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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인터뷰 - 한승재

16기 SPACE 학생기자
진행
최은화 기자

16기 SPACE 학생기자단이 ‘다시 보는 「SPACE」’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콘텐츠는 월간 「SPACE(공간)」에 게재된 프로젝트, 이슈, 인물 등을 되짚어보는 인터뷰 시리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1. 서재원, 이의행(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오렌지주스맛 단단집

2. 이진오, 박인영(건축사사무소 SAAI): 어쩌다가 건축으로 만난 인연들

3.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건축의 일부와 일생

4. 이용주(이용주건축스튜디오): 건축으로 교감하기

5. 한승재(푸하하하프렌즈): 벌거벗은 진솔함​

6. 정수진(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삶과 정서적 공간으로서의 집

7. 윤승현(건축사사무소​인터커드): 비움, 채움, 이음 

8.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문화행동이 문화가 되기까지  ​ 

 

 


월간「SPACE(공간)」 2019년 5월 618호 20~21쪽 

 

 

 

벌거벗은 진솔함​

 

인터뷰 한승재(푸하하하프렌즈) × 장은영, 김재희, 도현우, 유아림(16기 SPACE 학생기자단) 

 ​ 

​16기 SPACE 학생기자단: 2019년 1월 성수연방 완공 이후 시간이 꽤 많이 흘렀어요. 오픈 당시 중정에 있던 파빌리온도 지금은 없어졌는데요. 지난 월간 「SPACE(공간)」 2019년 5월호 REPORT에서 중정을 비워 둠으로써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쓰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나요? 아니면 파빌리온처럼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가 동선을 만드는 것이 공간을 더 좋게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승재: 파빌리온은 원래 계획에 없었어요. 성수연방을 운영하는 회사인 OTD코퍼레이션에서 방문객들을 위한 포토존으로 사용하라고 만들어 놨던 거에요. 그것 때문에 건물이 잘 이용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파빌리온이 없어져서 앞으로는 점점 더 자유롭게 사용되는 공간이 될 것 같아요. 사용자의 행동을 강제하는 설치물은 없는편이 나은것 같아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이제 파빌리온이 없어졌으니 앞으로 원래 의도대로 공간이 사용될 수 있겠네요. 계획 당시에는 중정이 어떻게 사용되기를 바랐나요? 

한승재: 중정이 다시 비워졌으니 원래 의도대로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는 조건이 맞춰지긴 했는데, 지금 사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중정에 놓인 의자, 테이블이 모두 같은 제품이고 가게마다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닌가 봐요. 저는 가게들이 중정을 더 자유롭게 썼으면 좋겠는데, 이미 정해진 이용 방식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더 자유롭게 사용되는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 같아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성수연방’이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고 들었어요. 건축가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셈인데, 어떤 공간을 제안했나요? 

한승재: OTD 코퍼레이션이 프로그램을 정하는 데 있어서 아마 제가 어느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공장 가운데의 중정을 성벽으로 둘러 싼 것처럼 만들어서, 사람들이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하는, 옛날 중세시대같은 고립된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얘기했거든요. 그때 지어진 이름이 ‘성수연방’이에요. 설계를 의뢰한 회사에서 이미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심지어 임대료를 생산품으로 받자는 아이디어도 했었거든요. 성수연방이 요식업 사업자들이 입점하는 곳인데, 비싼 임대료 대신에 음식이나 물건 등의 상품을 생산해서 그걸로 임대료를 대체하는 거예요. 상품은 그냥 집에서 개인이 만들어서 팔 수 없어요. 인증도 받아야 하고, 깨끗한 시설에서 생산해야 해요. 만약 ‘내가 집에서 햄을 만들어서 팔고 싶다’ 라고 생각하더라도 집은 공장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하죠. 그런 생산하는 상인들이 모인다면 여기 성수연방은 공장이니까 판매하기도 훨씬 수월해져요. 그런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월간「SPACE(공간)」 2019년 5월 618호 26~27쪽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기존의 대명케미칼 화학공장 건물을 리노베이션할 때 기존 건물의 존치 요소를 담은 지침서를 제작해 건축주에게 전달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에 주목했는지 궁금해요. 

