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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x + 의뢰인 = 노말런스: 적호재

노말 건축사사무소

권형표
사진
노경
자료제공
노말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2년 11월호 (통권 660호)

 

 

‘붉은 호랑이의 모습을 닮은 집’이란 뜻의 적호재는 살던 집을 헐고 새로 지은 집이다. 이 경우, 가족들은 집과 동네에 오랜 일상의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새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후로 그 집의 모습을 건축가보다 오랜 시간 구체적으로 상상했으리라. 의뢰인은 자신의 새 집을 짓기 위해 사무소 독립 이후 한 채의 집을 지은 젊은 건축가를 선택했다. 집은 성남시 불곡산 남서측 경사지에 자리 잡은 마을 입구에 위치한다. 이 마을에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자체나 마을 주민 누구도 인지하지 못했다가 건축가가 초기 검토 과정에서 제안하여 도로를 면한 지하 1층이 가족을 위한 작업실로 지어졌다. 건축물은 작업실의 반대편 위쪽 도로에서 주택으로 진입이 가능한, 1~3층 주거 공간을 가진 4층 높이의 주거복합건물이다.

 

노말의 균형 

설계를 해나가면서 지상 2층이었던 집을 3층으로, 외부의 일부를 내부로 변경하는 등 점점 부담스러운 크기의 집이 됐다. 크고 높은 집을 짓고 싶었다는 의뢰인의 요구는 건축가에게 커 보이지 않는 집을 설계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대지의 경계를 따라 구축한 높은 담장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크게 인식되지 않는다. 담장 하단과 1층 상부에서 콘크리트 띠를 이용해 전체 볼륨을 셋으로 나누었고, 지상 부분을 층별로 후퇴하고 지붕을 분절하면서 외장재인 붉은 벽돌을 층마다 다른 형식으로 쌓았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크고 높은 집을 원하는 의뢰인의 요구에 대해 총량은 유지하면서 볼륨을 분절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크지만 커 보이지 않는 집이다. 노말 건축사사무소(NOMAL, 이하 노말)는 이 상황을 ‘선언적이거나 자기복제적인 건축이 아닌, 설계 과정을 통해 균형을 찾으며 작업의 다양함과 유연함을 추구한’ 결과로 설명한다. 의뢰인의 다양한 요구를 방정식의 상수항처럼 당연한 조건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건축가는 방정식의 적절한 해를 찾는 데 집중했다. 커 보이지 않는 큰 집은, 노말이 말하는 다양함과 유연함을 추구하여 설계 과정에서 노말의 균형(balance)을 찾아 ‘노말런스(Nomalance)’한 결과물이 됐다.▼1 몇 가지 의문은 남는다. 건축가가 길어 올린, 다수 건물의 지붕과 볼륨이 분절되어 있다는 이 마을의 특징적인 ‘익숙한 요소’는 적호재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익숙한 풍경으로 보이는가? 조형적 접근 외에 마을에 처음 지어진 지하층 근린생활시설 입면은 마을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지나치게 정교한 비례와 리듬으로 분절한 지상 부분의 볼륨이 오히려 마을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구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모든 의문은 ‘커 보이지 않는 집’이라는 결과가 설계 작업에서 찾은 해가 아니라 방정식의 또 다른 상수일지 모른다는 의혹으로 수렴한다. 미지수가 아니라 건축가의 욕망으로 방정식의 우변에 이미 존재한 노말의 균형이라면 더 이상 노말런스하지 않다. 어떤 값을 대입해도 성립하지 않는 불능(不能)이거나 해가 무수히 많은 부정(不定) 방정식의 미지수는 더 이상 노말의 관심이 아닐 테니까.

 

1 노말 건축사사무소(NOMAL)는 평범하다의 ‘NORMAL’이라는 단어에서 R을 들어내고 ‘노말’이라는 발음만 차용함으로써 일상 속 평범한 요소를 살짝 틀어 새롭고 비범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열린 건축가 집단으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각 프로젝트의 특성과 노말이 추구하는 바가 버무려져 노말런스(Nomalance=NOMAL+balance)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선언적이거나 자기복제적인 건축이 아닌, 설계 과정을 통해 균형을 찾으며 작업의 다양함과 유연함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평범한 균형

