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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일부가 된: 데 보르타위넨

엘리펀트

사진
마르셀 판 데르 뷔르흐(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엘리펀트
진행
김지아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3년 3월호 (통권 664호) 

 


공원의 일부가 된

페터르 판 헬더르 엘리펀트 수석 건축가 × 김지아 기자

김지아(김): 데 보르타위넨은 1971년부터 네덜란드 국립은행 본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프로젝트다. 부지는 공원과 맞닿은 오피스 단지였으나, MVRDV와 협업한 마스터플랜 아래 주거단지로 용도를 변경했다. 마스터플랜에 관해 설명해 달라.​

페터르 판 헬더르(헬더르): 암스테르담 도심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웨스터파크는 기존의 천연가스 처리시설을 개조한 공공 공원이다. 공원과 인접한 부지에 네덜란드 국립은행이 자리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순차적으로 다섯 개의 오피스 건물이 들어섰다. 2015년 무렵 본사 건물이 이전하면서 사무실이 하나둘 비어 갔다. 이에 마스터플랜은 나날이 증가하는 도시 내 주택 수요에 대응하면서, 기존 오피스 단지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부지를 다시 공원과 연결하는 것을 목표 삼았다. 공원의 일부가 된다는 건 단순히 풍경을 바꾸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활기찬 주거지역을 조성하는 일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 주택은 ‘공원과 함께하는 생활’이라는 목적 아래 다양한 양상으로 계획됐다. 

 

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웨스트파크 서쪽 부지에 건설된 첫 번째 건물이다. 마스터플랜 내 다채로운 건물 가운데 데 보르타위넨은 어떤 의미를 갖나?

헬더르: 오피스 단지를 주거 단지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기존 건물을 재사용한 사례는 데 보르타위넨이 유일하다. 순환형 구조 또한 이 주택의 주요한 특징인데, 모든 입주민은 개인 테라스를 통해 내부 공간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세대별로 다른 크기를 가진 테라스는 내외부 공간을 연속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장치다. 입구로 기능하는 큰 테라스와 나무의 조합은 각 세대에게 집 앞 정원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건물의 이름도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

 

 

김: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기존 건물의 어떤 요소를 남겼나?

헬더르: 기존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재사용했다. 이는 구조가 온전히 드러나는 모습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테이블 형태의 구조로 이루어진 기둥은 건물 중앙에 자리해 열주를 형성한다. 또한 1970년대 오피스 건물은 대개 하중에 비해 큰 규모로 지어졌는데, 이 점을 활용해 구조를 강화할 필요 없이 더 많은 볼륨과 테라스를 추가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블록으로 형성된 입면을 해체해 재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에 폐기 구조물은 모두 회수해 기본 재료로 재활용했다.

 

 Image courtesy of Elephant

김: 건물 중앙에 있던 코어를 네 개로 분할해 모서리로 이동했다. 내부의 계단실이 외부로 옮겨갔는데, 거주자가 건물에 진입해 개별 주택으로 들어가기까지 어떤 공간적 경험을 하길 바랐나?

헬더르: 코어를 중앙에 유지하는 게 주거 용도의 프로젝트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코어를 제거함으로써 건물의 효율성을 높이고 거주자가 공동주택에서 더 나은 생활을 누리도록 했다. 코어를 이동해 총 바닥 면적 비율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더 적은 연면적으로 더 많은 주거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탈중심화된 코어로 인해 건물은 모서리마다 개별 입구를 갖게 됐다. 그로써 사면 진입이 가능해졌고, 1층 주변으로 거주자와 공원 이용객이 누릴 수 있는 공공 공간이 형성됐다. 또한 입면 부근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복도에 내려 각자의 주거로 향하는 시퀀스는 거주자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김: 모든 층에 3m 폭의 테라스를 내어 세대마다 넓은 외부 공간을 누리도록 했다. 한국의 경우, 건축법규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충분한 외부 공간을 마련하는 데 제약이 있는데,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헬더르: 네덜란드에서 테라스나 발코니 등 외부 공간은 여러 층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완전성을 갖춰야 한다. 그렇기에 외부 공간의 규모는 구조체계의 한계 범위에 따라 정해진다. 발코니 같은 돌출된 요소는 채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예측되는 경우에 한해 제한된다. 한편 데 보르타위넨이 위치한 암스테르담의 기후는 꽤 온화한 편이라 봄, 여름, 가을 동안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매우 일상적이다. 법적 요구와는 상관 없이 아파트의 외부 공간은 공동 주거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장치로 여겨진다. 대다수의 발코니가 평균 6㎡인 반면, 더 보르투이넨의 모서리 세대는 약 40㎡의 발코니를 누릴 수 있다.

