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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이런 길도 있으니: 박우린

사진
최은화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인터뷰 박우린 쿠쿠루쿠쿠건축사사무소 대표 × 김예람 기자

 

 

즐겁게 공간을 만들어보려 해요

김예람: 사무소 이름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요. 

박우린(박): 2017년, 프리랜서 시절에 동료 건축가와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 사무소 이름이 필요해서 즉흥적으로 지었어요. (웃음) 이름을 한창 고민하고 있었는데 영화 ‘그녀에게’(2002)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인 ‘쿠쿠루쿠쿠 팔로마(Cucurrucucúú Paloma)’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거든요. 잠시만요, 제가 노래 틀어드릴게요. 

 

김: 아, 이 노래 들어본 적 있어요. 

박: 너무 좋죠. 노래 제목은 경쾌한데 가사는 슬퍼요.

 

김: 얼마 전 우연히 소장님이 독립하실 즈음에 만난 클라이언트의 블로그 글을 봤어요. 소장님과 친분이 두터우신 분 같던데요. 

박: 그분은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고쳐서 주변보다 더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계셨어요. 저를 되게 예뻐해주셨죠. 어느날 그분이 “공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되면 그걸 사업으로 풀어내는 방법에 대해 한번 생각해봐요”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잘 몰랐어요. 설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지 말라는 말인데,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정말 저를 생각해서 해주신 말씀 같더라고요. 꽤 지난 일인데, 창업 후 종종 그분 말씀이 생각나요. 

 

김: 독립을 하고 나서 불안하지는 않으셨나요? 

박: 생각보다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설계사무소보다는 마을호텔이라는 공간 비즈니스를 하면서 식구들이 늘어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더 커요. 건축 작업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충만해요. (웃음)

 

 

 

하나둘 모여 지금이 됐죠

 

김: 사무실이 제민천 옆 리버사이드 앱스에 자리하고 있어요. 이 건물은 「SPACE(공간)」에도 실렸었잖아요. 

박: 주변 풍경과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건물이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나름 적응한 상태예요. 원래 이 건물은 잘 사용되지 않던 공사현장 사무실이었는데요.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목수인 친오빠를 불러 가구를 제작하고 사무실로 꾸몄어요.

 

김: 서울이 아닌 충청남도 공주에 사무소를 차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박: 여러 프로그램을 지역 곳곳에 마련하는 ‘수평적 호텔’을 테마로 한 계획안을 몇몇 친구와 만들어서 여러 공공사업에 지원했는데 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했어요. “나중에라도 회사를 만들어서 이 일을 같이 해보자!”라고 말한 다음, 저는 새로 맡게 된 공영차고지 프로젝트 때문에 공주로 내려왔어요. 그때 처음 공주를 방문했는데 동네가 한적하고 참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자본금만 넣고 부업으로 마을호텔 일을 시작해보자고 했죠.

 

김: 두 번째 창업이 굉장히 빨리 이뤄졌네요. (웃음)

박: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여러 곳을 다니기 쉬운 상황이라서 대표를 맡게 됐는데요. 당시에는 그게 일종의 스타트업인 줄도 몰랐어요. (웃음)

 

 

함께 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아요

 

김: 공주로 이사 오시기 전에 서울 경리단길에서 진행하셨던 활동에 대해서도 잠깐 들을 수 있을까요?

박: 제가 문어발처럼 펼쳐놓은 일들 중 하나가 경리단길에 있어요. (웃음) 이태원에서 8년을, 경리단길에서 4년을 살면서 지역의 부침을 다 지켜봤는데요. 점점 많아지는 공실이 아직도 쓸모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비브라’라는 기획팀을 꾸려서 클래식 연주회를 열었어요. 마침 팬데믹 때문에 많은 음악가들이 귀국한 상황이었거든요.


김: 가게가 비어 있더라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박: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다들 호의적이었어요. 그렇게 섭외한 몇 군데에다가 스테이플러로 무대를 만들고, 의자와 조명을 설치하고, 시트지로 전시장을 꾸몄죠. 작은 제스처만으로도 건축이 이뤄진다는 걸 그때 많이 체감했어요.

 

김: 비브라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인가요?

박: 지금까지 활동의 크기를 키워오면서 여러 이벤트를 열어왔는데요. 행사가 끝날 때마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그만두어야 하겠다 싶다가도, 이번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온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 정확한 활동계획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비브라의 활동이 끝난 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다목적 공간 수선집과 카페 프론트

 

책방 블루프린트북

  

수선집

 

 

계속 만들어나가는 중이에요

 

김: 지금 마을호텔에서는 어떠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나요?

박: 사무소 위아래층에서 책방 블루프린트북과 카페 프론트를 운영하고 있고요. 이 건물 바로 옆에 있는 다목적 공간 수선집에서 전시나 토크 프로그램 같은 여러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김: 수선집은 개구부가 많은 건물인 것 같아요. 혹시 지금 모습이 완공이 끝난 상태인가요? 

박: 예전에는 늘 말끔하게 마무리된 공간을 세상에 내보이는 일을 했는데, 이렇게 천둥벌거숭이 같은 공간을 잘 가꿔서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좋더라고요. 조금 미진한 상태에서 공간을 개방해서 주변 반응을 체크했는데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공사를 한 번 더 진행할 계획이에요.

 

김: 제민천 건너에 있는 빵집 오초오초도 마을호텔이 운영하죠?

박: 네. 공주가 도농 복합도시라서 괜찮은 농경 콘텐츠가 많아요. 오초오초 같은 경우에는 농부님들한테 농가밀을 받아서 베이킹을 하다가 오픈한 가게예요. 저희 스태프들의 전용 바처럼 아주 잘 사용하고 있죠. (웃음) 

 

 

현장의 치열함을 자주 느껴요

 

김: 좀 전에 언급해주신 공주 공영차고지(2021)에 대한 설명을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쿠쿠루쿠쿠 건축사사무소를 검색해도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서 더욱 궁금하네요. 

