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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스며들기: 해남집

유방근

유방근
사진
정광식
자료제공
유방근
진행
오주연 기자

 

 

멀리 남해의 바다가 보일 듯한 곳에 자리 잡은 땅은, 평평한 들판 중앙에 오래전부터 있어온 20여 가구가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의 끝자리에 있다. 끝자리여서 다행인 것은 남측으로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다. 그 다행스러운 땅의 위치는 주도로에서 마을로 스며드는 골목길 초입이라 부담의 무게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제 이 땅에 들어설 집은 행렬의 선두에 있게 될 것이고, 나머지는 뒤편에서 등을 바라보고 따라 오듯 있을 것이다. 남측 도로에서 북측으로 파고드는 혈관 같은 골목길은 낮은 시작점에서 조금씩 상승하면서 깊숙이 주택들을 붙잡고 있다.

 

시간

오래된 작은 농촌 마을에서 예외 없이 보이는 것처럼 이곳 또한 모든 물리적인 것들에 시간이 축적되어 있었다. 재료의 색과 성질이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있고, 그 속에 움직이는 사람 또한 그와 함께 늙어 왔다. 이제 새로운 집에서 시간을 이어갈 젊은 가족은 축적된 시간과 환경 속으로 이식되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과 물리적인 것들이 이 낡음 속으로 들어오는 과정에는 몇 가지의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우선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어 왔던 마을사람, 집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새로움이 그 오래된 거름(마을) 속에서 피어난 싹처럼 보이기 위한 것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주변의 물성이 스며들어 있는 사람들의 눈에 낯설지 않음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각적 익숙함을 우선으로 기존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지붕, 벽, 바닥 등을 구성하는 재료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발바닥, 손바닥으로 그것들을 느끼며 촉각의 경험을 이식시킨다. 이러한 재료의 물성에 대한 작업은 기존 마을 속으로 자연스럽게 삽입되기 위한 마을을 위한 배려다.  

 

 



공간

사용자를 위한 내부 공간 구성은 판이한 세 세대 구성원의 생활방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했다. 서로 다른 세 세대의 공간은 거실을 중심으로 흩어지고 모인다. 하나의 큰 공간(큐브)에서 작은 상자가 빠져나가며(Déboîte) 독립된 상자가 만들어지고, 이 상자는 중심공간에 연결되는 가족 구성원의 집합이 된다.

닫힌 상자의 팽창된 내부 공간은 외부로 뻗어 나간다. 첫 번째 할머니의 상자는 외부의 툇마루에 연결되고, 2층 부부의 상자는 동남 측으로 길게 뻗는 발코니로 돌출된다. 마지막으로 꼬마 아들의 상자는 밑으로 잔디 깔린 테라스와 연못이 있는 운동감 있는 상자로 만들었다.

옆집의 돌담과 이어지는 담장은 마을의 시간을 연속시킨다. 주변에 의해 정적인 상자로 정의되지만 그 속은 동적인 입체감으로 꿈틀거리는 하얀 집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같은 이질적인 덩어리가 아닌 오랜 시간 속에 싹을 키워온 동질의 DNA를 지닌 존재로 기존의 숲(마을)속에서 잘 자랄 것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유방근

설계담당

오상현,박동주,최영진,장세호,정대한,이유나

위치

전라남도 해남군 옥천면 송산리 107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520㎡

건축면적

134㎡

연면적

177㎡

규모

지상 2층

주차

2대

높이

6.6m

건폐율

25.86%

용적률

34.08%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외부마감

외벽:외단열마감, 지붕:우레탄방수, 콩자갈깔기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자작나무합판

구조설계

SOMA

기계설계

대명설비

전기설계

에이스이엔지

시공

S&J 디자인

설계기간

2020. 7. ~ 2020. 12.

시공기간

2021. 1. ~ 2021. 8.

공사비

5억 원


유방근
유방근은 성균관대학교와 베르사이유 건축대학에서 수학했다. 파리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후 한국에 돌아와 건축사사무소 시방을 설립해 도봉정보화도서관, 유진사이언스 연구동, 고성 충혼탑 등의 작업을 해왔다. 현재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며, 국제건축스튜디오(AIAC)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