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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건축과 도시의 경계에서

장용순
사진
신경섭(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진행
최은화 기자

유현준은 저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와 『어디서 살 것인가』(2018)에서 도시와 건축에 대한 통찰로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영향력 있는 건축가이자 작가다. 그는 건축과 도시를 예리하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사회적 문제와 연결 지으면서, 그 문제들에 대한 건축적이고 도시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그의 저서의 여러 명제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학교는 교도소다”라는 비판적 선언이다. 그는 획일적 사고와 차이와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의 원인을 건축 공간에서 찾고 있다. 그의 최근 저서 『공간이 만든 공간』(2020)에서는 문화인류학적 방법론으로 건축을 분석한다. 그의 시도는 인류 문명 전체를 정치사가 아닌 환경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진화론적으로 인류 문명의 분기점들을 설명하려는 『총, 균, 쇠』(1997)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관점과 매우 닮아있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책에서 그가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관계와 소통의 메시지다. 도시 안 작은 공원의 중요성, 도시의 변화를 유도하는 이벤트 밀도, 벤치로 이루어지는 소통과 다양한 계층의 교류 등은 획일화되고, 계층 간, 연령 간 소통이 점점 사라지는 사회에 대한 도시적 해결책이다. 그의 최근 건축 작업에도 사람과 사람의 소통, 건물과 사람의 관계, 건축과 도시가 만나는 경계에 대한 고찰이 녹아있다.

 

 


 

JJJ: 피복으로서의 사이공간​

근대건축의 언어로 정형화된 건물은 콘크리트나 유리로 되어있어서, 완전히 불투명하거나 투명한 외피를 갖는다. 0과 1 사이의 중간인 소수점 영역, 검은색과 흰색 사이의 회색 영역이 제거된 외피를 가진 건물들이 도시에 들어서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표면의 불투명성/투명성에 대해서 근대건축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시도들이 나타난다. 쿠마 켄고는 그의 건축의 모토로 ‘약한 건축’을 표방하는데, 이것은 근대건축의 투명 또는 불투명의 강한 건축과 대조되는 중간 영역을 찾겠다는 것이다. 소우 후지모토는 하우스 N에서 여러 개의 구멍 뚫린 프레임들을 겹쳐서 내부와 외부 사이의 애매한 영역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이공간은 0과 1의 중간지역이고, 검은색과 흰색 사이의 회색 지대이고, 내부와 외부의 전이공간이고, 도시와 건축 사이의 완충공간이 된다. 

JJJ도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서 읽을 수 있다. 유현준은 툇마루를 중간 영역을 만드는 중요한 참고 대상 중 하나로 사용한다. 그는 이전 작업인 cnf 주택에서도 툇마루의 개념을 사용했는데, 이 주택에서는 테라스와 구멍 뚫린 프레임을 통해서 외부/내부, 도시/건축의 중간 개념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JJJ에서는 테라스와 알루미늄 환봉으로 만든 루버로 중간 영역을 만든다. 움직이고 겹쳐지는 루버들은 건물의 파사드를 딱딱한 표면이 아니라 유연한 옷과 같은 느낌이 되게끔 한다. 독일의 건축 이론가 고트프리트 젬퍼는 건축의 본질이 구조체가 아니라 표면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젬퍼가 언급한 의복과 건축의 연관성은 JJJ의 루버들이 표면들에서 만들어내는 효과와 연결된다. 루버로 만들어지는 파사드는 발이나 덧창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통적인 건물들과도 닮아있고, 여러 켜가 겹쳐져서 분위기를 만드는 의상과도 닮아있다.

유럽의 골목길에 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작은 테라스가 있고, 나무로 된 덧창이 있어서 열렸다가 닫히고, 햇빛이 있는 날에는 화분을 테라스에 내놓고, 빨래를 걸어두기도 한다. 유현준은 이런 활기찬 표정이 있는 도시의 장면을 JJJ에서 구현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아르누보 건축가 앙리 반 데 벨데는 주택을 설계할 때, 그 주택에서 사용할 가구, 식기, 슬리퍼, 의상까지를 직접 지정했다. 환경 전체를 건축가가 완전히 통제하고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현준은 이런 관점과는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건물의 70%는 건축가가 계획하지만, 나머지 30%는 사용자들에 의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의 경계에 있으면서 서로를 만나게 하는 사이공간인 1.2m 폭의 테라스는 사용자들의 의지에 맡겨져 자유롭게 꾸며지고 사용되기를 의도했다. 

JJJ의 표면은 의상, 피복, 피부, 신체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여기서 표면은 완전한 경계가 아니라 불완전하고 애매한 경계이고, 내부와 외부를 만나게 하고, 도시와 건축을 만나게 하는 인터페이스다. 근대건축이 무생물의 표면을 추구했다면, 현대건축이 추구하는 표면은 생명체의 피부다.  