박: 안 그래도 요즘 사무소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는데, 살짝 보여드리면서 설명해볼게요.

 

김: 말씀해주신 작업들 중에는 규모가 제일 크네요.

박: 맞아요. 공주 공영차고지는 여객운수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버스를 관리하고 잠시 쉴 수 있는 건물이에요. 여느 공공 프로젝트처럼 감리 업무를 입찰로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 완성도를 높이기가 참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현장에 자주 방문해서 시공 상황을 체크하는 자발적 디자인 감리자를 자처했죠. (웃음) 

 

김: 이 건물을 지으면서 원래 설계안과 다르게 시공될 뻔한 적이 있었나요?

박: 건물 지붕이 반원형인데 박공으로 지어질 뻔했어요. 그래도 공사 현장에 여러 번 가면서 기존에 구상했던 것들을 많이 지켜냈어요.

 

김: 혹시 현장 상황을 보고 즉흥적으로 디자인을 바꾼 부분도 있나요?

박: 개인적으로는 그런 임기응변을 ‘임프롬투 디자인(Impromptu Design)’이라고 부르는데요. (웃음) 시공을 마치지 않은 아치의 선과 색이 괜찮아 보여서 도장 작업을 중단하고 건물 외관의 톤을 다시 잡은 적이 있어요. 

 

김: 전화가 계속 오는데 받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박: 다른 현장에서 걸려온 전화예요. 오늘 거기에 행사가 있어서 잠깐 와달라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금강헬스장

 

빵집 오초오초

 


 

 

최소한의 손길만 더하고 싶어요

 

김: 이 건물인가봐요. 바로 올라가면 될까요? 

박: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 조금 힘드실 수도 있어요.

 

김: 여기는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나요? 

박: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금강헬스장(2021)이라는 공간인데, 마을 사람들이 같이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오늘은 목재 테이블을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요.

 

김: 금강헬스장을 리모델링하면서 어떠한 부분을 특히 신경쓰셨나요? 

박: 여기에서 건축가가 할 수 있는 건 공간을 잘 정리하고 조명의 높낮이와 조도를 설정하는 일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하려고 노력했죠.

 

김: 그래서 수선집처럼 약간 거친 듯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박: 저는 저 벽의 거친 면과 여러 텍스처가 섞인 모습이 좋아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완성된 거 맞냐고 물어보지만요. (웃음)

 

김: 천장 보에 ‘체력은 국력’이라고 적혀 있네요? (웃음) 

박: 저게 이 공간의 포인트예요. (웃음) 예산이 된다면 여기가 헬스장 자리였다는 걸 알려주는 샌드백도 설치하고 싶어요. 

 

김: 릴레이 인터뷰를 하면서 작업 현장을 방문하니까 좋네요.

박: 근처에 작업 현장이 한 군데 더 있는데 들렀다 가실래요?

 

 

그대로의 멋이 좋아요

 

김: 여기는 대문이 꽁꽁 잠겨 있네요. 

박: 나름 보안이 되어 있죠. (웃음) 곳곳에 거미줄이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김: 마주안(진행중)은 언제 지어진 건물이에요? 

박: 일제 식민지기에 지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대들보에 1938년도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서까래 두께가 얇고 부재 간의 간격이 넓은 걸 보면 그리 부유하게 살던 집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아름다운 툇마루, 창살을 가지고 있어요. 이 집의 미학을 살리려면 전기배선을 잘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시공 업체에 맡겼을 때 전선이 천장을 가로지르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까봐 걱정이에요. 제가 잘 조율해야죠.

 

김: 툇마루 부분이 콘크리트로 채워져서 마치 복도처럼 보여요. 

박: 원래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정말 미니멀하게 작업하고 있죠? (웃음)

 

김: 리모델링이 끝나면 무슨 용도로 사용되나요? 

박: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실험해볼 수 있는 장소나 팝업 레스토랑 등으로 쓰일 것 같아요. 아마 날이 괜찮아지는 가을쯤에 왕성하게 사용되지 않을까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아가보려 해요

 

김: 오늘 여러 장소를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박: 더운 날씨에 공주까지 와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김: 지역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요즘 지방 곳곳에서 활약하는 로컬 플레이어가 많은데, 혹시 협업해보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 

박: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늘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만들고 있는 사업모델이 공주에서 시작했지만 어디로든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방에도 손을 조금만 보면 괜찮아지는 공간이 많고,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서 무언가를 꾸준히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 지금 운영하는 공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고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박: 겉으로 보기에는 활동이 많지만 작은 업장에서 나오는 수익만으로는 공간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팔아서 거래량을 늘리고 공간을 살뜰하게 운영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해서 스스로 플랫폼이 되거나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가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김: 말씀을 들으니 앞으로 만드실 공간과 서비스가 더욱 기대가 되네요.

박: 마을호텔에서 공간을 기획하고 그 공간을 쿠쿠루쿠쿠가 설계하면서 좋은 게 있어요. 공간을 설계하는 것에만 몰두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건축의 시대성을 다시 알아가고 있거든요. 앞으로 세상의 요구를 빠르게 알아차리고, 괜찮은 것은 얼른 따라해보고, 의욕이 생기는 부분은 제안해보는 식으로 건축을 하고 싶어요. 무겁지 않고 가볍게 말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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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린은 10월호에서 홍승석·박재현·이한별(3ab 공동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박우린
박우린은 쿠쿠루쿠쿠건축사사무소 소장이자, 마을호텔 대표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공부하고, 디아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힌 후, 공간과 프로그램의 기획-설계-시공-운영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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