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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아름다움의 기능, 그리고 생활: 플랏엠

사진
샐리 최
자료제공
플랏엠
진행
박세미 기자
background

플랏엠은 2005년에 시작하여 카페 수카라, 에이랜드, 워크룸 프레스, 제로컴플렉스, 루밍, 비아인키노, 라이프북스, 메종 키티버니포니, 작가 강수연 작업실 등 F&B부터 패션, 리빙, 서점, 스튜디오 등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공간을 만들어왔다. 최근 가구 설치를 통한 공간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플랏엠의 두 디자이너, 선정현, 조규엽에게 공간과 생활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선정현, 조규엽 플랏엠 디자이너 × 박세미 기자  

 

 

박세미(박): 플랏엠의 16년간 작업 목록을 보면 2000년대 초반 상업 공간들이 늘어나며,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을 통해 브랜딩이 시작됐던 시기와 맞물린다. 공간 내외부적으로 어떤 변곡점들을 거쳐왔을 것 같다.

 

선정현(선): 소비자들의 상업 공간(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태도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를 거쳐왔다. 하지만 이제 겨우 16년이고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며 성장하는 시기에 있다. 성장하려니 힘들다. (웃음) 내부적으로는 구성원이 다섯 명에서 두 명으로 줄었다. 작업실처럼 운영하며 디자인 범위와 형식을 바꾸고 있기도 하다. 기대와 설렘으로 작업하는 요즘이다. (웃음) 데코레이터가 아니라 인테리어 아키텍트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지금은 공간 디자인을 통한 브랜딩이 흔하지만, 우리가 작업하던 초창기에는 거의 없던 개념이었다. 2009년 ‘카페 잇’을 할 때 ‘수카라’로 인연을 맺은 김형진(워크룸 대표)에게 그래픽 작업을 부탁했다. 오히려 지금은 그래픽이 모든 작업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때는 카페라는 공간이 이런 디자인도 제시할 수 있다는 걸 김형진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2012년에 작업했던 ‘토크 서비스’는 가구 설치로 이루어진 첫 번째 공간이다. 2015년에는 메종 키티버니포니 사옥의 증축과 신축을 건축사사무소 SAAI가 맡았고, 플랏엠이 내부 공간과 가구 작업을 하면서 협업했다. 이 즈음부터 국내 브랜드(made in Korea)의 위치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2018년 ‘라이프북스’ 작업으로 우리에게 변화가 있었다. 비아인키노의 쇼룸을 작업하면서 우리는 1층 프로그램을 서점으로 제시하고, 서점의 성격도 제안했다. 단순히 의뢰인이 원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능동적으로 공간에 개입하는 디자이너 역할을 경험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라이프북스에 대한 애정이 크다.

 

 

박: 천장, 바닥, 벽 마감 중심의 인테리어, 혹은 오브제로서의 가구 디자인이 아닌 가구의 설치를 통해 하나의 공간을 총체로 다룬다. 전면 공사가 아닌 가구를 중심으로 공간을 기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더불어 그러한 방식으로 공간을 다룰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하는가?

 

조규엽(조): 이유를 말하자면, ‘귀찮아서’다. (웃음) 공간을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구현하는 것이 좋다. 부수고 새로 만들고 누군가 다시 부수고 또 만들고…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먼지, 폐기물을 보면 상당히 불편한 마음이 있다. 공사를 최소로 줄이는 대신 중요한 것들을 디자인하는 데 집중한다. 가구 설치만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최근에는 조명까지도 디자인하고 있다. 

