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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향하는 통합 디자인: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 김예람
사진
홍기웅(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더퍼스트펭귄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더퍼스트펭귄은 그래픽, 브랜딩, 가구, 공간 등 다양한 작업 범위를 소화하는 통합 디자인 스튜디오다. 그들은 운영자의 특성을 콘셉트로 확장해석하여 다채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최재영을 만나 그들의 작업 방식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인터뷰 최재영 더퍼스트펭귄 대표 × 김예람 기자 

 

 

김예람(김): 더퍼스트펭귄은 여러 디자인 영역을 망라하고 있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스튜디오가 운영되는지 궁금하다. 

최재영(최): 현재 스튜디오에는 열세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업무 분배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통상적으로 세 명이 한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디자이너 두 명과 디렉터로 구성되는데, 아직까지는 내가 모든 프로젝트의 디렉팅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브랜딩이나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프로젝트, 건축이나 리모델링 같은 경우에는 한두 명을 더 충원한다. 

 

김: 어떤 계기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게 됐는가?

최: 2009년에 더퍼스트펭귄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열었다. 젊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카페였다. 내 손으로 공간을 꾸몄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걸 보고 공간 디자인을 의뢰했다. 설계 요청이 점차 늘어나서 카페를 접고 2012년 사무실을 열어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김: 더퍼스트펭귄은 공간을 디자인할 때 어떠한 점을 우선으로 두고 있는가?

최: 공간 디자이너로서 나의 배경이 이 분야의 대다수 사람들과 다르다 보니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더퍼스트펭귄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자기다움’을 끌어내고 그것을 브랜드와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김: 클라이언트의 자기다움을 도출하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최: 디자인 스튜디오는 클라이언트의 예산을 가지고 그 사람을 위한 공간과 브랜드를 만드는 곳이다. 하지만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방향을 제시하면 클라이언트는 끌려올 수밖에 없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면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 말할 수 없다. 그의 취향과 성향이 묻어나지 않을 경우 머지 않아 운영상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도 그런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욕심을 내어 하고 싶은 콘셉트를 강하게 밀고 나갔고 클라이언트가 의견을 수용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공간과 브랜드에서 자기다움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결국 클라이언트가 사업을 접고 말았다. 매출이 부진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비슷한 시행착오를 몇 번 겪으면서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를 닮은 공간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에는 의뢰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물론이고, 그 사람의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전략, 공간, 가구, 그래픽, 음악, 향 등으로 녹인다. 

 

 

카페 ​.txt​(2017) / ⓒShim Seokyong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의 플래그십 스토어 ‘라이프 포지티브 스튜디오’(2020)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무거버거’(2019)

 

 

김: 앞선 경험 덕분인지 지금의 더퍼스트펭귄 프로젝트를 보면 운영자에게 꼭 들어맞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상업 공간이 오래가기 위해서는 방문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 않은가?

최: 우리는 공간이라는 매체를 통한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보다 한 단계 더 깊고 직접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사용자라는 단어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과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을 모두 포괄한다. 이러한 접근이 공간에 담긴 운영자의 정서를 잘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카페 ‘.txt’(2017)를 예로 들어보겠다. 이곳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참 잘 만드는데, 카페가 지하철역에서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 외진 곳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이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때문에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손님들에게 높은 가격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커피의 맛만큼이나 음료를 주문하고, 건네받고, 마시는 과정을 세심하게 디자인 했다. 소수에게 가치를 판매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공간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에 앞서 공간의 사용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어줄 것인가를 브랜드 전략 관점으로 도출하려 노력한다. 

 

김: 커피를 만드는 과정이 제품과 가구 디자인에 반영된 듯하다. 

최: 바리스타가 수고스럽게 음료를 만드는 장면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공간의 구조,형태나 가구처럼 물리적인 형태를 지닌 무겁고 큰 요소들에 앞서, 공간에서 벌어지는 행태와 경험 등 비물리적인 요소 또는 음식의 재료나 소품처럼 가볍고 작은 요소들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한다. .txt의 주문 시스템이 그 예시라 할 수 있는데 음료를 주문할 때 카운터로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건조하게 주문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커피의 종류를 종이에 적어서 바리스타에게 전달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글자로 소통하는 것이 커스터마이징 커피에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고 판단하고 그에 맞는 주문서와 관공서 문서 서식함 같은 커피 카운터를 만들어 사람들이 주문서를 꺼내 쓰도록 만들었다.​ 

 

김: 최근 지어진 작업 중 통합적 공간 디자인이 잘 적용된 프로젝트가 있는가?

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옆에 있는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의 플래그십 스토어 ‘라이프 포지티브 스튜디오’(2020)가 그렇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공간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바디 포지티브’라는 개념을 기저에 두고 기획, 설계됐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자는 이 스포츠 의류 브랜드의 철학을 좀 더 넓게 해석하여, 이 공간이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품어주는 역할까지 수행하기 바랐다. 그래서 차를 마시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다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남기는 셀프 사진 스튜디오, 한옥단지와 먼 산을 바라보며 요가를 체험하는 운동시설 등을 제안했다. 

