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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으로 가르치는 건축구조의 힘과 균형: 『더 높게, 더 길게, 더 가볍게』

자료제공
도큐먼츠 프레스
진행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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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구조 수업이라고 하면 공학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박선우의 수업에서는 이런 익숙한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책 『더 높게, 더 길게, 더 가볍게』처럼, 그는 모형을 만들고 밀고 당기고 비트는 수업으로 구조를 가르치고 있다. 얼마 전, 퇴임을 앞두고 이러한 수업 방식을 단행본으로 정리한 그에게 그동안 전개해온 건축구조 교육에 대해 들어보았다.

Image courtesy of Documents Inc.

 

interview 박선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 김예람

 

김예람(김): 1997년부터 올해까지 건축구조 수업을 해오고 있다. 최근 그 교육 방식을 정리하는 성격의 단행본을 출간했는데 그 계기가 궁금하다.

박선우(박): 졸업생들이 퇴임을 앞둔 나에게 그동안 수업해온 내용을 책으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리건축』(2018), 『박선우의 건축구조 잡설』(2015)처럼 전공자를 위한 저서가 있긴 하지만 학생들은 건축구조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독자로 염두에 두기를 바랐다. 내용이 쉽게 읽히지 않으면 사람들이 책을 안 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사진도 많이 넣고 편집자와 이야기하면서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고쳤다. 고생한 만큼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다. 얼마 전, 실무자들에게 책을 보여줬는데 대부분 “글이 거의 없고 사진만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 이렇게 일반인과 구조 전문가의 관점이 다르다. (웃음) 

 

김: 사진 중에서도 모형 사진의 분량이 특히 많은 듯한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박: 모형들은 언젠가는 파손된다. 이러한 모형들을 디지털 파일로 기록하고 책을 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모형 사진이 많이 실렸다. 사진을 많이 실으면 인쇄비가 올라가는데 책의 가격이 너무 비싸면 구매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 그래서 단행본을 기획할 때부터 판매가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편집·제작 방식을 결정했다. 그러다 보니 내지를 거의 흑백으로 인쇄하게 됐는데, 모형 사진을 이렇게 출력하니 색이 배제되면서 명암 대비가 두드러져 부재의 관계와 구조의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더라. 

 

김: 건축학 교육 인증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1997년부터 학생들이 생산하는 모형의 양과 질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구조를 가르치면서 수치 계산보다 모형 제작을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박: 학생 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적기 때문에 모형 중심의 수업이 가능한 것 같다. 수업에 모형 제작을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만 애석하게도 국내에는 그것을 주요하게 내세우는 구조 디자인 과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독일에서 구조 디자인을 배우고 귀국한 때가 1997년인데 그 당시에도 구조 디자인 과목이 없었고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구조 디자인이라는 말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그 두 가지를 함께 가르치지 않는 것이 참 안타깝다. 교육 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설계자는 구조에 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구조 전문가는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모형은 직접 구조를 만들고 비틀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교재다. 건물에 필요한 부재의 규격과 개수를 가르치는 것보다 모형을 통해 구조의 안정성을 알려주는 게 건축학도에게 더 적합한 건축구조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김: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업의 이름을 그대로 단행본 목차의 소주제로 사용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와 타 건축대학의 교과과정은 어떻게 다른지, 또한 본인의 구조 수업은 다른 구조 수업과 어떠한 차이를 지니는지 듣고 싶다. 

박: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는 미술원에 속해있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공학보다는 예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 대학교에는 거의 없지만 해외에는 이런 경우가 꽤 많다. 애초에 건축은 구조보다 디자인에 가깝다. 우리 학교 건축과의 입학정원은 스무 명이어서 다른 대학보다 모형을 만드는 수업을 많이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은 5년 동안 건축구조의 이해(1학년), 구조역학(2학년), 구조 시스템(3학년), 구조 디자인(4학년), 기술 스튜디오(3학년, 5학년) 등의 구조 수업을 이수한다. 건물에 가해지는 힘을 정확한 수치로 파악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물리적 방법을 계산하는 수업이 있으니, 내 수업에서는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형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김: 기술 스튜디오를 두 번 진행하는 점이 눈에 띈다. 건물을 디자인하고 그것의 구조를 자세히 설계하는 수업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들었는데, 이 수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박: 기술 스튜디오는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에 구조 시스템과 디테일, 재료, 설비, 환경 등의 요소를 대입해보면서 통합설계 개념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업을 두 번으로 나누어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3학년 때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셈이다. (웃음) 이렇게 수업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교과과정을 수정해야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Image courtesy of Documents Inc.

Image courtesy of Documents Inc.

 

 

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긴급재난 주거시설 설계 수업을, 2012년 롯데월드타워 안전성 논란 당시에는 초고층 건물 설계 수업을 했다. 건축구조는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사회 이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다. 

박: 사람들은 무슨 사건이 발생해야만 구조에 관한 경각심을 가진다. 포항 지진 발생 당시에 다세대주택에 균열이 생기자 보강공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았나. 수업에서는 그런 재난으로 야기된 구조 문제를 설명한 다음, 학생들이 그 상황에 적절한 설계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여러 실험을 한다. 아이티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선박으로 쉽게 운반 가능한 컨테이너를 가지고 구조물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컨테이너 박스에 통합된 구조를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막 구조를 적용하여 이재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롯데월드타워 같은 경우는 균열, 진동 같은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초고층 건물에 대한 안전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수업 시간에 여러 마천루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높은 건물이 풍하중과 지진하중을 견디려면 어떤 구조를 지녀야 하는지 설명하고 모형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김: 많은 구조 과목에 국내외 건축 사례를 발표하고 그것을 모형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이 포함되어있다. 이런 수업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나?

박: 사례를 통한 수업은 구조에 관한 학생들의 감각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을 때 이뤄진다. 흥미로운 형태를 지닌 건축물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설명하면 이해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구조 수업은 건물과 교량 등이 건설되는 과정을 잘 설명하여 학생들이 훗날 기술사, 구조 전문가와 잘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한 학기 동안 세세하게 기존 건축물을 분석하는 것은 무리이니, 수업을 통해 건축물에 적용된 구조와 공법을 이해하고 전문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것까지를 목표로 한다.

 

김: 올해를 끝으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다고 들었다. 퇴임 이후 어떠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 지금 한국강구조학회의 정기간행물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데, 이것과 중복되지 않는 내용의 에세이를 모아 책으로 엮고 싶다. 그리고 활동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건축구조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자를 양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퇴임하고 나면 모델을 활용한 건축구조 디자인 수업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크다.​

 


박선우
박선우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독일 라인 베스트팔렌 아헨 공과대학교와 도르트문트 공과대학교에서 각각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얻었다. 그 후 그는 현대건설종합설계실, 동양구조안전기술, 독일 IPP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으며 한국건축가협회 기술분과위원장, 한국공간구조학회 회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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