 

 

Park Youngchae 

 

더 허그: 열린 외피와 대각선 공간구성​

유현준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절은 외부 공간과 처마공간이 있어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반면, 교회는 내부 공간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비종교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 허그는 외관에서 봤을 때 교회라는 것을 쉽게 알아보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뾰족한 첨탑도 없고, 돌출된 십자가도 없다. 처음에 건축주는 교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교회설계를 맡기고 싶어 했고, 유현준이 선택됐다. 건축주는 비종교인들도 거부감 없이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포용적 교회를 원했다. 지나가던 사람은 안쪽으로 휘어진 벽에 이끌려서 건물 근처로 다가오고, 자연스럽게 건물 쪽으로 접근해서 개방된 벽의 안쪽으로 들어온다. 볼트나 돔의 천장 면은 안쪽으로 휘어져 있어서 사람을 품어주는데, 마찬가지로 안쪽으로 만곡된 벽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접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유현준은 도시와 건축의 경계를 급진적이 아니라 점진적 방식으로 만들고자 한다. 사람들은 휘어진 벽을 통해 교회로 들어오면서 차례로 외부 공간(길), 반외부 공간(친교 광장), 개방된 내부 공간(카페), 내부 공간(예배당)으로 접근하게 된다. 외부에서 내부로 극단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회색의 전이공간 또는 사이공간을 두어서 점진적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더 허그의 코너는 박스 형태로 막혀있지 않고 개방되어있다. 코너는 유현준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건물이 도시와 만나는 길들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정동 오피스텔 계획에서 건물의 지상층 코너를 개방해서 도시 광장을 만들었고, 프라이빗 D 주택에서는 주택의 창문을 코너로 개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더 허그에서는 두 개의 판들 사이를 떨어뜨려서 모서리를 개방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교회의 초기안이 루이스 칸의 엑시터 도서관처럼 네 개의 면이 독립적인 형태로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칸은 보자르적 방 분할의 전통을 따르고 있지만, 모서리를 개방하고, 동선을 대각선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통해서 고전적 건물과는 다르게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운동감을 건물에 부여했다. 유현준은 이런 방식을 더 허그에 적용한다. 평면은 직사각형이지만, 공간은 대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코너와 장변 방향의 접근을 고려하여 지상층 계단은 삼각형 모양으로 설계되었다. 상층부에서 이 코너 공간은 비어있고, 내부 공간이 이 모서리 부분을 향해서 개방되어 있어서 박스 모양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이러한 코너의 개방과 독립된 파사드는 데 스틸에서 시도되었고, 르 코르뷔지에를 거쳐서 리차드 마이어도 시도한 방법이다. 더 허그의 대예배당 공간 배치도 마름모 형태다. 따라서 코너의 개방된 공간과 예배당의 제단 공간이 연결되고 대각선 방향으로 역동적 움직임이 생겨난다. 만약 초기안처럼 예배당 쪽의 두 입면도 매스와 분리되어 네 개의 코너가 모두 개방되어 있었다면, 이런 개방감과 역동성이 더 강화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허그 전면에는 픽셀 형태의 패널들 가운데 보이드로 십자가가 형성되어있다. 이는 유현준이 직접 언급했듯이 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에 있는 보이드 십자가의 오마주다. 이 패널들은 유현준이 수학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채플의 떠있는 패널들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금속 패널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소리를 내는데, 이런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는 영적인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동일 부재를 반복하여 전체를 만드는 방식은 보이드 십자가의 금속 패널과 외부로 열린 창문에 사용된 콘크리트 격자에서도 발견된다. 이 두 디자인은 동일 크기의 반복이지만 보이드와 솔리드가 정확하게 역전된 형상이다.

대예배당 내부 공간은 알바 알토의 볼프스부르크 교회와 에로 사리넨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채플을 참고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좌석 배치가 미묘하게 비대칭으로 이루어진 점, 상부 벽면이 음향처리를 위해 수직적 부재들로 처리된 점은 알토의 교회를 떠올리게 하고, 벽면의 작은 돌들은 사리넨의 채플 벽돌벽을 연상시킨다. 더 허그의 벽면을 이루는 작은 돌들은 벽과 45˚ 기울어지게 쌓여있어, 자연광이 상부에서 떨어질 때 시간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드리운다. 유현준은 대예배당이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설교 장면 같은 외부 공간처럼 느껴지기를 원했다고 한다. 코너에 위치한 제단을 향한 좌석의 배치는 성직자를 권위적인 존재가 아닌 친근한 존재로 느끼게 하고, 신도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어서 친교를 유발한다.​

 

 

 


 

윈드 펜스: 분절된 매스와 파도 입면

20세기 초 모더니즘은 단순하고 거대한 매스를 과거와 차별되는 미래의 이미지로서 제시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이런 모더니즘의 단일체적 사고는 의심받기 시작했고, 많은 건축가가 거대한 단일체가 아닌 작은 단위들의 조합으로 전체를 만들려는 계획을 시도했다. 알도 반 아이크(암스테르담 고아원), 칸딜리스-조식-우즈(프랑크푸르트 도심 계획안, 베를린 대학 계획)가 그 시초이고, 최근에는 소우 후지모토(어린이 정신 재활 센터), 니시자와 류에(모리야마 하우스, 토와다 아트 센터)가 작은 단위들을 비정형적인 방법으로 흩뿌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모더니즘을 극복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사회 전체의 방향이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 구성에서 개인주의적이고 자율적인 구성으로 바뀌어가는 상황과 유사하다.