 

김: 리노베이션 이전 건물보다 에너지 사용이 효율적으로 설계되었다고 들었다. 건물의 에너지 및 설비 시스템의 작동법이 궁금하다.

헬더르: 기존 오피스 건물은 비교적 단열 성능이 낮은 편이었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건물 전체에 고기능 유리와 비드법 단열재(eps)를 적용해 단열성을 높였다. 마스터플랜의 일부로 건물은 중앙난방 시스템을 갖추게 됐고, 그에 따라 가스관 연결이 불필요해졌다. 각 세대마다 바닥 난방이 적용됐으며 캐노피 덕에 과열이 거의 없고, 기계적 냉각 역시 필요 없다. 또한 세대별로 개인 소유 태양열 패널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붕을 설계했다.

 

 Image courtesy of Elephant

 

김: 조경 스튜디오 모스(MOSS)와 협업해 약 120그루의 나무를 테라스에 설계했다. 토심을 확보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컨테이너 팟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고층의 공중 생장 환경을 고려한 수종의 선택과 작동 방식, 유지 관리를 위한 물 공급과 배수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헬더르: 테라스의 나무 팟은 관개 시스템이 장착된 컨테이너에 심겨 거주자의 관리 없이 스스로 자생하고 물 공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학적으로 만들어졌다. 제작 과정에는 조경가와 수목재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수종의 가짓수를 줄이고 최종 결정하기까지 과정이 꽤 길었는데, 기존 환경의 주어진 조건을 고려해 대상을 먼저 추리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낼 수 있는 수목을 택했다. 다만 한 수종으로 단일화하기에 식물병 전염 등 피해를 입을 위험이 너무 컸기에 총 여덟 개의 수종 - 단풍나무, 화살나무, 가막살나무, 별 목련, 닥장 버들, 아메란치어 스피카타, 비부르눔 란타나, 부륵우드목서 - 을 선택해 테라스 곳곳에 배치했다.

 

김: 엘리펀트에서 지금까지 진행해온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어떤 도전이었나? 또한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헬더르: 구조를 재사용한 리노베이션이라는 점에서 선순환적이고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높은 삶의 질을 구현하는 아파트를 설계하는 일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예컨대 매우 좁은 폭을 지닌 창틀과 주변 테라스 사이를 구조적으로 연결하는 일과, 단열 및 방음이 잘 처리된 입면을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더 적은 수의 건물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방법론적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수와 규칙성에 대응하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지침 삼아 공학과 산업, 지속가능성과 운영의 접점에서 유의미한 설계를 이어가고자 한다. 그 연장선에서 현재 헤이그의 부두인 피르 판 스헤베닝겐을 일과 생활, 문화와 여가, 민간과 공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해안 도시로 변화시키는 마스터플랜을 설계하고 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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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Elephant

위치

Amsterdam, Netherlands

용도

multi-family housing

대지면적

1500㎡

건축면적

680㎡

연면적

9000㎡

규모

14F

높이

45m

용적률

89%

구조

RC

외부마감

aluminium, concrete balcony plates, powder-coated

구조설계

Pieters Bouwtechniek Utrecht

기계설계

DGMR

전기설계

Adviesbureau DWA, iLINQ

시공

Kondor Wessels Amsterdam

설계기간

2014 - 2016

시공기간

2019 - 2022

건축주

HLW 506 b.v.

조경설계

Gustafson Porter + Bowman


페터르 판 헬더르
페터르 판 헬더르는 엘리펀트의 수석 건축가다. 데 보르타위넨과 같은 주택 및 개조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최근 프로젝트인 드 사일로에서 기존 하수 처리용으로 사용됐던 세 개의 콘크리트 사일로를 확장해 상징적인 다목적 건물로 변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