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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층집

에스티피엠제이

최우용
사진
배지훈
자료제공
에스티피엠제이
background

여지없음 속의 현실적 도발​

 

서울 서쪽 경계인 강서구 내발산동 일대는 오래된 도시 서민 주거의 통속적 풍경을 이루고 있다. 에스티피엠제이가 설계한 오층집은 중층의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어깨를 맞대는 이 통속적 풍경에 한 점으로 들어섰다. 오층집이 놓인 이 일대 오래된 땅들의 법적 지위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편리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구획・구분된 땅이 일반주거지역인데 그중 ‘제3종’에 해당하는 땅은 건폐율 50%와 용적률 250%로 규모 제한을 받는다. 여기에 남쪽 집에 의한 북쪽 집의 일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북 방향에 대한 사선제한도 적용된다. 또한 민법 제242조 1항에 근거하여 대지 ‘경계로부터 반 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어 건축물을 앉혀야 하며, 주차장법에 근거해서는 최소한의 주차 공간도 대지 안에 마련해야 한다. 최대 용적률 확보, 앞서 언급한 몇 개의 조건들만으로도 일반주거지역 내 건축물들의 배치와 볼륨은 결정된다. 대도시 서울의 일반주거지역 안에 들어서는 중소 규모 건축물 대부분이 거의 동일한 배치와 볼륨, 유사한 형태로 설계되고 지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층집 또한 이러한 사정에서 출발했다. 이 현실적 제약에는 건축가의 건축적 의지가 개입될 만한 여지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집을 어떠한 건축적 특질들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 앞에서 사실 적잖이 당혹스러워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건축물의 배치와 볼륨은 거의 자동적으로 결정되었는데, 이로 인해 오층집에는 어떤 특별한 건축적 경험이 투사될 여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건축적 특질들, 예를 들어 공간감이나 특기할 만한 구축성과 같은 요소 또한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이는 (단독)주택이라는 매우 보수적인 건축물의 용도와 최대 용적률 확보라는 설계의 대전제 앞에서 투영되기 어려운 요소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적으로 논의할 만한 다른 미덕은 어디에 있는가? 용적률 게임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했던 건축가들은 프로그램의 세심한 배치와 완성도에 집중한 듯하다. 오층집은 다섯 개 층에 걸쳐 한 세대 다섯 식구의 삶을 담는다. 1층의 절반은 건축주의 작업실이고 그 나머지의 절반은 세 딸들의 놀이방이다. 2층은 주방과 식당을 포함한 거실이며, 3층은 부부방과 미취학 막내의 방, 화장실, 드레스 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4층과 5층은 각각 자녀들 방인데, 4층에는 이미 결정된 볼륨에 의해 자동적으로 만들어진 발코니가 있다. 이 다섯 평면은 꼬치를 꿰듯 관통하는 수직 동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단일 평면 내 수평 이동이 일반적인 주거 생활 방식인 데 비해, 오층집에서는 다섯 명의 가족 구성원들이 다섯 개 층을 수시로 오르내리며 일상을 감당해야 한다. 이 층별 용도 배분이 일견 특별하지는 않다. 다만 빈번한 수직 이동을 수용해야 하는 건축주와 그 수용을 받아낼 만한 수준으로 조합한 건축가의 지난하지만 원활했던 소통은 언급하고 싶은 점이다. 또한 그 과정을 거쳐 원만한 결과물이 도출되었다는 점도 그렇다(현장답사에는 건축가뿐만 아니라 건축주 또한 참석했으며 건축주는 본인의 집에 ‘아직’ 적응 중이나 ‘잘’ 적응 중이라고 말했다).

오층집의 가장 큰 성취는 만듦새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높은 완성도는 건축가와 현장 간의 밀착도가 매우 높았음을 방증한다. 오층집의 외피는 적벽돌로 덮여 있다. 입면뿐 아니라 필로티 상부의 천장이나 발코니 바닥, 옥상 바닥 모두 단일 재료가 사용되었는데, 각 모서리의 경계부 디테일이 섬세해서 건축물은 미니멀하고 세련된 외관으로 완성되었다. 또한 부분적으로 사용된 파벽돌과 일부 창호 전면에 적용된 비워쌓기 그리고 건축가가 언급한 아크(arc)화, 즉 1층 필로티와 4층 발코니, 창호 등의 개구부에 적용된 원호의 요소 등은 단순함으로 끝날 수 있는 건축에 미적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이 만듦새의 완성도는 외부에 그치지 않고 내부로 이어지다가 다시 외부로 펼쳐진다. 예컨대 섬세한 몰딩과 걸레받이, 계단과 연계된 수납공간의 디자인, 발코니의 오픈 트렌치 상세와 이 오픈 트렌치에 깔려 있는, 외벽과 유사한 색상의 화산송이 등은 만듦새의 완성도를 잘 보여준다.

에스티피엠제이는 ‘도발적 현실주의’를 추구한다고 밝힌다. 그들은 법규와 예산 등의 현실적 제약을 적극 수용하지만, 그 제약들의 틈 사이를 벌려 도발을 감행한다. 현실주의로의 매몰은 통속과 통념으로 수렴될 뿐이며, 통념은 새로운 무엇을 잉태할 수 없는 불모의 사유다. 에스티피엠제이는 현실을 수용하지만 불모의 통념을 도발로써 경계한다.

도시 서민 주거의 한복판, 이 여지없는 상황 속에서 오층집의 도발은 성공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결국 보는 이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껴갈 수 없는 게임의 룰 속에서 오층집이 결과물로 보여주고 있는 공간 효율성, 미적 수준, 만듦새의 완성도 등은 통속적 풍경으로 채워진 내발산동 주변 건물들 중 단연 발군이다. 여지없음이라는 지난한 과제에 당면하여 그들은 현실적 도발로 응전하고 있다. 전도유망한 젊은 건축가들의 보다 도발적인 도발을 기대한다.​ 

 


 

 


 


 


 

 


 

 


 


 

설계

에스티피엠제이(이승택, 임미정)

설계담당

김정은

위치

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94.9

건축면적

46.2

연면적

175.7

규모

지상 5층

주차

1

높이

14m

건폐율

49.38%

용적률

185.1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적벽돌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도장

구조설계

터구조

기계,전기설계

대도

시공

오엔 건축

설계기간

2017. 6. ~ 2018. 1.

시공기간

2018. 2. ~ 8.


에스티피엠제이
에스티피엠제이는 서울과 뉴욕에 위치한 아이디어 기반의 설계사무소다. ‘도발적 현실주의’라는 비전 아래 일상에서의 근본적 아이디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주거, 문화, 상업 시설 등에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공공예술, 전시, 설치 작업을 통하여 건축의 경계를 탄력적으로 넓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뉴욕건축가연맹에서 수여하는 젊은건축가상(2012), 뉴욕건축사협회에서 수여하는 신진건축가상(2016),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여하는 젊은건축가상(2016), 2016 김수근 프리뷰상 등을 수상했다.
최우용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십여 년간을 근무했고 현재는 아키엘로건축사사무소에서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단게 겐조의 건축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리 건축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글을 쓰며 공부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일본건축의 발견』, 『변방의 집, 창조의 공간』, 『다시, 관계의 집으로』, 『유럽방랑 건축화(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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