위쪽 도로에서는 별채와 본채 사이의 정원을 바라보며 진입하고, 본채의 현관을 들어서면 이 집의 중심 공간인 거실과 부엌, 식당을 차례로 마주한다. 정원을 남측으로 면한 세 공간이 집의 중심 공간이다. 이 공간은 네 짝의 한식 미닫이문과 복도를 사이에 두고 정원을 면하고 있다. 각 공간 사이에도 미닫이문을 두어 다양한 쓰임에 맞게 가변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계획했다. 정원을 둘러싼 공간의 변주는 큰 집의 넓은 정원과 내부 공간이 연출하는 지루하고 느슨한 관계에 적절한 긴장을 제공하고, 4층 집의 수직 이동에 대한 불편을 적극적으로 해소한다. 내부와 외부 공간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그 관계를 다양한 형식으로 조율하고 있는 이 평범한 균형(normal balance)이 가족에게 흥미로운 일상을 제공한다. 침실이 있는 2, 3층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모든 실의 외부에 벽체 난간을 가진 테라스를 두었고, 중정 등을 이용해 시각적인 개방감을 제공한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현관 상부의 오프닝과 2층의 중정, 침실과 욕실 사이의 열린 벽체에 이르는 내부의 모든 요소는 의뢰인 가족의 작은 일상을 적절하게 고려하고 치밀하게 조직했다.

 

 

 

 

사유와 구축의 간극

지하에 면한 작업실은 대지 경계를 따라 둘러진 담장 밑으로 후퇴했고, 정원과 담장을 지지하기 위한 콘크리트 보의 형태와 리듬이 엄격한 비례의 전체 외관에 작은 균열을 만들고 있다. 전체 구성과 다른 어휘지만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마을을 향한 친근함을 드러내는 요소다. 덕분에 누군가는 갑자기 비가 내리면 저곳으로 뛰어가 비를 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비슷한 요소가 내부의 부엌과 식당, 복도 사이의 미닫이문을 고정하기 위해 설치한 나무 기둥이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십자 형태 금속 기둥과 카를로 스카르파 기둥의 목재 접합, 한국의 어느 문화재에서 보았다는 철제 띠를 하나의 기둥에 함께 적용했다. 콘크리트 보와 마찬가지로 이 기둥의 존재와 역할이 흥미롭다. 기둥은 미닫이문의 위치에 따라 독립적인 벽의 끝부분이 되거나, 두 벽체 사이의 모서리가 된다. 독립적인 오브젝트로 존재할 수도 있다. 하나의 요소가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모든 배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집의 크고 작은 모든 부분을 관통하는 일관성 있는 건축 어휘에 더해서, 단정하고 엄숙한 공간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는 공간마다 젊은 건축가의 위트가 존재했다. 내외부 마감 품질이 보여주는 높은 완성도는 같은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힌 세 명의 건축가가 독립 이후 얼마나 치열하게 현장과 함께 호흡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적호재를 답사하고 건축가와 나눈 긴 대화를 뒤로 하고 남은 아쉬움과 불편함의 실체는 건축이 아닌 말과 글이었다. 건축가의 사유와 구축한 실체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진 탓이리라. 누군가의 요청을 거절할 줄 모르는 착한 사람이 가진 강박적 태도를 일컬어 ‘착한 사람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겉으로 순응하지만 내면이 동의하기 어려운 모순 상황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의뢰인의 요구와 주변 맥락을 포함한 프로젝트의 여러 조건에 공감하고 온전히 내면화할 때, 건축가의 사유를 구축한 노말런스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진행 박지윤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노말 건축사사무소(조세연, 이복기, 최민욱)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용도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59.9㎡

건축면적

217.42㎡

연면적

572.07㎡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주차

6대

높이

12.1m

건폐율

47.28%

용적률

77.2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지정벽돌, 로이삼중유리

내부마감

페인트, 무늬목

구조설계

더원구조엔지니어링

기계설계

청림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설계

기술사사무소 우림전기

시공

자연과 우리

설계기간

2020. 5. ~ 11.

시공기간

2020. 11. ~ 2022. 7.

조경설계

연수당


조세연
조세연은 파슨스 디자인 스쿨 건축과를 졸업하고 스튜디오 ai 아키텍츠 뉴욕 지사와 와이즈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노말 건축사사무소를 설립, 일상 속에서 사람과 공간이 접하는 요소들을 기획하고 채워나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이복기
이복기는 경희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와이즈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노말 건축사사무소에 합류, 건축을 구성하는 재료와 물성이라는 관점을 통하여 일상 속 공간 안에서 보여지는 좋은 만듦새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최민욱
최민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와이즈건축과 터미널7 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노말 건축사사무소를 설립, 도시와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두고 일상 속에서 건축과 공간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하고 있다.
권형표
권형표는 2009년부터 김순주와 함께 바우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다양한 유형의 근린생활시설과 주거 공간을 연구, 작업하고 있으며, 어린이들과 함께 다양한 유형의 놀이 공간을 디자인하고 실험한다. 2012년 젊은건축가상, 2017년 경상남도 건축대상제 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