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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가칭)한국건축사협회 창립 준비

자료제공
(가칭)한국건축사협회 창립준비위원회
진행
방유경 기자

(가칭)한국건축사협회 회원 모집 공고 

 

 

지난 2020년 9월 24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대한건축사협회(이하 대건협)가 합의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건축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보 자격 확대, 면허제 부활, 건축사시험 축소 등 여러 현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의 건축 생태계 속에서 협회의 역할과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창립 준비에 나선 (가칭)한국건축사협회 창립준비위원인 박인수를 만나 협회 설립을 둘러싼 쟁점과 화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인수(파크이즈건축 대표) x 방유경 기자

 

 

방유경(): (가칭)한국건축사협회(이하 한건협)2021110일부터 창립 동의 및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창립을 준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박인수(): 한건협 창립준비위원회는 202012월 중순에 시작되었다. 20209월 대건협에서 발표한 협회 의무가입 법률안’(건축사법개정)이 발단이었다. 대건협은 건축사법에 따른 국내 유일의 건축사협회이자, 국내 건축 단체 중 가장 많은 회원이 소속된 집단이다. 그간 대건협의 역할 및 지역협회(지회)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60여 년간 조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대건협은 설계 외 업무를 위주로 하는 건축가들의 수적 우세 속에서 설계를 위주로 하는 건축사의 위상을 축소하는 법안개정을 강행해왔다. 이에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여러 건축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목소리를 낼 단체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 2004년 설립된 ()새건축사협의회(이하 새건협) 역시 같은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고 보는데, 이를 두고 또 다른 조직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 새건협의 정식 명칭은 ‘()새로운 문화를 실천하는 건축사 협의회. 엄밀히 말해 정식 건축사협회가 아니다. 등록건축사의 10% 이상이 모여 국토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건축사법에 따른 정식협회가 가능한데 당시 인원이 부족해 민법에 의한 사단법인으로 시작했다. 따라서 건축에 관한 모든 정책 결정에서 대건협과 동등한 지위에 있을 수 없었다. 설립 당시부터 대건협에서 지속적으로 엘리트다, 그들만의 리그다라고 비판했는데, 이는 자신들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프레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건축계에 변화가 생겼다. ‘5년제 교육-실무수련-건축사시험이라는 공인된 틀 안에서 다수 건축사가 배출되기 시작한 것이다.한편 정부의 사업자단체 개혁을 계기로 대건협 의무가입이 폐지(1998)되고, 건축사등록원제도(2012)가 생기면서 등록건축사 중 다수가 협회에 소속되지 않고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건협이 제시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6천여 명의 건축사들은 어딘가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유일한 정식 협회인 대건협은 현재 지위와 특권을 유지하고자 총공세를 펼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젊은 건축사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새 그릇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새건협도 이미 20여 년 전의 단체가 아닌가? 태생부터 다른 조직이어야 했다.

 

: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건협, ()한국건축가협회, 새건협의 3단체 통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참여했던 실무자로서 느낀 협회 간 주요한 견해차는 무엇이었나?

: 협회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느냐가 큰 차이였다. 지난 20143단체 통합을 준비하면서 2년 동안 대건협에서 편집위원과 법제위원을 맡기도 했는데, 대건협은 회원들의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회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협회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주류가 사익을 앞세운 기득권층이다 보니 주변 이익집단과의 경쟁, 정부와의 협상, 제도 개혁, 회원을 위한 서비스 개선 등 주요한 역할보다 내적 갈등을 조장한 것이 현실이다. ‘협회란 사회에서 부여한 자격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다. 사회를 위해 건축이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 좋은 건어떻게 가능한지 이런 논의를 중심에 두어야 하는데, 추진 동력이 주류 회원들의 이익에 기반하다 보니 현안에 대한 의견차도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통합에 실패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허가권자 지정감리제도. 협회를 따로 만들지 말고 그 안에서 싸우라고 조언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주요 현안에서 의견이 묵살당한 경험을 떠올릴 때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 지역별로 차등한 가입비, 프로젝트 수주 개입 등 대건협의 관행에 대한 문제도 지적한 바 있다.

: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가입비 문제다. 가입비가 지역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이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기존 회원들의 여행비, 떡값 등 소문이 무성하지만) 알 수가 없다. 지역의 경우 지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해당 지역에서 프로젝트 수주 자체가 어렵고, 수주했다 하더라고 시공과 감리 과정에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회자된다. 협회를 중심으로 카르텔이 형성되어 자기 식구 챙기기식의 관행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새로운 건축사들이 주축이 된 법적 협회의 설립만이 건축시장을 투명하고 건강하게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이유다.

 

: 20209월 국토부와 대건협이 협의하여 발표한 개정안 가운데 쟁점이 된 사안은 무엇인가?

