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드웰

공동주택에서의 생활 

이성제(이): 크로노스 드웰은 일본 히로시마에 자리 잡았다. 대지 조건이 궁금하다.

마사히코 후지모리(마사히코): 크로노스 드웰은 히로시마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주변이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에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있다. 이처럼 도심 접근이 수월한 데다 안전하고 편안한 이곳으로 젊은 가족들이 몰려들면서 거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 용적률, 건폐율 등 프로젝트에 영향을 준 법규로 어떤 것들이 있었나?

마사히코: 일본에서는 건물 형태가 종종 건폐율, 용적률 및 이격거리 등의 법규에 영향을 받는다. 내가 수행한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건폐율과 용적률 측면에서 여유가 많은 편이었지만, 건물 매스를 주변보다 조금 작게 만듦으로써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또한 각 건물의 면적은 30m2를 넘지 않도록 했는데, 이를 초과할 경우에는 방화 성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크로노스 드웰은 2층 주택들로 구성됐다. 층을 더 올리고 밀도를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마사히코: 이곳에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데 건물의 고층화가 일본, 특히 지방 도시에서는 지역의 커뮤니티나 사회에 적합한 방법인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이 공동주택의 설계에 앞서 이 건물이 주변과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다. 또한 공사비, 시공업체 및 시행사의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시뮬레이션도 해봤다. 세대의 크기와 숫자는 이 같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됐다.

이: 크로노스 드웰은 열다섯 가구를 수용하는 임대 아파트다.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획했나?

마사히코: 한 명 또는 두 명의 자녀를 둔 30대 부부를 대상으로 했다. 또한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니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 주택들을 배치하면서 어떤 점들을 고려했나?

마사히코: 건물을 배치할 때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사방으로 열려서 환기 및 일조를 받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이: 주택과 주택 사이에 둔 네모난 버퍼 공간이 이색적이다. 이 공간에서 어떤 활동들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했나?

마사히코: 부모가 아이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아이들이 마당과 통로 공간 사이를 뛰어다니는 장면을 떠올리며 설계했다.

이: 1층에 거실, 주방 등이 배치됐다. 거실 창문이 현관문만큼 크게 마련돼서 주택 내부가 훤히 보인다. 이 때문인지 1층은 개방된 공공 공간과 같은 인상을 준다.

마사히코: 공동주택에서의 생활은 적절한 수준의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면서도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 주택이 마당과 통로 공간으로 열리도록 설계했고 이러한 요소들이 이웃과의 관계나 커뮤니티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 커뮤니티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듣고 싶다. 커뮤니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어떤 조건에서 형성된다고 생각하는가?

마사히코: 우리가 바라는 커뮤니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란 힘들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다만 편안한 공간에서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거라고 생각한다. 설사 커뮤니티가 생겨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편안한 공간은 여전히 거기에 존재한다.

이: 외벽에 사용된 재료는 무엇인가? 재료 선정 시 어떤 점을 고려했는가?

마사히코: 갈바륨 강판을 사용했다. 날씨와 시간의 변화가 외벽에 비친 모습들로 드러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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