유현준이 저서와 강연에서 여러 번 강조했던 “학교는 교도소다”에 대한 직접적 대안으로 제시한 스머프 마을학교도 이런 시도들의 연장으로 볼 수 있고, 윈드 펜스도 이런 시도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윈드 펜스의 초기안은 하나의 매스로 구성된 것이었다고 한다. 초기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도시의 골목길을 건물 안쪽으로 끌어들이면서 매스를 분절하고, 여러 개의 매스들을 흩뿌리는 지금의 배치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만약 하나의 매스로 구성되었다면 뒤쪽 마을에서는 바다를 향한 전망이 막혀버리고, 마을의 길은 끊어졌을 것이다. 유현준이 직접 언급하듯이, 니시자와 류에의 모리야마 하우스처럼 윈드 펜스도 여러 개의 매스가 필요에 따라서 하나의 업종이 넓은 면적을 점유하기도 하고, 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다. 부분의 질서가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유연한 구성이다. 윈드 펜스에는 유현준의 중요 관심사인 길의 주제가 드러나 있다. 마을 쪽에서 들어오는 길은 분절된 매스들 사이로 침투하면서 도시의 골목길을 따라서 걷는 느낌을 받는다. 그가 직접 언급하듯이, 외부에 노출된 계단들은 연장된 길이다. 계단을 따라서 테라스에 도달하고 다른 층의 내부로 접근할 수 있다. 마을에서 이어진 길은 매스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바다로 열리는 테라스로 확장된다. 

윈드 펜스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분절된 매스와 분리되어 있는 파도 모양의 입면이다. 이렇게 입면과 건물이, 파사드와 프로그램이 분리되는 방법은 로버트 벤투리가 시도한 바 있다. 미국 도시 외곽에 있는 거대한 간판으로 입면을 만든 건물처럼, 실제 뒤쪽의 건물과 외부에서 읽혀지는 기호가 각각의 자율성을 갖고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분리된 파사드의 또 다른 기원은 데 스틸, 르 코르뷔지에, 리차드 마이어를 포함한 뉴욕 파이브 건축가들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건축주는 이 건물이 멀리서 봤을 때 쉽게 인지되고, 하나의 웅장한 건물로 보이길 바랐다. 이런 요구에 따라, 윈드 펜스는 마을 방향으로는 마을 건물의 모양들과 스케일에 대응하고, 바다 방향으로는 바다의 모양과 스케일에 대응한다. 입면에 가까이 접근해보면, 오목한 면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볼록한 면은 사람을 밀어내는 효과를 갖는다. 그리고 입면 중간에 창문이 뚫려있기 때문에, 입면에 인접한 테라스의 각 부분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의 효과는 매우 다양하다. 유현준은 한옥의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프레임 효과를 의도했다. 

윈드 펜스는 아직 1단계 부분만이 완성된 상태고, 동측 대지에 건축주의 주택을 비롯한 시설이 증축될 예정이다. 유사한 개념으로 골목길이 침투된 분절된 매스와 파도 모양의 연장된 입면이 건물을 감싸면, 도시적 구성과 상징적 입면이라는 건축가의 의도가 더욱 명쾌하게 읽힐 것이라 예상된다.

유현준은 그가 쓴 책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의 시대에 대해 전망하면서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 관계들이 재편되는 새로운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모더니즘을 극복하려는 시도로써 전통적인 길과 작은 매스들의 관계를 회복하고, 흑색과 백색 사이의 전이공간을 회복하고, 켜들이 겹쳐진 파사드와 내부도 외부도 아닌 사이공간을 만드는 노력들을 건축적으로 구현해왔다. 건축가 유현준의 작업은 그가 통찰한 건축적, 도시적, 사회적 관계들을 현실적으로 구체화한 결과물들이다. 앞으로 변화할 사회에 대해 그가 어떤 새로운 전망을 내놓을지, 그 전망들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지 주목해본다. 그 전망들은 건축과 도시의 경계에서 그가 펼치는 새로운 모험일 것이다.


장용순
장용순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베르사유 건축대학교를 졸업한 뒤 자크 리포 설계 사무실에서 건축 실무를 익히고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DPLG)자격을 취득하였다. 파리 8대학 생드니 철학과에서 알랭 바디우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에서 실무를 쌓았고 현재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현대건축의 철학적 모험』 시리즈 1~4권(2010~2013)이 있다. 작품으로 세운상가 공공공간 활성화 프로젝트와 KB 청춘마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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