다.

 

©Lim Chung Eui 

©Lim Chung Eui

 

Image courtesy of Art Research Center,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Donated by Kimm Jong-soung)

 

 

이지스자산운용의 입장

 

2022년 4월 1일 힐튼호텔을 매입한 이지스자산운용 측의 담당자를 만나서 매입 과정과 개발 방향, 최근 건축계의 논의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자리에는 힐튼호텔의 매입 책임자였던 이철승(이지스자산운용 공간개발파트 파트장), 송기석(이지스자산운용 공간개발파트 부장)과 고병기(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콘텐츠 에디터), 김정은(「SPACE」 편집장), 이광환(해안건축 소장),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대표), 황두진(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이 참석했다. 그날 이야기된 이지스자산운용 측의 입장을 요약 정리해 소개한다. 

 

힐튼호텔의 매입 배경 및 매입 과정의 이슈: 기존 근로자와의 상생

서울역 일대는 서울에서 경제적 중심지로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지역은 아니다. 운송의 경유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지가 측면에서도 그렇고, 아쉽게도 가용지도 많지 않다. 국가 중앙역이라는 입지적 중요성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고, 그러한 잠재력에 대한 생각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호텔산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재정이 확보되지 않는 대부분의 호텔들은 폐업을 하는 상황이다. 입지가 좋은 곳은 매각되어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로 소비되고 있다. 

힐튼호텔도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폐업하는 호텔이 늘어나면서 기존 호텔 근로자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부상했다. 힐튼호텔 매입 경쟁에서도 기존 근로자 문제를 껴안지 않으면서 우리보다 더 높은 금액에 사겠다는 개발업체들도 있었다. 이곳을 주택이나 오피스텔로 분양한다면 엄청난 인기가 있을 것이고, 근로자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접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힐튼호텔에 현재 고용되어 있는 420명 근로자들과의 상생을 중요한 화두로 삼았다. 우리는 이분들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호텔 노동조합과만 협의한 것이 아니라, 그 외 직원들과도 일일이 협의했다. 재도약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전직이나 창업 등을 지원하고, 그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는 고용을 보장하는 등 재취업 방향을 제시했다. 이례적으로 많은 금액을 전 개발 기간에 걸쳐 지원하고, 나아가 신축 프로젝트에 250실 정도의 호텔 계획을 포함시켜 재취업을 보장하기로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ESG적인 해법을 내고자 했다.

 

서울역-남산에 대한 생각: 김종성 건축가를 만난 이유

도시의 공간구조는 광역교통망이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GTX가 서울과 수도권의 공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사회문제의 핵심은 주거문제인데, GTX가 주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주거는 수도권으로 널리 퍼지겠지만, 업무는 집중될 것이고, 그 가장 큰 중심은 당연히 서울역과 삼성역이 될 것이다. 삼성역 일대는 화려하고, 고층빌딩에 첨단의 분위기다. 서울역은 그와는 조금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다른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지역이다. 도시 맥락상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삼성역만큼 집중하고 있지 않다. 그러한 부분에서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2021년 11월 김종성 건축가를 만났다. 힐튼호텔을 설계하면서 이 지역을 바라보셨던 관점이 현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편화되어 있는 서울역과 서울로, 남산을 연결해 더 큰 도시적 맥락을 만들어주시길 요청드렸다. 마침 김종성 건축가는 삼성역 대규모 복합개발인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종성 건축가야말로 이 지역 일대를 삼성역과는 다른 결로 유니크한 매력을 가지면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타운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축적 가치에 대한 생각

김종성 건축가 역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맥락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하셨지만, 힐튼호텔에 대한 신축/증축/개축 등의 논의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개발 방향에 대해 사전에 다각도로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도 힐튼호텔이 가진 건축적 가치를 이해하지만, 땅의 형태, 용적률 등 제도적 기준, 건물의 용도 및 기존 호텔의 상황, 지역에 대한 기여 등을 고려하면 힐튼호텔 건물을 존치하면서 그것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맥락과 더 나은 사용자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계획과 설계가 필요하고, 신축은 이에 따른 선택이다. 한편으로는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예측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제기되는 힐튼호텔에 관한 건축계의 논의가 매입 이전에 어떤 기준으로 미리 정해져 있었더라면,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다고 건축적 가치나 문화적 이슈에 대해 소통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우리 역시 건축문화를 존중한다. 건축계의 어젠다는 이 건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건축적 가치를 대중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우리 회사는 최문규 건축가가 설계한 인사동의 쌈지길을 매입했다. 허용 용적률에 한참 못미치게 지어졌지만 쌈지길의 건축적 가치가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또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샘터사옥의 매입을 고려하기도 했다. 건축 애호가들이 올 수 있는 장소로 만든다면 수익적 가치로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건축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그대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고민 끝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도출한 것인데, 사회적으로는 마치 우리가 기존의 것을 무조건 허무는 것처럼 보일까봐 조심스럽다. 보존과 철거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갇혀 힐튼호텔을 둘러싼 수많은 맥락이 제거될까 우려된다. 힐튼호텔의 건축적 가치뿐만 아니라, 호텔 근로자분들과의 상생이라는 사회적 가치나 시민들의 이용 관점에서 이 지역 일대를 개선하는 도시환경적 가치도 우리에게 중요한 목표다.

건축계가 힐튼호텔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발전적인 방안을 내주시면 앞으로도 최대한 경청하겠다. 이 프로젝트를 기반 삼아 어떤 부분을 어떻게 일조할 수 있는지 우리도 고민할 것이다.

 

향후 계획

현재 국내 설계사를 선정하기 위해 현행법 기준으로 발주처 요구 사항(OR, owner's requirements)을 준비하고 있다. 덧붙여 참여 설계사들에게 힐튼호텔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요청할 것이다. 오리지낼리티가 꼭 형태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어떤 브랜드가 오래되었다고 해서 몇십 년 전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건축적 가치가 사업적인 가치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내 설계사 선정 후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지명해서 설계공모를 진행하고,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대중들과 이러한 과정을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도 보고, 도시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가능할지 논의해볼 예정이다. 단순히 우리 건물을 지어 달라가 아니라, 저평가되고 있는 서울역과 남산 일대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그들과 함께 고민할 생각이다. 앞으로 진행될 이러한 참여와 소통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과정들을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한다.  (정리 김정은 편집장)​​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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