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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건축가와의 대화] 방콕의 살아있는 타이폴로지: 챠아키텍츠

사진
더블유 워크스페이스(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챠아키텍츠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태국의 젊은 건축가인 챠아키텍츠는 자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건축 언어를 정립하는 과정의 일부로서 건축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챠랩이라는 이름으로 방콕에 대한 도시 리서치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이 발견한 태국 고유의 건축 언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이를 디자인으로 어떻게 구현하는지 챠퐁 추엔루티모루(챠아키텍츠 대표)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챠퐁 추엔루티모루(챠아키텍츠 대표) × 박창현(에이라운드건축 대표​)



박창현(박): 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현재 태국의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은 어떤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나? 
챠퐁 추엔루티모루(추엔루티모루): 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건축 흐름이 ‘글로벌 건축’의 지배 아래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를 포함해 학생, 학회 등 건축계 종사자들이 글로벌 아키텍처를 형성하는 웹사이트, 잡지, 블로그를 참고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는다. ‘디진’, ‘아키타이저’, ‘핀터레스트’ 같은 플랫폼에서 소위 ‘잘 나가는’ 이미지들은 많은 건축가들이 디자이너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이런 유행은 비서구권에서 자국 문화의 정수를 담은 진정한 건축 언어를 탐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며, 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태국의 젊은 대다수 건축가들이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것과 국제적인 관심을 얻는 것이 태국 건축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는 아무런 비판 없이 외부 세계의 룰에 맞춰 그들의 힘에 저항하지 못한 채 그들의 기준에 맞는 작업들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 고유의 환경적 특성과 문화적 어젠다를 기반으로 하는 건축은 확립되지 못할 것이다.

박: 지금 이야기한 내용은 인도네시아 건축가들과의 인터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한 문제의식이다.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추엔루티모루: 나도 작업 초기에는 글로벌 건축에 동조하는 건축병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은 바람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의 작업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면서, 글로벌 건축 문화에 편승하고자 했던 바람이 건축가로서 나의 정체성과 태국에서 이루고자 했던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독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는 지역 고유의 환경적 특성과 문화,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진정성이 담긴 건축 언어를 찾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를 위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싱가포르가 선도하는 글로벌 건축 트렌드에서 등을 돌리고, 태국 건축계에 존재하는 빈틈을 메우는 데 모든 정신과 노력을 집중해야 했다. 

박: 자신의 정체성과 건축 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삼은 기준은 무엇이었나?
추엔루티모루: 앞서 언급한 새로운 건축 언어를 확립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먼저 현시대 방콕의 생활상에 기반한 건축적 타이폴로지를 분류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기서 말하는 타이폴로지의 핵심은 ‘살아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태국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업에서 건축물의 형태나 프로그램, 언어를 만들어내는 데 이용하는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서구의 모더니즘 모델이며, 둘째는 태국의 전통적, 역사적 모델(사찰, 궁, 농업사회에 기반한 토속적 가옥 양식)이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진정성이 담긴, ‘살아있는’ 방콕의 건축을 구현하려는 내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방콕은 동남아시아 문화와 글로벌 문화가 섞인 독특한 특성과 더불어 도시와 근교, 시골 지역이 공존하는 열대지방의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중반 태국 도시의 타이폴로지 역시 내게는 ‘이미 지나간’ 것이었다.

