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교육관리동

조항만

조항만(서울대학교 교수​)
사진
남궁선
자료제공
탈랩
background

전통을 잇는 공간, 혹은 제품과 같은 건축

 

공간이 되는 건축, 제품이 되는 건축

건축을 함에 있어 크게 두 가지 태도가 있다. 건축을 공간으로 상정하고 설계하는 것과 건축을 제품이라 인식하며 설계하는 것이 그것이다. 많은 건축가들과 건축학교의 스튜디오에서는 ‘공간으로서의 건축’을 강조한다. ‘그릇의 쓸모는 그것의 빈 공간에 있다’는 금언을 들며 형태주의적, 기능주의적인 건축을 폄하하기도 하고, 정의하기도 어려운 공간과 분위기를 우위에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태도는 우열이 있는 것도,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공간으로서의 건축을 말하는 이는 역사, 기억, 전통, 맥락, 장소 등에 무게를 둔다. 제품으로서의 건축을 하는 이들은 기능과 성능, 형태, 재료, 기술, 구법, 디테일에 집중한다. 대개 전자의 건축은 투시도, 건축가의 손 스케치 등으로 연구되고, 후자의 건축은 조감도, 투상도, 분해도 등을 통해 표현된다. 당연히 전자 쪽은 감성과 예술에, 후자 쪽은 이성과 과학기술에 관심이 높다.

기계의 가능성에 열광하던 모던 건축가들의 시대와 자본주의의 고도화를 거치며, 지금의 한국 건축은 공간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제품 혹은 상품으로 디자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수한 건축을 소개하는 전문잡지 속의 모던한 건축물들도 저마다 콘셉트를 자랑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브랜드로 어떤 매장의 쇼케이스에 전시된 아이폰, 갤럭시, 화웨이나 샤오미폰처럼 비슷비슷하다. 제품화, 상품화되다 보니 유행을 비켜갈 수 없고, 빠르게 설계되고 더 빠르게 지어져야 하며, 적은 공사비로 최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건축이기를 강요받기에 다르기가 쉽지 않다.

불분명한 건축주, 짧은 설계 기간, 모자라는 공사비, 조달청 입찰로 인한 능력을 담보할 수 없는 시공자의 선정 등, 관악수목원 교육관리동을 설계할 때의 상황도 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건물을 설계하면서 가졌던 가장 큰 생각은 공간과 제품, 어느 한쪽에 치우친 건축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공간으로서의 건축을 위해 한국 전통건축의 재해석을, 제품으로서의 건축을 위해 디지털 디자인과 패브리케이션을 각각 염두에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

 

건축의 기술

시대의 기록으로서 건축은 당대 주류 문화뿐만 아니라 첨단기술도 반영해야 한다. 하나의 건축물이 이루어지기까지 적용되는 수많은 기술 중 중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건축을 설계할 때 쓰이는 기술과 건축물이 만들어질 때 필요한 기술이 그것이다.

근래에 들어 건축의 생산 측면에서 ‘제품으로서의 건축’을 위해 공장제작의 최대화와 현장시공의 최소화가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관악수목원 교육관리동이 도시적 컨텍스트가 아닌 산속에 자리 잡은 관계로, 현장시공이 최소화된 린 컨스트럭션(lean construction)은 초기부터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고, 이를 위해 현장에 투입되는 장비가 많은 철근콘크리트 구조 대신 중목구조를 채용했는데 이는 수목을 가꾸고 연구하는 건물의 위상과도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중목구조 건물을 설계하면서 관악산 능선을 닮은 자연스런 지붕선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조형 스터디가 필요했다. 구조부재의 종류와 크기가 매우 다양한 중목구조는 도면과 모형으로는 충분한 스터디가 불가능해 그래스호퍼 플러그인을 사용한 매개변수 디자인 모델링 기술을 이용했다. 네 개로 이루어진 지붕을 위해 각 지붕당 40여 개의 변수가 지정됐고 그 값을 변화시키면서 짧은 시간 안에 지붕 조형 수백 가지를 테스트했다. 또한 지붕의 형태가 정해지면 그에 따라 자동으로 구조 프레임과 그 결구도 및 부재도가 생성되는 로직을 개발해 설계에 이용했다. 설계 단계에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건설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미리 가상의 세계에서 시뮬레이션으로 결정하여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가상의 세계와 현실이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현대의 시대 상황이 이 건축물의 설계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무한의 이원성: 소(素)와 장(場)

