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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그루 집

김재경

김재경(한양대학교 교수​)
사진
노경
자료제공
김재경 건축연구소
background

잊혀진 건축을 위하여

 

시작

습식 공법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덩어리를 다루는 건축에 어느 순간 지치기 시작했다. 건축가의 능력이 단지 단단한 구조체 위 표피에 대한 세련된 선택에 지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표피가 깔끔하게 덮이면 우리는 디테일이 좋다고 한다. 그것이 처음 쓰이는 재료이면 우리는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반대로 표피를 사용하지 않을 때 우리는 물성을 순수히 보여주는 건축이라고 한다. 옛 건축을 현대 건축에 추상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불편하게 느껴왔다. 마당, 마루, 칸 등이 개념적인 건축 어휘로 적당한지 늘 의문이었다. 

이러한 불편한 느낌들이 작업의 동기가 되었다. 고착화된 현대 건축에 저항하듯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볼륨 위주의 건축을 피하고 재료들의 결합에 의해 건축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고민했다. 옛 건축에 대한 추상적 접근보다는 분석을 통한 설계 방법론을 찾으려 했다. 

‘나무 시리즈’라고 명명한 연구 과정을 포함한 지난 5년간의 작업은 결코 정답을 구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다름을 찾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했다. 도면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매체만으로 시공방식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세 그루 집’을 짓기 위해 결국 직접 시공에 나서야 했고 지난여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아래 우리는 모두 하얗게 타버렸다. 이처럼 익숙해진 것과 다른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배의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변화라도 만들 수 있다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제 지난 5년간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나무 시리즈

‘나무 시리즈’는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결구부, 특히 공포(栱包)를 새롭게 해석한 일련의 디자인 작업이다. ‘나무 시리즈’는 단순히 공포의 형태를 답습한 채 시공, 제작의 효율성만을 지향하는, 속칭 전통 건축의 현대화라 불리는 과정을 거부한다. ‘나무 시리즈’는 새롭고 실험적이며, 때로는 과격하게 보이는 재탄생을 목표로 한다.

‘나무 시리즈’는 다음을 목표로 한다. 첫 번째는 형태적인 자유로움이다.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결구법은 한, 중, 일에서 각각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건축이 가지고 있는 형식주의는 형태적인 자유로움을 가로막았다. 파라메트릭 툴의 사용한 재구성은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결구부가 가지고 있는 형태적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두 번째는 구조적 성능에 대한 고려이다. 공포는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이유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의 본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스호퍼 플러그인(카람바, Karamba)의 계산을 통해 첫 번째 목표로 달성한 다양한 자유로운 형태 중에 어떠한 것이 적정한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조인트의 개발이다. 목구조에서 조인트는 횡력과 압축력을 동시에 받는 구조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위이다. 이 연구로 과거에 숙련된 목수만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을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이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세 그루 집

역사에 대한 가정과 판타지_세 그루 집은 건축적 판타지의 실현이다. 그 판타지는 100여 년 전 일어난 여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 아래에 있다. 조선시대 후기에 목재가 고갈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또는 무역의 국제화가 일찍 시작되어 지금처럼 러시아, 캐나다, 북유럽, 일본의 목재를 싸게 들여올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또한, 콘크리트 구조가 21세기의 건축을 지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동아시아의 목구조 건축은 계속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건축을 경험할 수도 있었다.

세 그루 집은 과거의 건축이 디자인 컴퓨테이션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건축 기술을 통해 재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프로젝트에서 기술은 과거의 목수를 대신한다. 기술은 사라진 것을 되살리고 그것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집의 나무 구조체는 결구와 맞춤으로 이루어진다. 전통 방식을 재해석했음에도 못을 사용하지 않음은 과거 건축의 방식을 따르려는 의도가 아니다. 나무의 결합만으로도 지붕을 지탱할 수 있는 재료가 가진 순수한 힘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세 개의 나무와 숲_대지 형상을 따라 일그러진 육각형의 건물에 대응하면서 계획된 세 개의 나무는 내부 공간을 만들어 낸다. 세 개의 나무는 지붕을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이기도 하다. 구조와 별개로 집을 감싸는 벽이 요구되었다. 단열을 위함이기도 하고 그리 아름답지 않은 주변을 가리기 위함이기도 하다. 의도적으로 또는 결과적으로 내부에는 오직 공간과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은 나무와 벽의 틈을 통한 빛을 통해 느낀다. 마치 숲에서 떨어지는 빛과 같다.  

 

주변을 따라 만들어진 집_비정형적인 대지의 형태는 그대로 집의 외곽선이 된다. 알고리즘의 설계 방식(algorithmic design)은 대지 형상을 따르는 집의 형태를 논리적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다. 그 질서가 나무를 배치하고 가지를 만들어내는 기준이 되어 집을 지탱하게 한다.

주변의 농촌 주택은 지붕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었다. 수십 년 전 보급된 평지붕의 농촌 주택은 심각한 방수문제를 가진다. 자발적인 해결책은 샌드위치 페널로 만든 떠있는 얇은 박공지붕을 씌우는 것이다. ‘세 그루 집’의 지붕은 이것을 닮았다. 하지만 이것은 의도를 가진 차용이다. 보통 싸구려 재료라고 알려진 아스팔트 슁글을 지붕 마감에 쓴 것도 싼 재료의 쓰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집의 외부 마감 역시 주변을 따른다. 시골 창고에 흔히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 골판은 집의 외부 벽체 마감이 되었다. 안쪽 켜에 있는 나무를 은은하게 보여주고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해준다. 덤으로 새로운 공기층을 만들어 내어 여분의 단열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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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호 지면에서는 박찬일 건국대학교 교수의 크리틱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나무 시리즈 4 

 

조인트 스터디 


 

The House of Three Trees from rohspace on Vimeo
설계

김재경(한양대학교)

설계담당

허성범, 이예솔, 이영준, 이동원

위치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 영남제일로 417-5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71㎡

건축면적

68.58㎡

연면적

85.52㎡

규모

2층

주차

1대

높이

6.35m

건폐율

25.3%

용적률

31.55%

구조

자작나무 합판 목구조

외부마감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골판, 스프러스 각재, 아라우코 합판, 로이삼중유리 시스템 창호, 아

내부마감

국내산 낙엽송 합판, 석고보드위 수성페인트, 락솔리드 바닥 코팅

구조설계

김재경 건축연구소

기계,전기설계

김재경 건축연구소

시공

김재경, 허성범, 이예솔, 김민호, 신진호(김재경 건축연구소) + 남명희

설계기간

2017. 8. ~ 2018. 3.

시공기간

2018. 4.~ 8.

공사비

1억 5천만원

건축주

최경숙


김재경
김재경은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이자 김재경 건축연구소(JK-AR)의 대표이다. MIT에서 건축과 도시를 한양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하였다. 기술을 이용해 지역성을 새롭게 해석한 건축을 추구한다. 수상 경력으로 MIT 최우수 졸업논문상, 2016 어메리칸 아키텍쳐 프라이즈, 2017목조건축대전 본상 등이 있다. 또한, Global Art Affairs 초청으로 2012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2013 Flint Public Art Festival에 당선되어 작품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전시 활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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