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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 코스메틱 사옥

피그건축사사무소 + 에그플랜트 팩토리

김한중(피그건축사사무소 전 공동대표)
사진
노경
자료제공
피그건축사사무소
background

작은 거대함

 

크기

크기의 개념은 상대적이다. 사물의 크고 작음에 대한 판단은 기준이 되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물며 도시에서 건축물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의 메커니즘은 더욱 복잡하다. 옆 건물의 크기, 건물에 접해 있는 길의 폭, 건물의 기능, 심지어는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의 치수 등 여러 가지 개별적 기준에 의해, 복합적으로 판단된다. 결국 크기는 시각적, 혹은 경험적 비례의 문제이며, ‘큼’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가의 대상만이 아닌 비교의 대상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50평이 채 안되는 신사동 가로수길 이면 도로의 작은 대지는 4m의 골목을 사이에 두고 저층 주거지역에 맞닿아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강남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도산대로 최고 높이 지정구역에 속해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거대함과 왜소함의 상반된 가능성을 갖는 대지는 공간을 계획하는데 앞서 특별한 전략을 요구했다. 

 

‘큼’의 방법론

일반적으로는 도시에서 7층짜리 건물을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작은 골목길에서 20m 높이의 바위를 만난다면 분명 거대하다고 느낄 것이다. 비교의 대상이 건축이 아닌 물질의 차원으로 환원되는 순간, 크기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집을 120평짜리 작은 근린생활시설이 아닌 1,500㎥짜리 바위 덩어리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나서 익숙한 건축의 흔적을 지우고 바위의 물성만이 강조되도록 계획의 방향을 잡았다.

우선 건축물의 법정 최대 볼륨을 형태적으로 단순화하여일곱 개의 묵직한 덩어리로 계획했다. 다시 이 가운데두 개의 덩어리는 투명한 덩어리로 계획하여 채광과 환기를 담당하게 했고, 이를 통해 나머지 덩어리들이 개구부로부터 자유롭게 했다. 커튼월로 구성된 투명한 덩어리에는 구축의 디테일을 감추기 위해 깊은 루버를 두었다. 인조 석재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바위 덩어리에서는 패널 모듈 안에 건축물이 갖는 기능적 흔적들을 모두 감추었다. 출입문과 전망창들은 마감된 재료와 덧문에 의해 드러나지 않는다.

건물 전체를 지배하는 400ⅹ2,000mm의 모듈은 건물 외피 요소의 최소공배수이면서, 전체 빌딩과 비슷한 비례를 갖도록 계획했다. 약 1,500번 이상 반복되는 이 모듈은 실제적인 치수에 의해 거대한 덩어리가 분절되지 않도록 표면의 텍스처로 존재한다.

대지와 만나는 일곱 개의 덩어리들은 주차확보를 위해 들어올려져야만 했다. 우리는 기둥 대신 콘크리트 매스로 이 덩어리들을 지탱하게 했다. 바닥에서 융기된 듯한 이 콘크리트 덩어리는 땅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암석을 암시하고 관찰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크기를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한의 내부 공간

도시 공간에 놓인 건물의 비례상의 크기와 별개로 실제 내부 공간의 크기는 절대적인 수치에 좌우되었다. 특히 작은 땅의 높은 건물에서 수직 동선이 차지하는 면적은 비대했고, 요철이 많은 집의 두꺼운 외벽은 내부 공간을 압박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는 각종 규제에 의해 최상층에는 너무 작은 공간이 남게 됐다. 내부 공간을 구성하는데 앞서 기술, 제도적으로 낭비 없이 최대치의 공간을 갖는 빌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이 건물이 가질 수 있는 최소 크기의 수직 동선에 대하여 고민했다. 작은 계단을 만들기 위해서 3m이내의 층고를 계획했고, 2층의 계단을 별도로 분리하여 직통계단이 연결되는 거실면적이 200㎡ 이내가 되도록 했다. 낮은 층고는 계단 참의 최소 크기에 대한 규정에서, 따로 확보한 거실면적은 직통계단의 최소 폭에 대한 규정에서 자유롭게 해주었다. 여기에 4인승 초소형 엘리베이터와 최소의 수직 설비 공간을 더해 5.5ⅹ2.1m 크기의 작은 코어를 계획했다. 동시에 얇은 외장재와 내부의 노출마감, 외단열을 적용해 물리적, 제도적 바닥면적을 최대한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된 면적에 의해 최대 볼륨을 찾아내고 난 뒤, 밀도 높은 내부 공간을 덜어내어 개방적 공간을 만들었다. 두 개 층이 통합된 1층의 진입 공간은 건물 전체의 로비 역할하며 도시를 향해 개방적 제스처를 취한다. 2층에서부터 4층과 5층까지 열린 두 개의 빈 공간은 건물 내부에서도 다시금 건물의 크기를 인식하게하는 역할을 하며, 대형 조망창과 함께 좁은 실내에서 개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상부층에서는 도심의 사선제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사선을 픽셀화 하는 방법을 취했다. 경사벽을 가진 닫힌 공간을 만드는 대신 층별 작은 외부 공간을 두어 확장된 내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가로수길과 사옥

모든 건물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필요는 없다. 때때로 느닷없는 존재감은 도시공간의 편안함을 해치고 시끄러움을 만든다. 하지만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한 켜 물러나, 음습한 땅을 사옥의 터로 선택한 건축주에게 이 자그마한 땅은 그동안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이자 미래를 위한 발판이었다. 가로수길의 모든 집들이 그러하듯, 피규어가 되고자 하는 의지는 그만큼 절실한 것이었다. 작은 거대함으로, 우리의 집이 범람하는 이미지 속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갖기를 기대한다. 

 

2층으로 진입하는 별도 계단 / 깊은 폭의 루버 

 

2층 사무공간

 


 

설계

(주)피그건축사사무소 (김대일, 김한중, 이주한) + 에그플랜트 팩토리 (최한메)

설계담당

김한중(피그건축사사무소), 정희진, 서문경(에그플렌트팩토리)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61-13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사무실)

대지면적

148.03m2

건축면적

73.48m2

연면적

446.18m2

규모

지상 7층, 지하 1층

주차

3대

높이

19.94m

건폐율

49.64%

용적률

241.23%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고강도시멘트패널,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스테인레스스틸, 무늬목

구조설계

터구조

기계설계

주성엠이씨

전기설계

지성설계컨설턴트

시공

태인건설

설계기간

2016. 2.~ 9.

시공기간

2016. 10. ~ 2018. 2.

건축주

VT 코스메틱


김대일
김대일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와 건축사사무소아뜰리에십칠을 다녔다. 피그건축사사무소의 창업 멤버였으며 2019년 진민주와 함께 리소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김한중
김한중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5년 피그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고, 2017년부터 현재, 베이스먼트워크샵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주한
이주한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이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삼성물산을 다녔고, 2015년 피그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였다. 대한민국 건축사이다.
최한메
최한메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범건축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3년부터 에그플랜트팩토리에서 공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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