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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된 공장에 색색의 폴리를 얹다: 코스모40 2단계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코스모40은 오래된 화학공장을 개조한 복합문화시설이다.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는 공간을 천천히 채워가면서 지역에 꼭 맞는 시설을 만들고자 했다. 그의 요구에 따라 양수인(삶것 대표)이 2018년에 건물을 리노베이션했고, 이어 임승모(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2020년에 내부공간 디렉팅을 맡았다.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건물 곳곳에 폴리를 배치한 임승모에게 프로젝트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인터뷰 임승모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대표 × 김예람 기자 


김예람(김): 어떠한 계기로 코스모40의 내부를 설계하게 됐나? 

임승모(임): 2018년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건축가의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를 빈브라더스 강남점에서 진행했다. 나도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 그때 장소를 내어준 사람이 클라이언트인 코스모40의 대표다. 처음 코스모40을 방문한 것은 그 다음해 가을에 열린 사진작가 신경섭의 개인전 때문이었다. 건물을 설계한 양수인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내부를 둘러봤는데 마치 영화 ‘배트맨’ 속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섬유강화플라스틱이 남아 있는 도미노 룸, 최상층에 위치한 그레이팅 플로어의 분위기에 반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고 코스모40 측으로부터 내부 공간의 설계를 부탁하는 연락을 받았는데, ‘공간과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김: 이 프로젝트는 오래된 공장을 개조하는 1단계와 건물 내부를 활성화하는 2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앞서 프로젝트의 기틀을 잡은 양수인과 어떠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가?

임: 양수인은 노후화 문제로 더 이상 기존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SPACE(공간)」 616호 FRAME 참고). 40년 된 건물에 새로운 매스를 삽입하여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경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와 함께 디자인 방향, 공간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여러 시설물을 따라 전체 공간을 거닐 수 있는 동선을 계획했다. 


김: 코스모40은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운영해왔다. 2년 동안 이 공간을 사용하면서 새롭게 대두되는 요구 사항이나 문제점은 없었는가? 

임: 그동안 디제잉 파티, 전시회, 토크 콘서트, 스케이트 보드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하지만 기존 건물의 원형을 많이 유지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래서 여러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1층 벙커 공간과 2층 메자닌, 3·4층의 환경을 개선했다.


김: 실내 곳곳에 ‘폴리’를 도입했다고 들었다. 이 건축 개념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인가?

임: 공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건축가가 다양하고 꾸준한 활동을 담는 공간을 만들어야 그곳이 오랫동안 활용되지 않는가. 통념적으로 폴리는 기능보다는 형태가 강조되는 조형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스모40의 폴리(이하 코스모 폴리)는 오브제이면서 분명한 용도를 지니기도 한다. 마치 전망대나 버스 정류장의 기능을 하고 있는 광주 폴리처럼 말이다. 코스모 폴리를 삽입함으로써 여러 이벤트를 수용하고 각 폴리의 유기적인 관계를 확연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농담 섞인 말로 이곳에 코스모 폴리를 40개 정도 놓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웃음)

 

 


코스모40 2단계 다이어그램

 

 

 

김: 코스모 폴리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져 있는가?

임: 공간의 연결을 시각화한 폴리, 이벤트를 수용하는 폴리, 휴식 공간으로서의 폴리, 장식과 배경으로서의 폴리로 구분할 수 있겠다. 청록색의 계단은 3층과 4층을 이으면서 프로그램의 연결을 암시하고, 4층 그레이팅 플로어 위에 만들어진 공간은 무대 같은 역할을 한다. 베이커리 카페 옆에 있는 폴리는 편히 앉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벤치가 되고, 형광빛을 뿜는 폴리는 사진 촬영에 적합한 분위기를 만든다. 

 

김: 구현하지 못한 폴리도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 달라.

임: 실제로 만들지 못해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1~3층을 연결하는 ‘코스모 캣’이다. 고양이처럼 생긴 매스인데 매표소이자 계단이고, 영상을 보여주는 관람 공간이기도 하다. 이 폴리를 통해 1층의 다목적 홀로 향하는 길이 생겨 공간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현장 여건상의 문제로 구현하지 못했다.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귀도 달았는데 아쉽다. (웃음) 2층은 전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검은 석재 타일을 깔아 분위기를 정돈했지만, 가구나 집기까지 설치하지는 못했다. 아마 코스모 폴리들이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오면 다시 작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폴리의 수를 줄였지만, 그 요청이 아니었어도 이곳에 폴리를 많이 놓지 않는 것이 적절했을 테다.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 편이 혹시 모를 다음 순서의 건축가나 이 건물에게도 좋을 것이다.​

 

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4층 그레이팅 플로어를 리노베이션했다.

임: 철제로 된 그레이팅 플로어에는 장비 배관이 뚫고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다. 철거하면서 곳곳이 휘어지고 찍혔는데, 이 부분이 기존 공장의 기억과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붉은색 데크를 과거의 그레이팅 플로어 위에 띄우고, 플로어의 일부를 절개하여 데크를 지지하는 기둥을 세웠다. 데크 아래를 내려다보면 유리 천장으로 마감된 식음료 시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래된 건물과 새 공간의 관계가 잘 드러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김: 그동안 상업 공간을 디자인할 때 색상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 코스모40 역시 색상이 부각되는 작업인 듯하다. 

임: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옛것과 새것을 병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관은 오래된 대로, 신관은 새로운 대로 논리를 구축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코스모40의 인테리어에는 주변에 위치한 산업단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청록색과 주황색을 주로 사용했다. 톤은 비슷하게 유지하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색의 채도를 높였다. 


김: 같은 색이더라도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색이 다르게 구현된다. 

임: 색상 유리와 벨벳 커튼이 적절한 예시가 될 것 같다. 반투명한 주황색 유리는 공장에서 사용되던 그레이팅 형태의 벽과 맞붙어 있는데, 이 두 레이어를 병치하여 현재와 과거의 시간 차이를 보여주고자 했다. 4층에 설치된 벨벳 커튼은 조명의 빛을 흡수하여 공간의 분위기를 은은하게 만들고, 거대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일부 차단하기도 한다. 


김: 최근 인천의 구도심인 구월동, 가좌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획자와 창작자가 늘고 있다. 코스모40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이 왜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한다고 생각하는가? 

임: 클라이언트가 이곳의 상황을 볼링에 빗대어 설명한 적이 있다. 인천은 서울에 비해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데, 마치 여러 볼링 핀을 와르르 쓰러뜨릴 수 있는 볼링핀 하나가 절실하다고 한다. 이 건물의 2층을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서비스센터’도 구월동에서 그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코스모40 주변에도 서핑 보드, 천연 염색, 인형, 모자 등 다양한 소재로 활동하는 창작자가 많은데, 클러스터처럼 모여 있어서 점 단위로 활동할 때보다 더 크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임승모
임승모는 창조건축과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후, 2017년에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그는 환경시설물, 가구, 조형물,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2017년 아메리칸 아키텍처 프라이즈에서 우수 인테리어상을 받았으며, 2018년 「인테리어 디자인 매거진」이 고른 신진 디자이너 14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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