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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No.634 2020년 9월호 리뷰

16기 SPACE 학생기자
진행
최은화 기자

 


 


 

흔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나머지의 공간

유아림(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많은 사람들은 삶의 대부분을 건축가 없는 건축과 함께한다. 건축을 공부하는 나조차도 유명한 건축물의 체험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여길 뿐,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많은 공간의 건축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 정이삭은 흔하게 마주하는 무명의 공간들을 ‘나머지’라고 정의내려 관찰하고, 질문하며, 그것들을 사소하지 않게 만들 방법을 고민한다.

소개된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우리가 쉽게 마주치는 다중주택, 혹은 화장실과 외부계단같은 건축요소를 다루고 있다. 그는 건축에 있어 건폐율과 용적률의 논리가 지배적인 한국의 특징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다중주택을 만들기도, 학교 계획에서 비교적 적은 관심을 받게 되는 교무실의 환경 개선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비판받거나 사소하게 여겨지는 소위 비주류를 다룬 작업들에 대한 주목은, 이제는 건축 변방의 공간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임을 알리는 것 같다.  

이런 작업들은 특히 활용성 측면에서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 화장실과 교무실 리모델링, 혹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중주택을 다루는 등의 작업은 특정한 장소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머지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일상 속의 공간들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그의 말처럼 ‘건축가의 공공적인 역할’인 것 같다.

흔한 공간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한 채 ‘멋지고 기념비적인 건축’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시민의 탓으로 돌리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는 것 같다. 정이삭이 보여주는 행보처럼, 일상 속에서 사소하지 않은 경험을 만들어 좋은 공간이 갖는 힘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나머지가 아닌 나머지 

장은영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정이삭은 중심 바깥에 있는 평범한 서사들도 충분히 기념되고 기록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의 ‘​나머지론’​을 읽으며 건축가로써 어떤 태도를 가지고 도시와 사람을 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머지론에서는 ‘사람들은 꽃만 기억하지만 꽃의 대부분은 줄기와 이파리, 뿌리로 이루어졌음을 생각한다면 나머지란 곧 대다수이자 총체라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머지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과연 진짜 나머지일까? 비례로 따진다면 그들은 나머지가 아닐 것이다. 그저 우리가 주류로 생각하는 부분들이 아니기에 나머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정이삭 건축가는 건물의 뒤편을 눈 여겨 보고, 학교 교무실과 화장실을 포함하여 건물이 아닌 동네 슈퍼 앞 평상, 다리가 불편한 거주자를 위한 옥상으로 향하는 낮은 계단에까지 손길을 뻗친다. ​

 

 

일상을 지탱하는 재야의 고수

김재희(단국대학교 건축학과)

 

우리는 비주류에 대한 감상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도시 공간은 주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 뒤에는 늘 비주류가 나머지를 점하고 있다. 건물의 한쪽 면은 도로를 향한 얼굴이 있지만 그 옆 면에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에어컨 실외기들이 자리한다. 아파트나 건물과 건물 사이에도 수많은 ‘나머지’들이 균형을 맞추어 준다. 

나는 가끔 이런 건물의 이면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생하듯이 편의에 의해 붙어 있는 것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래서 이번 정이삭의 ‘나머지론’이 굉장히 반가웠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조명하는 시도, 우리가 놓치거나 지나쳐온 것들이 우리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일들이 전제될 때 비로소 사회는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 

‘나머지’ 중에서도 애정과 관심을 통해 탄생한 것들은 단단하고 오래가며 아름답다. 드러나지 않은 ‘건축자’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얼마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는데 다음날 아침에 언제 그랬냐는 듯 도시의 거리는 깨끗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가 자고 있는 사이 누군가 바지런히 움직였기 때문에 일상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재야의 고수 혹은 비주류가 일상을 지켜낸다. ‘나머지즘’은 비주류에 대한 조명이며, 지나쳐온 것들을 더이상 흘려 보내지 않으려는 세심한 배려다. 이러한 배려는 우리가 놓친 부분을 채워나가려는 시도이자 정이삭이 말하는 잃어버린 원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

 