한승재: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 건물에서 존치하는 건 아니에요. 기존 건물 앞에 기둥을 세우고, 발코니를 달고, 브리지를 추가했어요. 위에서 봤을 때 기존 건물의 레이어에 중정 방향으로 새로 추가된 레이어가 있는 셈이에요. 상가가 입점하면 본인 가게 앞에 스티커도 붙이고 간판도 붙이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기둥이라는 건축 요소는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각각의 상가에 ‘스타벅스가 들어오겠다’라고 하면 우리가 스타벅스랑 디자인을 하고, ‘블루보틀이 들어오겠다’ 하면 블루보틀이랑 얘기를 하면 될 텐데 임대형 건물은 누가 들어올 지 모르잖아요. 임대를 주면 그 사람이 어떤 미적 감각을 가졌는지도 모르고. 그런 하나하나의 모양을 떠나서 전체적으로 건물이 지저분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중정 방향으로 한 켜를 더 뒀어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SPACE」 2020년 5월호 푸하하하프렌즈 FRAME에서 ‘집 안에 골목’ 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썼어요. 그때 “왜 안과 밖은 달라야 하는지?”라고 역으로 질문하거나, 건축행위를 춤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건축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은 주로 어떻게 시작되나요? 영감을 받는 원천이 있나요? 

한승재: 건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 건축을 여러가지 일어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건축가가 집이나 건물을 따란~ 하고 지어서 이 안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진다고 보통 생각을 할 거에요. 그래서 책임감도 크고요. 물론 기능적인 책임감은 당연히 있죠. 따뜻해야 되고, 살기 편해야 되는 건 있는데 예를 들면 집이 네모라서 가구가 다 정확하게 들어가야 한다든지, 아니면 이렇게 거실이 있고 여기 소파가 있고 앞에 텔레비전이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야 한다든지 하는 그런 책임감까지도 안고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게 모든 것이 딱 맞게 떨어져야만 좋은 집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건물이 아주 많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예외적인 상황이 하나만 있어도 안 되고 재미있을 수 있는 구석이 없거든요? 저는 그래서 건축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조금 더 부족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만약에 건물이 남향에, 창이 남쪽을 향해 있고,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고, 그렇게 되면 완벽한 건물이고 당연히 좋겠죠. 그런데 ‘집 안에 골목’ 프로젝트를 예로 들자면, 안과 밖을 다르게 만들기 위해 밖에 쓸데없이 벽이 하나 더 설치되어 있어요. 그건 기능적으로는 필요가 없지만 그곳에 있는 거에요. 노래도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특이한 노래도 있을 수 있는 것처럼 건축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건축을 장르 중에 하나로 보려고 해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건물을 설계하는 일 외에도 가구나 집기를 디자인하거나, 벽돌 등의 재료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해요. 이러한 활동들을 보면, 외부 제약이 없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정해진 기간에 결과물을 내야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시공하다 생기는 어려움들도 때때로 있을 것 같아요. 작은 스케일을 다룰 때 달라지는 점은 없나요? 

한승재: 예전에는 가구를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냥 가구만 하는 사람들이 훨씬 잘하는 것 같아요. 튼튼해야 하고 손에 닿는 느낌도 좋아야 하는데 사실 저는 그런 건 별로 관심 없거든 요. 건축은 너무 신경 쓸 일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가구 하나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이 하는 게 훨씬 나은 거 같아요. 그게 잘하는 일인 것 같아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소장님의 이전 단행본, 인터뷰 등을 찾아보면 ‘조형적 작업’, ‘장인 정신’, ‘기본값’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한승재: 가장 먼저 건물이 갖춰야 할 기본값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기본에서 모든 게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를 테면, 계단인데 단 높이가 다른 게 하나 있을 때 ‘아, 어쩔 수 없지’ 하고 합리화하는 게 아니라 이 계단에 맞춰서 바닥을 다 까버리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장인정신을 중요시해요. 그리고 너무 조형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겁쟁이라고 생각해서, 가끔씩 과감한 조형을 시도하는 편이에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조형적 도전을 하지 않는 디자이너를 왜 겁쟁이라고 생각하나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한승재: 기본만 잘해도 충분한데 꼭 뭔가를 더 해서 욕을 먹잖아요. 윤한진 소장이 진행중인 ‘고안된 장식들’ 프로젝트도 조형적인 부분이 되게 많거든요? 동그란 요소도 있고. 하지만 동그라미가 나와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는 없어요. 장식적 요소들이 없어도 사실 이미 충분한 건물이에요. 그래서 조형적인 것은 결국… 뭘까요? 조형을 그 자체로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겁을 내지 않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게 조금은 어려운 구조를 선택하는 용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느닷없이 새빨간 색깔을 칠하는 용기일 수도 있고. 디자이너로서 용기를 가져야 새로운 세계를 열 수있죠. 그래서 덕목같이 여겨요. 용기를 가지는 것.

 

 

 


한승재 ×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인터뷰 현장
 


장은영, 성수연방 드로잉

 


한승재
한승재는 세종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식탐이 많고 말이 많은데 꼭 필요한 말은 빼놓고 하는 버릇이 있어 고치고 있는 중이다. 아침 잠이 적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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