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작은 아이들의 큰 장난감: 청원초등학교 체육관

건축사사무소 눅 +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한중
사진
노경
자료제공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3년 2월호 (통권 663호) 

 

 

 

동네 골목을 걷다 바닥을 유심히 보고 깊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우리는 골목길에 왜 하필 아스팔트를 까는 걸까. 아스팔트 이전의 골목은 어땠을까. 거칠고 단단해서 뛰어놀기엔 영 불안하고 거무튀튀한 것이 무언가 불쾌하다. 초겨울 끝까지 남아 물렁해진 감이라도 골목에 떨어지면 흐트러지지 않고 눅진하게 바닥에 붙었다 서서히 썩어간다. 

 

7년 전, 사무실을 처음 개소하고 마음만 앞서 만든 부모님 댁의 방 천장고는 5m에 육박한다. 처음 어린 딸을 데리고 부모님 댁에 갔을 때 딸은 재우려 방에만 눕히면 영문 없이 울어댔다. 어느 날인가 자려고 누운 방에서 높은 천장을 바라보다 불현듯 작은 아이에게 이 방은 거대한 건물의 로비처럼 느껴지진 않았을까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시청 로비에 이부자리를 펴준다면 어땠을까. 과연 나는 울지 않았을까. 

 

수락산 자락의 청원학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남자고등학교와 여자고등학교(이하 여고)까지 네 개의 학교가 모여 있는 캠퍼스다. 100cm부터 180cm까지, 20kg에서 80kg까지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이 공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요청받았을 때 개별성에 대한 고려가 무엇보다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정적이거나 동적이거나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다양하고 많은 활동 영역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 캠퍼스의 외부 공간은 아스팔트로 뒤덮인 자동차들의 공간이었다. 결국 마스터플랜은 캠퍼스의 한쪽 경계에 모든 주차 수요를 담는 주차장을 만들어 외부 공간을 다시금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돌려주는 방향으로 계획됐다. 기본적으로는 아스팔트를 부드러운 포장과 흙, 잔디로 교체해 학교 전체가 공원, 마당과 같은 환경을 갖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2019년 마스터플랜의 제안 이후, 먼저 가장 작은 사람들의 놀이를 위한 체육관과 그 앞마당을 실현할 기회가 찾아왔다. 

 

 

미세먼지가 극성에 달한 시점, 초등학생들에게 운동장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다. 너무나 절실한 이유에 의해 실내체육관이 필요했지만, 수십 년간 증축되어온 건물들로 인해 초등학교의 앞마당은 작은 중정만큼만 남은 상황이었다. 체육관 설계가 관성적으로 늘 그래왔듯, 1층을 필로티로 띄우고 그 위에 두 개 층 높이의 공간을 얹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공간이었다. 또 이 간단하고 거대한 원룸의 프로그램을 굳이 지면에서 분리해 아이들의 일상에서 멀어지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철골과 이동식 스탠드를 활용해 작은 사람들을 위한 최소 규모의 체육관을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 체육관의 3분의 1을 땅속에 묻었다. 어른의 키만큼 지면 아래로 내려앉은 체육관은 나지막한 위요감을 갖게 됐다. 다음으로 체육관의 전면에 이 공간에 간단히 접근할 수 있는 너른 경사면을 만들었고 경사면은 정원으로 채웠다. 넓게 경사진 자연은 체육관의 실내와 시각적으로 연속되며 커다란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아이들이 쉽게 오갈 수 있도록 계획됐다. 공놀이와 줄넘기를 할 때 창 너머 보이는 풍경은 허공이 아닌 꽃과 새가 날아다니는 자연이 됐다. 체육관의 나머지 3면은 각각 붉은 벽돌, 검은 돌, 연분홍 돌로 이루어졌고, 작은 집과 같은 이 공간들은 단차 진 경계를 채워준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집은 운동장과 체육관 사이에서 놀이터와 휴게 공간의 역할을 하고, 검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집은 여고와 체육관 사이에서 테라스와 체육 창고의 역할을 한다. 연분홍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집은 급식실 골목과 체육관 사이에서 화장실과 객석의 역할을 한다. 세 개의 작은 집은 각각 독립적으로 완결된 형태를 가져 체육관은 작은 집들이 만든 마을마당 같은 공간감을 갖도록 계획했다.  

