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연결하는 대화법: 믹스트 하우스

​「SPACE(공간)」2022년 12월호 (통권 6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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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연결하는 대화법: 믹스트 하우스​

한 원치앙  아크스튜디오 대표 × 윤예림 기자

윤예림(윤): 프로젝트의 배경은 베이징 도심에서 30km떨어진 통저우의 한 마을이다. 저마다 중정을 품고서 늘어선 벽돌집의 풍경이 중국 전통 주거 양식인 사합원을 연상시킨다. 이곳의 건축물이 지닌 특징은 무엇인가? 

한 원치앙(한): 믹스트 하우스가 위치한 지역은 베이징 외곽의 평범한 마을로 평지가 많은 중국 북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정형 주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이 1층이나 2층 규모에 남향 주택이며 붉은 벽돌과 타일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변화하는 생활 양식과 개인의 필요에 따라 색색의 강철 지붕과 유리 지붕처럼 다른 모습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모두 마을의 조직에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있다. 믹스트 하우스는 그 가운데 두 채의 건물과 두 개의 안마당으로 이루어진 중정형 주택을 개조한 프로젝트다. 건축주는 베이징 시내에 거주하며 휴가철에 잠시 머물거나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는 별장을 원했다. 

윤: 치서 코트야드(Qishe Courtyard, 2020), 레이어링 코트야드(Layering Courtyard, 2018)처럼 이름에서부터 중정을 내세운 리노베이션 작업을 여러 번 다루었다. 이러한 유형의 작업을 대하는 아크스튜디오의 방법론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 중정을 다루는 법에 대한 정론은 없다. 기존 건물이 가지는 각자의 고유한 성격에 따른다. 현장에는 언제나 도면에 다 기록되지 못한 정보가 있기 때문에 직접 가서 건물의 전체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필수다. 현장에서 건물의 성격과 구조를 파악하고 나면 어떤 부분을 철거하거나 유지하고 변형할지 결정할 수 있다. 레이어링 코트야드의 경우 베이징 시내에서 오랜 시간 방치됐던 건물을 숙박시설로 변경한 작업이다. 기존 건물의 전통적인 ‘깊은 중정’을 보고 얻은 영감에서 출발해 풍부한 깊이와 여러 켜를 지닌 ‘다층적 중정’을 도출했고, 시끌벅적한 구도심 내에 조용하고 시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는 점차 변화하는 도시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건물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사용되도록 사업이나 주거에 대한 건축주의 추후 계획을 자세히 파악하고 조치해두는 것 또한 우리 설계의 중요한 지침이 된다.

윤: 그렇다면 믹스트 하우스의 현장은 어땠나. 건물의 보존 상태와 구조적 조건 등에서 철거와 유지, 변형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갔는지 궁금하다.

한: 기존 건물은 앞마당과 뒷마당, 경사 지붕 건물 두 개, 그리고 평지붕 공간 여러 개로 구성된 중정형 복합체였다. 두 경사 지붕 건물은 뒷마당을 기준으로 북측과 남측에 위치했다. 자주 사용되던 북쪽 건물은 구조 상태가 양호했던 반면 남쪽 건물은 매우 낙후했으나 보존 가치가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북쪽 건물에는 공간을 유지하는 선에서의 적절한 변형을, 남쪽 건물에는 보수와 보존을 처방했다. 나머지 평지붕 건물들은 임시로 지어졌기에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남북 건물을 연결하는 목조건축물을 신축해 낡은 공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만들었다.

윤: 리노베이션을 마친 믹스트 하우스는 기존 건물들과 다름없이 마을 경관에 섞여 들었다. 

한: 여러 재료와 구성 요소들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어우러지도록 했다. 새로 지은 벽체는 모두 현지에서 구한 회색 및 붉은색 재활용 벽돌을 사용한 것이다. 북쪽 건물은 원래 벽돌 벽체 겉으로 흰색 도자기 타일이 시공되어 있었는데, 변경 과정에서 타일을 떼어내고 적색 벽돌을 드러내 재활용 벽돌과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남쪽 건물은 지붕을 철거하자 손상이 심해 무너질 위험이 있는 벽 구조가 드러났고, 이를 재건할 때 낡은 회색 벽돌을 재활용했다.

Front yard before transformation​ / ​​©ARCHSTUDIO​​

Roof frame under construction​ / ​​©ARCHSTUDIO​

윤: 목조건축물이 삽입되면서 큰 면적을 차지했던 안마당이 다양한 실내외 공간으로 분절됐고 새로운 공간감과 사용성을 가지게 되었다. 재구성된 공간이 제시하는 삶의 모습은 이전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한: 추가된 목조건축물은 기존 건물의 지붕과 안마당 위로 흐르는 두 지붕을 가진다. 기존 지붕 구조와 신축 지붕 구조가 만나 대화하는 지점에 공공 공간인 거실, 다이닝룸, 부엌을 두었다. 앞마당이었던 곳에 거실이, 남쪽 건물에 다이닝룸과 부엌이 수평적으로 펼쳐진다. 북쪽 건물과 목조건축물은 유리 복도로 연결되고 이는 자연스레 뒷마당이었던 곳을 분절한다. 안쪽의 북쪽 건물에는 침실을 배치했다. 믹스트 하우스는 현관부터 가장 안쪽 침실까지 모든 실이 중정과 면한다. 기존에 앞마당과 뒷마당을 중심으로 나뉘었던 공간이 재구성되면서 각기 다른 규모와 풍경, 기능을 갖춘 여섯 개의 중정을 가지게 됐다. 입구에서 방문객을 인도하는 대나무 길, 거실과 다이닝룸 사이에서 계절을 전하는 단풍나무 뜰, 완전히 열리는 접이식 문으로 거실에 자연을 들이는 옆 마당, 커다란 나무가 드리운 그늘에서 쉼과 담소를 나누기 좋은 널찍한 뒷마당. 내부 공간 곳곳마다 자연의 활력과 다채로운 풍경을 불어넣으면서 채광과 통풍의 요구를 충족했다. 차고, 화장실 같은 부수적인 요소는 평지붕 건물 두 개를 확장해 수용했다. 새로운 공간의 중정은 이전과 면적으로 비한다면 작게 나뉘고 쪼개졌지만, 더 큰 여백과 여유를 가진다.

윤: 독특한 형태의 새 지붕과 기존 지붕 구조물이 맞닿는 부분은 디자인과 구조, 시공 등의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구조와 시공 면에서는 재생 가능한 삼나무 합판을 주재료로 사용했으며 단면을 최소화, 스팬을 최대화한 시스템으로 합리적인 구축과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상 기존 지붕과 새 지붕은 형태도, 구조도 완전히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흐르는 물결 모양의 새 지붕이 지니는 구조적 표현, 즉 중첩성이 강조된 모습은 기존 건물과 목조건축물 사이에 연속성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내부에는 전통적인 들보 디자인을 적용해 마을의 주거 양식을 반영했는데, 이는 기존 지붕 구조를 노출한 북쪽 건물의 모습과 연속성을 이룬다.

윤: 독립적인 것으로 연속성을 이루려는 시도가 흥미롭다.

한: 옛것과 새것, 또는 이형의 재료를 결합할 때 나는 그들 간의 연속성, 그리고 차이에 주목한다. 모든 설계의 기초를 옛 공간의 특성에 두고 있지만, 새 기술과 재료의 사용으로 옛것과 새것 사이에 대화를 끌어내고 이들 간에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것이 우리가 옛것에서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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