박: 태국 문화, 특히 방콕이 쌓아온 도시적 맥락과 특징은 무엇인가? 방콕에 대해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 
추엔루티모루: 방콕의 아름다움은 특정한 상징적 형태나 표면적 이미지로 함축할 수 없다. 방콕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이 독특한 곳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특성이 관여한다. 첫째는 ‘통제된 혼돈’이다. 많은 사람들이, 방콕의 거리에서 경험하는 더럽고, 혼란스럽고, 통제되지 않고, 불법적인 거리 건축을 도시 생활과 동일시한다. 외국인들은 길거리 노점상들, 불법 판자촌, 임시 가설물 등이 낭만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이것이 현지인들이 각종 불법 행위와 무정부주의, 법의 부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기에도 분명 질서는 존재한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며, 서구 세계 혹은 선진국들에게 익숙한 선형적 논리 체계로 작동하지 않을 뿐이다. 방콕 사람들은 즉흥적 대응, 재활용, 유머를 겸비한 공간적, 형식적 조작을 통해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전략으로 일상의 난관에 대처하며 살아간다. 둘째는 ‘본질적 모순’이다. 방콕의 통제된 혼돈에 적응하기 위해 활용되는 전략들은 서구적 관점으로 ‘조직’(curated)될 수 없기 때문에 모순으로 가득한 형태와 공간을 낳게 되었다. 여기에 선제적이거나 미리 결정된 이론 또는 하향식 구성 전략은 없다. 모든 결정이 현장에서 바로바로 내려진다. 주민들은 공간과 관련된 문제를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단순하고 즉흥적으로 해결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자재를 잘라 만드는 식이다. 환경과 조건이 특이하다 보니 그 결과물의 형태 역시 장난스럽고 독특하다. 여기에 지역 취향, 유행하는 문화, 농촌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의 개인사가 뒤섞인다. 이를 생각할 때 태국을 대표하는 느낌은 ‘유머’라 할 수 있다. 태국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태국답게 ‘느껴지는’ 것에 대해서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박: 현재 태국 정부는 도시 건축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당신이 보는 태국 고유의 풍경과 문화는 어떤 것들인가? 
추엔루티모루: 태국 정부는 아직도 태국의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특정 아이콘이나 형태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문화, 민족, 종교 면에서 가장 이질적인 혼혈 국가 중 하나이다. 인근의 중국, 인도, 크메르, 버마, 말레이, 페라나칸이나 유럽, 미국과 같은 여러 외세의 영향을 배제한, 순수한 태국적 형태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처럼 지역 고유의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에게 프로그램은 형태와 공간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팝업 마켓, 보도에서 낮잠을 자는 오토바이, 택시 운전기사, 전봇대나 가로수에 어망을 매달아놓는 것과 같은 거리 기반시설과 보도 경관을 휘저으며 말이다. 방콕 거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공간적 프로그램들은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동시에 역동적이다.









박: 삼센 스트리트 호텔은 앞서 언급한 태국의 건축 언어를 잘 드러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태국에서 (흔하지만) 음지에 가려져 있던 시설인 러브 호텔을 공공성의 관점에서 완전히 반전시킨 결과가 특징이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한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나?
추엔루티모루: 우리의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삼센 스트리트 호텔 또한 방콕의 공공 생활과 지역공동체를 되살리고 여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건축선이 후퇴하여 생긴 인도 영역(rabeang)은 호텔 투숙객과 보행자가 앉거나 가로지를 수 있는 그늘진 공간을 조성해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를 지운다. 필요한 때에 호텔에서 이동식 의자, 테이블, 푸드 카트를 가져와 도로와 인도에 설치할 수 있는데, 이로써 도시는 공동체를 위한 공동 거실 공간이 된다. 평소에는 건축 설비를 수용하는 데 활용되는 ‘소이(soi, 대로에서 나뉘는 골목길을 가리키는 용어)’나 골목길은 휴일과 주말에는 거리 뮤지션들을 위한 수직적인 공연 무대로 탈바꿈한다. 야외 극장(nahng glang plang)은 건물의 안과 밖을 전도하기 위한 시도였다. 연인들이 밀회를 위해 차를 끌고 들어왔던 은밀한 뒷골목은 대중에게 열린 공간으로 바뀌어 야외에서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는 등 공동체의 활동 공간으로 활용된다.