 

 

초등학교와 여고의 교사동에서 복도를 오가며, 또 교실에서 수업을 받으며 내려다보는 중정은 일과 내내 시선 한편에 자리한다. 인조잔디일지언정 푸르른 축구장은 복도를 걸을 때면 눈 한쪽에 청량한 감각을 줬다. 새롭게 생기는 체육관은 더더군다나 낮추고 낮춰놔서 지붕이 내내 훤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초록 운동장이 그랬던 것처럼 교사동 속 일상에서 즐거운 시각적 배경이 되도록 알록달록한 지붕 패턴을 계획했다. 장스팬을 견디기 위해 기본적인 박공의 형태를 띠는 지붕의 구조 위에 네 가지 색을 조합해 즐거운 패턴을 만들었다. 각 색깔별 자재의 발주 물량이 너무 적어 지붕 업체와 시공 직전 전국의 재고 상황에 맞춰 조합을 하기로 약속하고 긴장의 시간이 흘러갔다. 결국 계획안의 ‘봄 색’ 패턴은 ‘가을 색’ 패턴이 됐지만 건물에서 내려다볼 때는 마을 행사장의 천막들 같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쳐다볼 때는 여러 작은 집들의 지붕이 모여 있는 것 같은 풍경이 완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붕은 얇은 철골 기둥에 의해 살짝 들어올려진 상태로 마을마당을 덮는다. 운동장에서 바라본 벽돌집과 지붕의 풍경은 체육관이라기보단 조금 큰 주택 같은 모습을 가졌다. 

 

언제,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집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학교에 지어지는 체육관들은 너무나도 목적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필로티로 땅에서 들어 올려지고, 체육관에 들어가기 전에 깨끗한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하며, 쉬는 시간에 들어가 흙 묻은 발로 자유롭게 뛰어놀다가는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본능적으로 집이란 삶을 위한 수단임을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무언가의 목적으로써 그것을 이해하라고 강요한다. 새롭게 지어지는 이 체육관은 아이들에게 그저 신체활동의 배경으로, 놀이를 위한 거대한 장난감으로 느껴지기를 바랐다. 경사진 마당을 달려 그대로 쑥 들어가는 체육관의 공간을 통해 아이들의 활동이 제약과 전환 없이 그대로 안으로 연결된다. 운동장 쪽 벽돌에 숨어 있는 작은 공간들을 통해 놀고 쉬며 건물과 아이들이 만나고 친해진다. 교사동 안에서 바라보일 지붕 또한 알록달록한 색채로 아이들을 향해 환영과 축제의 제스처를 취한다. 그럭저럭 가지고 놀 만하고 만만한 공간들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레 한 배경으로 자리 잡는 공간을 상상해본다. (글 김한중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 / 진행 박지윤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계

건축사사무소 눅(이혜서),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김한중)

설계담당

김승범(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위치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용도

교육연구시설(체육관)

대지면적

42,005.2㎡

건축면적

726.33㎡

연면적

726.33㎡

규모

지상 1층

높이

7.35m

건폐율

24.46%(캠퍼스 전체)

용적률

80.39%(캠퍼스 전체)

구조

철골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미장벽돌, 석재, 징크

내부마감

미장벽돌, 석재,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주)윤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주)주성이엔지

전기설계

(주)지성설계컨설턴트

시공

동양도시개발 주식회사

설계기간

2020. 3. ~ 10.

시공기간

2020. 11. ~ 2021. 10.

공사비

21억 원

건축주

학교법인 청원학원

조경설계

안마당더랩


김한중
김한중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공부하고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7년부터 베이스먼트워크샵과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큰 것보다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며 전체보다 개별에 가치를 두는 태도로 작업한다. 가구와 실내 공간, 건축과 도시는 연속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그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이혜서
이혜서는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현재 건축사사무소 눅의 대표로 신축 및 리노베이션, 공공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 2년간 종로구 마을건축가로 활동했으며, 청원초등학교 체육관으로 2022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