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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를 넘어 환경까지: 콘크리트 실험의 집

사미라 라토드 디자인 아틀리에

사진
니베디타 굽타
자료제공
사미라 라토드 디자인 아틀리에
진행
한가람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2년 10월호 (통권 659호) 

 

 

미를 넘어 환경까지 

 

사미라 라토드 사미라 라토드 디자인 아틀리에 대표 × 한가람 기자

 

한가람(한): 2005년 기쇼 마리와라(Kishore Mariwala)의 집을 준공하고 2022년 같은 건축주의 두 번째 의뢰로 ‘콘크리트 실험의 집’을 완성했다. 첫 번째 집은 입방체, 피라미드, 원통형을 조합해 매스를 구성하고 내외부에 다양한 재료와 색을 적용한 반면, 두 번째 집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느낌을 준다.

사미라 라토드(라토드): 기쇼 마리와라는 일반 건축주와는 달리 우리가 혁신과 실험을 추구하도록 도와준 후원자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다양한 견해에 열려 있고 새로운 시도를 반대하지 않는다. 2005년에 그를 위한 첫 번째 집을 완성했는데 그 프로젝트는 형태에 대한 탐구였다. 그 후 17년이 흘러 새로 지은 콘크리트 실험의 집은 형태와 동시에 재료를 탐구한다. 예전과 비교해 실천적인 면에서 상당 부분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한: 집은 인도 데오탈라이(Deotalai) 마을에 있는 망고 과수원 내에 위치한다.

라토드: 빽빽하게 자리한 망고나무를 고려해 가장 먼저 현장에 있는 나무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건물을 짓도록 토지 영역을 확보했다. 대지 형태에 맞춰 건물은 자연스럽게 본관과 별관으로 나눠졌다. 또한 현재 집이 위치한 대지 가장자리에 구덩이가 있었다. 우리는 이 구덩이를 메꾸지 않고 안에 나무를 심어 선큰 마당으로 완성했다. 그 덕에 집 안에서 창문을 통해 수목을 감상할 수 있다.

 

 

 

 

 

한: 이 집을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석이자 대응’이라 소개했다. 건축이 지속가능을 화두로 할 때 친환경 재료를 택하는 것이 다반사지만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썼다. 이는 어떤 의도였나?

라토드: 지속가능과 친환경을 동의어로 연관 짓는 태도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오히려 우리는 지속가능성에 다양한 레이어가 겹쳐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아름다움, 지역성, 토착성, 재활용, 소규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는 콘크리트를 배합할 때 건설 폐기물을 골재로 사용해 새로운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양을 줄였다. 또한 냉방시설을 적게 쓰기 위해 콘크리트 벽을 두껍게 계획하여 내부를 기존보다 시원하게 조성했다. 벽과 바닥을 마감처리 할 때는 전통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시공을 담당하는 장인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이런 방법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이다.

 

한: 벽과 바닥마다 콘크리트의 질감이나 패턴, 색상 등을 다르게 표현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 응용 방식이 아름다움을 넘어 환경까지 고려한 결과라는 점이다.

라토드: 이 건물은 콘크리트가 가진 잠재성을 여러 측면에서 탐구한 프로젝트이다. 벽 대부분은 콘크리트에 돌과 낡은 벽돌의 잔해를 섞어 만들었다. 그 특유의 질감은 집 여러 군데에서 우연하게 나타난다. 벽면을 강조할 때는 워터젯(고압 살수 치핑)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거푸집을 갓 탈거한 콘크리트에 강한 수압으로 물을 뿌려 거친 질감을 주었다. 분홍색 콘크리트 벽과 흙다짐 벽은 벽돌 분말로 색을 냈고, 차가운 회색 외벽을 두른 본관과 대비를 자아낸다. 내부 공간 중 바(bar) 근처에 있는 벽은 분홍색과 검정색 콘크리트를 함께 섞어 마치 그림 속에서 색감들이 융합되는 인상을 풍긴다. 바닥은 콘크리트에 폐석으로 무늬를 낸 후 광택을 냈다. 폐석의 주재료는 검은색 카다파(kadappa) 돌로 소용돌이 패턴은 마치 개미들이 행진하는 듯이 보인다.

 

한: 콘크리트 두께를 조절해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기도 했다.