: 이번에 제시한 내용 중 협회 의무가입, 건축사 면허제, 건축사보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이 제도들은 이미 20년 전에 시행되던 것들이다. 특히 건축사보(건축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를 늘리고 면허제를 부활한다는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원칙에 따라 지정된 교육(5년제, 건축전문대학원 등)과 실무수련(3), 건축사시험을 거쳐야 건축사가 될 수 있고, 이후에는 자유롭게 개업(등록제)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기존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직원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5년제 출신의 건축사보들은 실무수련할 사무소를 나름대로 선별해 지원하기 때문이다.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3~4년제 건축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명분이 필요했고, 이들에게 건축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은 캔버라협약(2008)을 부정하는 행위다. 이러한 논리라면 국제표준에 맞춘 5년제 건축교육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건협의 주장대로 건축사보가 늘어나면 건축사도 많아지고 업계에서 자신들과 경쟁할 상대가 많아지는 것이 수순이다. 이를 막기 위한 방편이 건축사시험 축소와 면허제 부활이다. 면허제가 시행되면 건축사시험에 합격(건축사 자격 취득)한 이후 개소하기 위해 일정 기간의 교육과 면접을 거쳐 다시 면허(건축사 면허 취득)를 발급받아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건축사의 과잉배출을 막아 부실을 방지한다고 말하지만, 사무소 직원은 늘리되 개업하는 건축사 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젊은 건축가들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인력수급을 입맛에 맞게 조절하겠다는 이런 태도가 결국 건축을 밥그릇 싸움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 현재 건축사에 대한 관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하고 있나?

: 1998년부터 대건협 의무가입 제도에 비리가 많다는 민원이 제기되어 의무가입이 폐지되었다. 그러던 중 건축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게 되면서 등록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2012년에 건축사법개정을 계기로 미국 건축사등록원(NCARB)과 영국 건축사등록원(ARB)을 모델로 삼아 한국 건축사등록원(KARB)이 설립됐다. 물론 이는 국제표준에 따라 건축사를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전까지 건축사로 개업하려면 관할 구청에 신고하면 되었지만 등록제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사 자격등록(갱신) 업무, 실무교육 및 실무수련, 건축사시험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건축사등록원은 정부(국토부)에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현재 이 업무는 대건협에서 맡고 있다. 명칭도 대건협 건축사등록원이다. 정부 소속의 공공 기관으로서 협회와 동등하게 의견을 제시해야 할 기구가 대건협에 종속되어 있다 보니 중립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등록건축사 전체 인원에 대한 공식적인 데이터도 해마다 다르게 발표해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 실제 한건협의 내부 조직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기존 협회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

: 기본적으로 회원으로 보는 대상이 훨씬 넓다. 대건협의 경우 개업한 건축사들이 주요 회원이고, 개업 안 한 건축사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한건협은 건축사 외에도 해외 건축사나 교수 등의 전문가그룹, 건축사보, 학생 네 집단으로 구성된다. 실제 건축 생태계를 만드는 주체 전체를 아우르며 관리하고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도 기존의 전국 단위의 조직체와는완전히 다른 체계다. 현재 대건협은 서울(중앙)에서 지회(지역)로 내려가는 수직적인 트리구조다. 지회는 지방자치단체별로 구성되는데, 허가권자 아래 협회가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지역의 지회들은 오랜 관계를 기반으로 허가권자의 역할을 대리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역에서 감리, 수주, 심사, 발주 등에 불공정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다. 우리는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그 주변 도시권역을 아우르는 수평적인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중앙과 지역을 분리하지 않고 동등하게 지위를 부여하고, 위원회 역시 한데 묶어 지역회원도 다양한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 수평적 구조 안에서 건축의 질과 수준을 동등하게 향상하려는 의도다.

 

: 한건협의 창립준비위원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 한건협의 최종 목표는 공정한 관계 회복이다. 건축의 발주, 시공, 감리, 심사 등에서 투명성을 확보하여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한건협은 협회를 준비하는 중이다. 새건협은 한건협을 후원하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권력 구도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창립준비위원들은 이후 한건협의 보직을 맡지 않는다. 다만 정관을 만들고, 회장을 선출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방향만 제시할 뿐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져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제시한다면 그야말로 공약이지 않은가. 법적 협회가 되었을 때 실무자들이 차차 결정하고 이뤄나가면 된다. 계획으로는 일단 2년 안에 전체 등록건축사의 10%1,800(창립준비위원회 추정)을 모집해 정식협회를 설립하는 것이 1차 목표다. 한건협을 잘 조직하고 새건협을 잘 정리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가칭)한국건축사협회 조직 개념도(안)

 


박인수
박인수는 숭실대학교와 동 대학원, AA스쿨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범아건축에서 근무했고 아이아크건축가들의 파트너로 일했으며, 지난 2010년 파크이즈건축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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