박: 이 호텔은 폐쇄적이지 않고 외부로 개방된 연결이 특징으로 보인다. 사회적 관점이나 도시적 관점에서 기능적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했나?
추엔루티모루: 방콕의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에 가변성을 띤 역동적인 경계와 (물리적, 심리적) 울타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 작업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주제다. 우리는 가변성을 지닌 경계가 도시에서 다양한 상황에 따라 의미 있는 연결과 적절한 분리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삼센 스트리트 호텔에서는 조건에 따라 개폐가 가능한 경계를 시도했다. 야간에 호텔 문을 닫는 데 사용하는 낮은 높이의 경계 패널을 뒤집으면 테이블이 된다. 이는 낮 동안 보행자와 호텔 투숙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정글 도시 같은 방콕에서 모든 것이 자유롭게 개방된 조건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사적인 것과 공공의 완전한 분리도 찬성하지 않는다. 조정이 가능한 가변적인 경계장치가 도시의 동적인 조건을 탐색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박: 노점상은 태국의 도시 문화와 직접 연결되는 요소로 독특한 풍경을 형성한다. 노점상을 호텔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도를 선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나 지역 커뮤니티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추엔루티모루: 태국 정부가 설계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 당시 우리는 방콕의 노상 음식점과 관련된 쟁점들을 고려했다. 태국 정부는 노점 판매상들을 특정 구역으로 쫓아내 거리를 정리한 싱가포르의 정책을 옹호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거리를 떠도는 노상 음식점을 모두 철거하길 원했지만, 우리는 그들과 공생할 수 있는 적절하면서도 민감한 균형점을 찾아야 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통제되지 않는 노점상 문화에 따른 문제점들도 고민했다. 상인들이 가로와 보도를 점유해 보행자와 오토바이의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것이나 많은 노점상들이 쓰레기나 위생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문제들을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위생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노상 음식점(푸드 카트) 모델의 설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 시각적으로 내외부를 연결하는 주된 요소는 컬러와 가느다란 파이프이다. 당신이 언급한‘태국 거리의 토착적 하이브리드’에서 착안한 요소로 보이는데 이를 비계 구조를 통해 발전시킨 과정이 궁금하다.
추엔루티모루: 라바리스 호텔과 함께 삼센 스트리트 호텔은 방콕의 새로운 혼성적(hybrid) 건축 언어를 탐구하기 시작했던 프로젝트이다. 삼센 스트리트 호텔의 연두색의 구조물, 즉 비계는 국내외 건축 언어를 탐구한 결과로, 낭만적인 판자촌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삼센 거리의 맥락에 맞게 융합하고자 노력했다. 정형화된 표준 건축 언어인 스킨 개념을 적용하는 대신, 열대몬순 기후의 도시에 적당한 가벼운 구조물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싸고 단순하면서도, 현지의 업자들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철제 파이프와 바를 사용했다. 이 재료들은 방콕에서 강도의 침입을 막기 위해 창문이나 발코니에 다는 철망과 같은 건물의 부속 구조물에도 흔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철제 파이프들은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거나 벤치나 탁자 등 길거리에 놓는 가구에도 사용되며 방콕의 노점 가판대의 재료이기도 하다.

박: 내부에서 인테리어까지 모두 디자인했나? 건축의 콘셉트가 내부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방향이 있었나?
추엔루티모루: 우리는 사인물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와 그래픽 일체를 디자인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인 삼센 스트리트 호텔에서 알 수 있듯, 이 호텔은 방콕 ‘거리’의 모습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따라서 호텔 내부는 이 거리의 확장으로 보았다. 차선처럼 그려진 바닥의 점선은 호텔 1층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된다. 투숙객들은 점선을 따라가다 보면 로비에서부터 수영장과 객실로 이어지게 된다. 천장은 비싸고 화려한 재료 대신 기계, 전기설비, 수도, 통신선 등을 정리하는 데 쓰이는 일반적인 산업용 금속 덕트의 철판(트레이)으로 마감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대로변에서 본 기존 건물 (ⓒ챠퐁 추엔루티모루), 러브 호텔(커튼 섹스 모텔) 유형의 기존 건물