라토드: 벽 두께는 450mm에서 1000mm까지 다양하다. 두꺼운 벽은 열용량이 높기 때문에 내부를 시원하게 유지해주어 사계절이 더운 이곳에 제격이다. 우리는 냉방 시스템 전체를 옥상 테라스에 두어 관리가 용이하도록 했다. 냉방 시스템과 연결한 덕트를 벽 안에 설치해서 시원한 공기가 벽을 타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이는 과거부터 적용해온 액티브 냉방 방식이자 벽을 간접적으로 차갑게 함으로써 실내 온도를 비교적 긴 시간 쾌적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 방식 덕분에 집 안에 따로 냉방기를 두거나 여름 내내 냉방기를 작동할 필요를 줄였다. 이외에도 콘크리트 두께를 조절해 보관하거나 앉을 수 있는 틈새를 마련했다.

 

한: 경사진 캔틸레버 처마 역시 콘크리트 실험 중 하나이다. 보통의 캔틸레버와 다른 구조적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설명해 달라.

라토드: 일반적으로 캔틸레버는 구조 안정화가 어렵다. 이번 경우는 캔틸레버가 경사졌다는 점, 캔틸레버에 채광창을 냈다는 점에서 실험을 한계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캔틸레버를 주 구조물에 고정하기 위해 보강재를 캔틸레버의 슬래브 길이를 따라 이어지도록 배치했다.

 

 

한: 내부 공간은 그리드 없이 자유롭게 구획됐다.

라토드: 이 집의 사용자는 각각 87세와 85세다. 노령임을 고려했을 때 벽이나 복도로 이동을 제한하기보다는 한 공간 안에 여러 기능을 섞기로 했다.

설계할 때 우리는 계획을 선형적으로 세우기보다 산발적으로 접근한다. 디자인을 다 완성한 이후에 구조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오히려 양측의 특이점들이 상호작용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큰 스튜디오 같은 공간을 구상하고 있어 건물 중심에 기둥을 배치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따라서 조각품 같은 벽 개체를 칸막이처럼 들여 들보가 없는 평평한 슬래브를 지탱하면서도 공간과 프로그램을 규정하도록 했다.

 

한: 콘크리트의 묵직하고 직선적인 느낌과 반대로, 실내에는 벽이 조각처럼 서 있기도 하고 천창과 문 등에서 다양한 형태를 차용했다. 개인적으로는 조형예술 같은 인상도 받았는데, 그동안 당신이 해온 가구 디자인을 살펴보니 이러한 이력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라토드: 우리는 주로 예술, 조각,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관습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설계 방식이 가구 디자인에 영향을 끼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믿어왔다. 이런 식으로 두 분야 사이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태도가 양쪽에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 밖에 우리는 구성과 균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기능을 담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의식적이고 촉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 집에서는 채광창에서 내리쬐는 빛 줄기나 거칠고 차가운 콘크리트에 손이 스치며 느끼는 감각, 베란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발에 닿는 빗방울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건축이 선사하는 고유한 감각들은 사진 한 장에 담기가 어렵다.

 

한: 당신은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SPADE」의 발행인이자 편집자, 교수 등으로서 건축에 뿌리를 두고 다방면으로 일해왔다. 다양한 활동의 계기와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라토드: 지금까지 ‘작업을 오는 대로 하나씩 처리하되 쉬지 않고 일하자’라는 신조를 지켜왔다. 2000년에 사무소를 개소했을 때부터 건축과 가구 작업을 두루 해왔다. 최근에 가구 회사 ‘빅 피아노’를 별도로 설립한 계기는 다시 초기 관심 분야로 돌아가 수공예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다. 건축잡지 「SPADE」는 인도 건축계에서 생소한 분야나 사고방식에 대한 연구와 필요성을 강조하는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창간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학교를 세워 건축설계에 관해 의논하고 젊은 건축가들이 설계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현재 이 계획은 초기 단계에 있으나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면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사미라 라토드
사미라 라토드는 인도 뭄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교수, 작가, 그리고 편집자이다. 그녀는 2000년에 사미라 라토드 디자인 아틀리에(SRDA)를 설립했다. SRDA는 프로젝트를 통해 아름다움, 감각, 그리고 재료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왔다. 그녀는 ‘아크비전 상(arcVision Prize) ‐ 여성과 건축’의 수상자로, 인도라는 복잡한 맥락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인도 건축가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