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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된 동네를 잇다: 루프 스퀘어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HG-아키텍처
진행
박세미 기자
background

이문 고가 하부에 계획된 ‘루프 스퀘어’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고가 하부 공간 개선사업의 일환이다. 루프 스퀘어를 설계한 국형걸은 ‘지붕’이라는 건축적 요소를 통해 단절된 동네를 잇고, ‘마당’처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인터뷰 국형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박세미 기자​​

 

 

 

 

박세미(박): 고가 하부 공간은 컨디션이 비슷해 보이지만, 주변의 도시적 상황에 따라 그 역할과 해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문 고가 하부 공간은 어떤 도시적 맥락 안에 놓여 있었는가? 더불어 서울시는 어떤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었는가? 

국형걸(국):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고가도로의 하부 공간을 발굴하고 활용하여 도심 내 부족한 사회기반시설 및 지역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는 고가 하부 공간 활용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에 있으며, ‘루프 스퀘어’는 제안공모를 통해 당선된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법규 가이드와 함께 공모를 통해 건축가가 프로그램 및 공간을 주어진 공사비 내에 자유롭게 제안하도록 했다. 단, 이문 고가 하부의 경우, 운영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외부 공간 위주로 조성해 달라는 추가적 요청이 있었다.한편, 이문 고가 하부는 고가도로라는 도시의 인프라가 만들어낸 도시 콘텍스트의 단절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문3동은 이문 고가를 경계로 서측의 오래된 주거지와 동측의 아파트 단지로 나뉜다. 특히, 이문 고가 하부는 지상 구간인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과 맞물리면서 동네 간의 소통과 연결이 모두 단절되어버린 지역이다. 이로 인해 가로의 연결은 끊기고, 거대한 장벽을 경계로 도시경관은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고가 하부는 유휴 공간이자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거대하고 삭막한 콘크리트 공간이었다.

 

박: 루프 스퀘어는 지붕이라는 건축적 요소를 활용하여 단절된 주변부를 연결한다. 고가 하부 공간에 설계된 중층 공간은 어떻게 수직, 수평적으로 주변과 연결되고 있는가?

국: 단절된 동네를 이어주고 거대한 공간을 휴먼 스케일의 다양한 공간으로 조성해주는 ‘지붕(roof)’을 제안했다. 대상지 바로 옆 신이문역 플랫폼에서 보이는 저층 주거지의 지붕에서 착안했다. 신이문역과 정확히 같은 높이에 중층 공간을 계획해 중층에서 지붕의 풍경이 펼쳐지도록 했다. 또한 서로 단절된 동서 방향으로 경사지게 열리도록 계획했다. 지붕의 상하부는 이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를 품어 안는 공간이 된다. 

 

박: 루프 스퀘어의 상하부 공간에는 문화마당, 휴게마당, 체육마당, 어울림 마당이 조성됐다. 각 공간이 어떻게 작동하기를 바라며 설계했는가? 

국: 대상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조사한 결과, 삭막한 유휴지인 이문 고가 하부는 주차장이기도 하지만, 동네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좌판을 깔고 모임을 갖고 쉬는 공간이었다. 낮에는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했고, 밤이 되면 주변의 음식점들이 점유하여 활용하는 다목적 도시공간이었다. 이러한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활동을 담고, 더 다양하고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루프 스퀘어의 목표였다. 동서 방향으로 번갈아 열리는 경사 지붕은 상부에서는 시선을 동서 방향으로 확장시켜 주고, 하부에서는 주변의 동선을 고가하부로 끌어들인다. 지붕 상부 공간은 주민들을 위한 쉼터 및 문화 체육 공간(문화마당, 휴게마당, 체육마당)이며, 지붕 하부 공간은 주민들의 쉼터이자 시간에 따라 주변 상인들도 이용 가능한 공공 공간(어울림마당)이 된다.​

 

 

 

 

 

 

 

박: 고가 하부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재료 사용과 조명, 디테일 계획에서 어떤 고민들을 했는가?