 

김: 상업 공간을 이야기하면서 사용자의 행동을 나열하는데, 마치 건축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인 시퀀스처럼 들린다.

최: 큰 건물뿐만 아니라 카페나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중소 규모의 공간에서도 기승전결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람들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공간에 몰입할 수 있지 않나. 설계할 때마다 경험 순서를 고려하여 공간 요소를 배치하지만, 늘 의도한 것들이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공간의 흐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김: 제주도에 위치한 ‘무거버거’(2019) 또한 통합적 공간 디자인이 잘 반영된 건물이라고 들었다. 패스트푸드를 판매하는 공간에서는 어떠한 사용자 경험을 배치했는지 궁금하다.

최: 클라이언트는 건물을 의뢰하기 전부터 햄버거 가게를 운영해왔다. 그는 미국식 햄버거처럼 치즈와 육즙이 흐르는 버거가 아닌 자연 재료의 맛을 살리는 편이 제주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의 집념이 음식에서 끝나지 않고 건물로 확장되기를 바랐다. 무거버거 위치에서는 동서남북으로 바닷가, 습지, 해안도로, 한라산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데, 햄버거를 먹으면서 이런 자연경관을 바라보는 경험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을 넓은 시야로 볼 수 있도록 수평 띠창을 사면으로 둘렀다. 제주도는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 참 많은데 이런 기후를 활용한 요소가 2층에 있다. 2층 중정에는 얕은 물이 담긴 수조형 천창이 있는데, 바람이 불면 물결을 따라 빛의 파장이 발생하고 그 빛은 고스란히 1층으로 투과되어 또 다른 자연을 선사한다.

 

김: 더퍼스트펭귄은 바닥에 우드칩을 깔거나 형광 PVC 시트로 공간을 구분하는 등 독특한 재료 사용법을 보여왔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재료를 선정하는가? 

최: 창작자의 기본적인 태도다. 재료를 반복하거나 뻔하게 사용하지 않으려는 마음 말이다.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재료의 위험부담이 다소 있더라도 그동안 비슷한 유형의 프로젝트에 잘 사용되지 않은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한다. 최근 공간, 브랜드 작업뿐만 아니라 건축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고 있는데 인테리어 프로젝트에 비해 그 여건과 환경이 척박하다. 이렇게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건축물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그 형태를 담백하게 만드는 대신 재료를 더 공들여 사용하려 노력한다. 앞서 언급한 라이프 포지티브 스튜디오는 규화 처리한 삼나무를 사용해 외관을 만들었고, 곧 완공되는 ‘위드지스 제주 쇼룸’은 콘크리트를 치핑해서 검은 화산석 종석이 도드라지는 질감을 구현했다.

 

 

​카페, 진정성 본점​(2017)​ / ⓒKim Younghyun

  

침구 브랜드 식스티세컨즈의 쇼룸 식스티세컨즈 라운지(2019)

 

창호 브랜드 위드지스의 쇼룸(2021)​/ ⓒ더퍼스트펭귄

 

 

김: 적은 자본으로 공간을 차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상업공간 인테리어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유형의 공간이 생기는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공간이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더퍼스트펭귄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 사실 우리에게도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너무 흡사한 디자인을 발견했을 때는 기분이 크게 상하지만, 도용으로 인한 클라이언트나 스튜디오의 피해를 명확하게 입증하여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면 무척 속상하지만 이런 현상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이런 상황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보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주 그리고 더 깊게 보여주는 것이 현명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공간 디자인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단어가 건축,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더퍼스트펭귄은 이 신조어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개념을 어느 정도까지 공간에 반영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최: 꽤 많은 클라이언트가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주문한다. 이 요청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의 이면에 대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스타그램은 찰나의 순간을 공유하는 SNS다. 표면적으로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쉽게 소비하는 태도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대중이 건축과 공간을 애정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도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내 공간을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세련되게 표현하면,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흥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달라는 말이 아닐까. (웃음) SNS 형식에 적합한 장면이 공간의 완결성을 해치지 않는다면 굳이 배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김: 포트폴리오에서 건축 프로젝트의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전보다 규모가 큰 작업을 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그 안에서 더퍼스트펭귄이 지켜나갈 지향점을 공유해주기를 바란다. 

최: 감사하게도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작은 프로젝트에서 해왔던 독창적인 접근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앞으로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작은 프로젝트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비즈니스 면에서 큰 의미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작은 규모의 작업을 통해 우리 디자인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알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더퍼스트펭귄은 기존에 없었던 유형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꿈꾸고 있다. 건축, 인테리어, 브랜딩, 가구, 조명, 설치작업 등 공간을 매체로 삼는 모든 유형의 창작을 수행하는 스튜디오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 아직 요원한 일일 수 있지만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남겨본다.​

 

 


최재영
최재영은 2009년부터 프리랜서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2년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을 설립했으며, 현재 공간 디자이너 겸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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