 

선: 이런 측면도 있다. (느끼하지만) ‘유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서구에는 유산이 있다. 건드릴 수 없는 건축물이 있고, 그걸 지킨다. 물론 그에 따라 도시가 늙고 재미없어지기도 하지만, 기존의 것들을 갈아엎지 않고도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장면을 제시하곤 한다. 예전에는 기존 공간에 있던 것들을 떼어내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면, 최근에는 정말 꼭 떼어내야 하는지 한 번씩 더 생각한다. 물론 다 그대로 둘 수는 없지만, ‘기존의 것들을 받아들여야 다른 장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늘 갈아엎으려다 보면 과연 우리에게 유산이라는 게 생길까?’와 같은 물음을 가질 때 우리의 작업도 유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 최근에는 거꾸로 ‘유산처럼’ 연출하는 진기한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선: 우리에겐 그냥 공사를 줄이는 방식이다. (웃음) 작년 속초에 작업한 비건 카페 ‘루루흐’는 원래 보신탕 가게였다. 바로 옆에 멀쩡하고 깨끗한 건물이 있었는데 클라이언트는 그 가게를 선택했다. 바닥에 주황색의 세 가지 패턴 타일이 깔려있었고, 예쁘지 않았지만, 속초까지 가서 다 갈아엎는 공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조: 유산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흔적이나 기억 같은 것이다. 그 타일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데, 그렇다고 꼭 알고 봐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의 과거 중 하나라는 점이 중요하다. 아니다.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선: 물론 아직까지 체리 몰딩은 쉽게 용납이 안 된다. (웃음) 언젠가는 체리 몰딩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길 바란다.

 

조: 기발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웃음)

 

 

박: 소재의 탐구는 어떤 식으로 해나가는가? 가구의 재료 외에 공간에서 이용하는 요소들이 있는가? 

 

조: 예를 들자면, 어떤 공간을 만들 때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하면, 거기에 놓일 테이블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것이 ‘투명한 테이블’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거기서 투명함이 꼭 유리의 투명함이지는 않다. 존재감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반짝거린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거기서부터 소재의 탐구가 시작된다. 소재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중이고, 아는 소재가 많았으면 하는데, 일종의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도 느낀다.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어서 디자이너들이 접근·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선: 공간을 디자인할 때 자연스러운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주변 환경을 잘 이용하는 방식을 찾는다. 루루흐의 경우 정면이 서향이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햇살이 오후 2시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해가 질 때쯤엔 실내 안쪽 끝까지 들어온다. 어닝을 매달거나, 파사드에 장치를 두거나, 블라인드를 달아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빛을 차단하기보다 이용하고 싶어 창 앞에 화단을 만들고 대나무를 심었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움직이고 그림자도 움직인다. 빛과 바람,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박: 매 프로젝트마다 고유한 작업을 한다. 프로토타입이 생기면 그걸 양산하여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 법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플랏엠의 가구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웃음)

 

선: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좋은 생산자, 제조자를 만나서 우리 가구를 양산하고 싶은 희망이 있다. 가리모쿠 같은 회사들이 부럽다. (웃음) 지금 단계에서는 생산에서 판매까지 하려면 정작 우리가 하고 싶은 디자인 작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조: 이 또한 지원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만드는 일과 파는 일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기술뿐 아니라 물류, 유통, 가격책정 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루루흐

 

전시 <바우하우스 100, 인비저블>, 비아인키노-라이프북스

 

 

박: 2016년부터 가구 프로젝트 ‘논픽션홈’을 진행하고 있다. 가구의 구조와 소재에 대한 실험인 동시에 사람들의 행동이 가구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살피고, 그 과정과 결과를 기록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지난 5월 11일에도 <리빙, 서울 8평(living, Seoul 8py)>이라는 주제로 집을 개방했다. 이에 대한 내용을 좀 들려 달라.

 

선: 2018년 처음 ‘설치 개방’이라는 형식을 시작했고, 전시, 팝업, 쇼케이스와는 목적이 달랐다. 사람들이 우리가 설치한 장소에서 어떤 심리적 반응이 있었으면 했다.