박: 챠아키텍츠에서는 리서치 프로젝트로 ‘방콕 혼성 연구’를 진행했는데 어떤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는가? 이러한 연구는 설계 작업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추엔루티모루: 삼센 스트리트 호텔은 방콕의 토착 건축에 대해 챠아키텍츠가 5년째 진행하고 있는 ‘방콕 혼성 연구’의 결과물이다. 앞서 언급했듯, 방콕의 진정성 있고 ‘살아있는’ 건축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위한 첫 단계로 시작한 연구다. 나는 노상 음식점(푸드 카트)에서부터 판자촌, 불법 팝업 마켓에 이르기까지 방콕 시내의 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상적인 건축들이 모두 이 경이로운 ‘혼성(bastards)’의 DNA를 공유한다고 느꼈다.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순수하고 미성숙하며 진정성이 담긴 디자인이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가장 독특하고 지역적이며, 가변적이고 참신한 가내수공업 방식을 통해 일상에서 매순간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한다. 가장 값싼 (대부분 거저 얻는) 자재들을 이용해 최대치의 효율을 내는 것이다. 삼센 스트리트 호텔은 언급을 꺼리는 음지의 건축 유형 중 하나인 커튼 섹스 모텔(러브 호텔)을 개조한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유형의 건축물은 은밀한 연애를 즐기려는 사용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간적인 배열은 여타 건물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 창문이 진하게 선팅된 차를 타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터널 형태의 지상 통로를 통해 진입한다. 그리고 나면 객실과 붙어있는 빨간(혹은 파란색, 초록색) 커튼으로 가려진 주차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들이 다시 건물을 빠져나갈 때에는 입구를 정찰하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옆 골목으로 이어진 비밀 출구를 통해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간다. 우리는 또 다른 리서치 중 하나인 ‘방콕 건설 노동자들의 주택 연구’를 통해 유목적 성격의 임시 거처가 두 가지 요소, 주 객실과 비계 구조물로 이루어짐을 발견했다. 주 객실은 건설 인부들이 잠을 자는 아주 작고 단순한 소형 주거 유닛이다. 비계는 발코니처럼 탁 트인 외부 공간이지만 지붕으로 덮인 가벼운 구조로 동선과 식사, 음주, 요리, 세탁, 사회적 교제 등을 위한 다목적 야외 생활 공간의 역할을 한다. 비계 공간은 주 객실을 햇빛과 비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열대기후에 적응하는 주요한 도시 건축적 요소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종종 열대 도시 내 전이 공간이자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박: 2018년 제주도에서 열린 ‘2018대한민국건축문화제 국제 컨퍼런스’에 초대되어 건축 작업을 소개하고 토론에 참여했다. 방콕과 비교할 때 서울의 상황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는가?

추엔루티모루: 방콕과 서울은 매우 중요한 도시·건축적 조건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식민 지배를 받은 적 없는 유일한 나라인 태국은 서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이 역사는 시암(Siam) 왕국을 전략적 완충국으로 만들어 미얀마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지배하던 프랑스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했던 라마 5세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은 강제적인 서구화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로서 서구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태국의 수도인 방콕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었다. 외국의 문화와 트렌드를 카멜레온처럼 흉내내고 복사하는 능력은 결국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 역시 같은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 기술시장, 패션시장, 글로벌 대중문화(K-POP, K-Drama)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가 된 서울 역시 방콕처럼 여전히 자기만의 색(soul)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주한슬(고려대학교 건축학과)​​ 

 

비계를 활용한 리노베이션 개념: (왼쪽 위) 기존 구조, (​오른쪽 위) ​돌출된 침실 공간 추가, (​왼쪽 아래) ​비계 구조물 추가, (오른쪽 아래) 새로 추가된 전체 구조물​

 


 


▲ SPACE, 스페이스, 공간


챠퐁 추엔루티모루
챠퐁 추엔루티모루는 미국 UC버클리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사를,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버클리에 위치한 페나우 앤 하트만 아키텍츠, 보스턴에 위치한 오피스 디에이에서 실무를 쌓았다. 방콕으로 돌아온 후 2012년에 챠아키텍츠를 설립했다. 그는 ‘방콕 혼성 연구’를 통해 방콕의 진정한 본질을 포착하고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창현
박창현은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에이라운드건축의 대표이다. SKMS 연구소로 제32회 건축가협회상, 조은사랑채로 서울시건축상, 제주무진도원으로 김수근 프리뷰상, 제주서호동주택으로 2019년 독일 아이코닉 어워드를 수상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대학교, 홍익대학교, 고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국, 일본, 포르투갈 등 세계의 건축가 60여 명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건축계의 지도를 독자적으로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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