일상의 나머지에 대한 생각

서아현(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정이삭은 우리가 평소에 간과했던 ‘나머지’는 중심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배경이 되어 힘을 가진다고 말한다. 어쩌면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우리의 일상적인 부분을 조금 더 낫게 만들려는 그의 건축에서 재미가 느껴졌다. 익숙함 속의 불편함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주어 새로운 나머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소개된 여러 작업들 중 ‘윤중중학교 선생님의 집들’이 가장 인상깊었다. 처음 사진만 보고는 전혀 교무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마주보고 있으며 위계가 있는 곳이 아니라 자리 하나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서로의 시선에서 자유로우며 또한 회의와 휴식이 가능해 보이는 공간까지 더해진 모든 것이 선생님 개개인을 더 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
 

 

 

 

특별한 보통학교

심종은(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서울서진학교는 지난 3월 개교한 특수학교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초등학교 건물을 증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기존 학교 앞부분에 ㄷ자 동을 추가하여 ㅁ자 형태의 중정을 가진 학교가 되었다. 건축가는 기존 학교의 낮은 층고를 고려하여 볼트 형태의 천장을 사용했고 학생들의 넓은 활동 반경으로 복도와 중정 사이에 POD라는 주머니 공간을 추가했다. 중정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여 공간을 연결해주는 북카페와 신축동 파사드를 장식한 야외 계단도 잘 어우러진다. 이러한 요소 하나하나는 둥근 모양의 통일감을 가지며 학교 곳곳에 사용되었다.​
 

 

소수의 공간, 다수의 공간

이서영(단국대학교 건축학과)

 

나에게 서울서진학교는 발달장애 학생이 아닌 비장애인에게도 좋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다른 학교의 두 배 정도 되는 널찍한 복도와 각 층마다 두 개씩 계획된 이벤트 공간, 중정을 가로지르는 원형의 북카페 등 특수학교가 아니더라도 적용하고 싶은 요소가 많았다. 발달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사항을 잘 녹여냈을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좋은 장소를 만들어낸 서울서진학교의 도면과 사진을 보며 학교에서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한 가지가 떠올랐다. 매 프로젝트마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했던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현 방법이다.​ 

  

 

 

장소 경험을 위하는 일

글 이화연(국민대학교 회화과/공간디자인학과)​ 

 

대부분의 미술관은 이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려하여 전시와 작품의 메시지가 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화이트 큐브’라는 중성적 전시공간을 추구한다. 하지만 반대로 특정 공간의 장소성을 매개로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관람객은 전시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설계사무소와 미술관의 만남’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의외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에스오에이피는 건축물의 아름다운 형상 자체보다는 장소 속 경험을 중요시한다고 했다. 장소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건축의 형태를 결정짓는다는 그들의 철학은 직접 현장에 가봐야 그 프로젝트의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건축이란 공간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녹아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작업에 공감할 수 있었다. 

에스오에이피는 제부도 문화예술섬 프로젝트(2015)의 마스터플랜을 실행에 옮길 때 먼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시설물을 철거하고 비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앞에서 말한 장소의 총체적 경험의 중요성, 좋은 건축의 의미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는 자기 주장이 강한 구조물들을 여기 저기 세우기보다는 어떻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경험을 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에스오에이피의 작업을 교훈 삼아 건물을 짓는 것 못지 않게, 버려진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축가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섬세함을 요하는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꾸준함, 가장 강력하고 가장 어려운 무기

한석재(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도시공학과)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면, 그 첫 번째 조건은 바로 ‘꾸준함’이라는 것을. 꾸준함은 강력한 무기다. 다만, 그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뿐. 그런데 이번 9월 호에는 그 강력한 무기를 힘껏 휘두르는 이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1일 1스툴’을 실천 중인 그들은 지금까지 대략 250개의 각기 다른 스툴을 제작했다. 제로랩의 수많은 기획, 작품들을 차치하고 이 프로젝트 하나만 보더라도 이들이 제로랩의 이름으로 활동해온 지난 10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 지는 이미 눈에 선하다. 

이들과 같이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인지를 분명하게 이해한다. 또 그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이들의 성취가 얼마나 높은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글을 읽는 중 어느 샌가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디자인에 대한 지금의 열정을30대, 40대의 내가 유지할 수 있을까? 함께 성취를 이뤄나갈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디자인이 아니라도 저 두 가지를 모두 이루기란 아마 길 가다 벼락을 맞을 확률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놀라운 성취를 이룩한 두 사람에게 후배로서 존경과 감사, 그리고 응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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