 

조: 가구 설치만으로도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논픽션홈의 목적이었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것. <리빙, 서울 8평>은 나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데도 불구하고 삶이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날은 아주 가끔 혹은 없다는 느낌. 그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지만, 어느 날 문득 주거 환경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 디자인을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나의 집에서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고, 충분히 쉴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없었다. 나의 공간에서 어떤 걸 바라봐도 아름답지 않으니 기분이 좋아질 리 없는 것이다.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고 공간을 바꾸면서 내 삶이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선: 며칠 전 조규엽의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았다. 월요일에 출근해 주말에 잘 지냈는지 물었는데, 예전 집에 있을 때는 집에 누워있는 자신이 한심해 보였는데, 지금은 똑같이 누워있어도 좋은 생각들을 한다더라. 진정한 휴식을 하게 된 거다. 주거 환경이 바뀌니 사람이 바뀌었구나 했다. 알바로 시자의 건축을 다룬 책 『알바로 시자: 더 펑션 오브 뷰티(Álvaro Siza: The Function of Beauty)』에서도 볼 수 있듯 아름다움의 기능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생활환경이 아름다울 때 우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논픽션홈을 통해 실험해보고 싶었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형상들, 그 너머에 분명히 있을 방식. 상상만 할 때 보이지 않던 것이 설치가 끝나고 나면 그때서야 보이는 것, 거기에 다가가고자 하는 것. 논픽션홈은 성장기인 우리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매개이기도 하다. 

 

 

박: 상업 공간뿐 아니라 자신의 공간으로 개성을 표현하려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 모두가 건축가가 지은 단독주택에 살 수는 없다. 사물, 가구에서부터 자신의 공간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유행도 빠르게 변하고 취향의 무분별한 복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선: 조규엽이 그랬듯 나 역시 생활환경을 바꾸면서 많이 변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읽지 않았다.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살던 곳도 깨끗하고 멀쩡했지만, 퇴근하고 돌아오면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가 그냥 주저앉아 텔레비전을 보곤 했다. 어느 날 우리가 만든 소파를 집에 놓으려고 조규엽과 함께 옮길 일이 있었는데, 그가 소파 옆에 책장을 놓기를 추천했다. 평면으로 보면 이상한 배치고 동선도 불편해 보였는데, 일단 해보기로 했다. 이후에 거짓말처럼 나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웃음) 그러나 보이고 싶어서 꾸미는 것과 자신과 삶이 바뀌는 것은 다른 얘기다. 공간을 전시하거나 이미지로 소비하는 걸 넘어서 개개인의 생활이 바뀌는 데까지 공간 문화가 성숙해졌으면 한다. 

 

조: 우리나라의 가구 역사가 짧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다. 환경 때문에 잃는 것이 많다. 기반 시설과 기본 환경이 좋아야 한다.

 

 

박: 마지막으로 ‘공공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플랏엠의 생각도 듣고 싶다. 

 

조: 국가 혹은 지역 차원에서 동네마다 수영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웃음) 앞으로의 복지는 생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취향이나 생활의 여유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 동네마다 수영장이 하나씩 있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더불어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공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개인들이 늘어나는 것과 공공 공간의 양질을 담보하는 것의 균형이 맞아야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점점 지역사회 중심의 시대가 되는 것 같다. 플랏엠 역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공간들을 작업하고자 한다. 

 

조: 핫플레이스로서의 카페가 아니라 동네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카페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다. 한편 카페 문화가 발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주거 환경의 질도 중요하다. 집에 있기 싫어서 카페에 나오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선: 생활 혹은 주거 환경은 플랏엠에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거 프로젝트를 거의 하지 않지만, 우리의 모든 디자인 태도는 주거 생활로부터 시작된다. 완벽한 쉼. 나를 무방비로 만들고 완벽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 

 

 

논픽션홈 <리빙, 서울 8평>(2020)

 

mtl 효창(2020)


선정현, 조규엽
선정현은 옴니디자인을 거쳐 현재 플랏엠의 디자이너다. 2016년부터 조규엽과 논픽션홈의 활동을 같이하고 있다.
조규엽은 공간 디자이너이고, 가구에 대한 다양한 실험인 논픽션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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