설계할 때 가졌던 또 하나의 주된 생각은 ‘소(素)’와 ‘장(場)’이다. ‘소’는 마치 미시세계를 구축하는 양자나 입자처럼 어떤 개별적 건축을 나눌 때 생기는 물리적, 이론적 최소 단위다. ‘장’은 그러한 소들이 하나의 거시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관계법칙 혹은 전체적 조형을 포함한 큰 아이디어를 말한다. 전자는 그리드, 유닛, 부재, 단위 공간 등과 연결되고 후자는 이상, 상징, 내러티브, 맥락 등과 조응한다. 단위에서 시작하여 계를 이룰 수도 있고 반대로 거대한 관계와 틀을 먼저 결정하고 작은 요소로 채울 수도 있다. 이것은 물리학이 여태껏 밝혀온 우주의 구조, 존재의 방식▼1과 조응하려는 시도다.

관악산이라는 한국의 자연과 조화되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비슷한 환경에 자리 잡은 한국 전통건축 - 사찰이나 서원 - 의 공간구성 방식을 차용했다. 관악수목원 교육관리동은 단위 목조구조 부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퇴, 칸이라는 공간구성의 단위로 시작한다. 이 단위들이 모여 채를 이루고, 또 채가 모여 건축물을 만드는 구성 방식은 ‘소’와 ‘장’의 개념과 공명하는 것이자 지역의 맥락에 쉽게 동화되기 위한 전략이다.

완성된 후 여러 이유로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고 또 온전히 위에 적은 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관악수목원 교육관리동은 한국의 척박한 현실에서 카프카의 말처럼 시대의 부정적인 면을 끌어안은 채 종말 또는 발단이고자 했던 시도다. 전통을 잇는 공간이면서 새로운 설계와 제작기술로 만들어진 현대의 제품과도 같은 건축, 그러면서도 세계, 더 나아가 우주의 보편성을 담으려 한 노력이다. <진행 김정은 편집장>​

 

 





 

-

1. 20세기를 지나면서 수많은 물리학자의 노력으로 상대성 원리의 거시세계와 양자역학의 미시세계 통합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입자도 하나의 공변 양자장으로 설명된다고 하니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이 거의 밝혀져 간다고 볼 수 있다.​ 

 

 

설계

조항만

설계담당

조항만, 임종훈, 정원영(바이원 건축사사무소)

위치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산 16-1 관악수목원 내

용도

교육연구시설

대지면적

2,252.4m2

건축면적

900.52m2

연면적

1,162.49m2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19대

높이

12.3m

건폐율

39.98%

용적률

45.11%

구조

목조가구식 구조(1, 2층), 철근콘크리트조(지하층)

외부마감

목재널 사이딩, 고벽돌 치장쌓기, THK24 로이복층유리, 아연도 강판 지붕 내부마감 석고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에폭시 도장

구조설계

환구조(민환석)

기계,전기설계

(주)하나기연

시공

(주)삼화종합건설

설계기간

2014. 10. ~ 2016. 1.

시공기간

2016. 4. ~ 2017. 11.

공사비

2,467,221,211원

건축주

서울대학교 수목원


조항만
조항만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뉴욕의 그린버그패로우 아키텍처에서 실무를 거친 후, 뉴욕 H 아키텍처의 설립에 참여해 디자인을 총괄했다. 2013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지영과 함께 탈건축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세종시 중심행정타운 마스터플랜, 정부세종청사 1-1, 2-2, 2012 여수엑스포 국제관,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그리고 2010 WAN 올해의 건물상, AIA NY 디자인 어워드(2009, 2010), 김수근 프리뷰상(2016), 대한민국목조건축전 준공 부문 본상(2018) 등을 수상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