국: 고가도로는 모두 기본적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법규적으로 ‘가설건축물’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면 안 되기에 철골조로 계획했지만, 고가 구조물과 이질적이지 않고 조화될 수 있도록 슬래브 부분과 옆면은 노출콘크리트 마감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고가 하부 천장면은 실외이면서도 실내 같은 느낌을 주고자 타공 디자인이 들어간 스테인리스 패널로 마감했다. 한편 고가 하부는 어둡고 음침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명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 조명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난간, 벤치, 바닥, 데크 등에서 다양한 경관 조명을 연출했다. 특히 자치구의 협조로 체육 시설물과 안내 표지판, 사이니지 등의 모든 외부 시설 요소를 설계부터 제작까지 맡아 진행했다. 그 결과, 공공시설로서 갖기 어려운 작은 요소까지 건축가의 디테일이 반영된 공간이 됐다.

 

박: 특히 이문 고가 하부의 경우, 양쪽으로 큰 도로가 있지 않고 동네 상권과 주거가 맞닿아 있는 만큼, 주민들의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완공 이후 실제로 주민들의 활용 모습은 어떠한가? 

국: 주변 상권이 바로 맞닿아 있어서 공사 당시에는 쉽지 않았다. 가설공사 등 시공도 어려울 뿐더러 끊임없는 민원으로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현재는 주변 상권이 가장 활용을 많이 하고 있는 듯하다. 이전에도 주차장의 빈자리에서 모여 쉬거나 음식점들이 노천 영업 자리로 활용했지만, 완공 후에 설계 의도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쉬고, 모이고, 어울리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 같다.다만 지붕 상부에서의 공연 및 전시는 초기에 구청 혹은 문화재단 주도의 모임이나 행사를 통한 홍보나 가이드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민간이 자발적으로 활용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

 

박: 고가 하부 공간의 특성상 설계와 시공에서 어려웠던 점이나 한계도 있었을 것 같다. 

국: 루프 스퀘어의 설계는 2018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다. 시공 및 감리는 2019년 6월 시작되어 그 다음해 5월까지, 당초 계획보다 5개월여 기간이 늘어나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소규모 공공 프로젝트는 설계와 시공에 있어서 한정된 예산과 시간의 제약 등으로 인해 건축가에게 항상 쉽지 않은 일임은 사실이다. 특히 고가 하부 공간은 일반 대지보다 지하 지장물(전기, 통신, 상하수, 맨홀, 교각기초 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설계 시 지장물에 대한 정보 및 측량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다수의 중대한 변경이 계속 이루어지면서 진행이 무척 어려웠다. 또한 일반적으로 프로그램과 요구 면적이 주어지는 건축 프로젝트와 달리, 건축가가 프로그램과 건축면적 등 공사비 내에서 모든 부분을 제안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 이는 건축가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측면은 있으나, 동일한 시간 비용 내에서 해야 하는 건축가의 책임과 의무를 배가하고 발주처와의 협의도 늘어나게 하는 부담을 주었다.

 

박: 고가 하부 공간을 활용하고 개선하려는 사업들이 주로 예술가와 건축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유지와 관리가 중요한 공공공간이니만큼 고가 하부 공간을 계획할 때 가져야 할 중요한 건축적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 고가 하부 공간은 서울 도심의 유휴지로써 가능성이 풍부한 공간이다. 최근 이러한 공간을 살리고 활용하기 위한 예술가와 건축가들에 의한 다수의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런데 건축가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공간의 지속가능한 활용성이라 생각한다. 도심 속 고가 하부는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 공간의 한 부분이다. 하나의 이벤트적 조형 작품이 아니라, 그 공간을 항상 지나치고 머무를 수 있는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또 이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과도한 운영비가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공간의 작은 변화 하나로 버려져 있던 공간이 지역 주민들이 잠시 머무르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더욱 바람직한 고가 하부 프로젝트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형걸
국형걸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미국건축사(AIA)이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다. 2012년 건축디자인연구소 HG-아키텍처를 설립하였고, 다양한 스케일의 실험적 건축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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