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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함, 치밀함, 따뜻함: 투 트라이앵글

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

김수영
사진
윤준환
자료제공
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2022년 6월호 (통권 655호)  ​​

 

최근 건축가의 손을 거쳐 지어지는 카페 건축이 독특한 영역을 차지해가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명확한 성격의 상업 공간이기도 하지만 건축물의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사용자의 행위들은 매우 공공적이다. 카페는 불특정 다수에게 도서관이 되기도 하고 미팅 장소가 되기도 한다. 콘서트홀이 되었다가 힐링하는 공간이 되고,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사용된다. 더불어 도심지에 위치하든 외곽에 있든 각각 주변에 영향을 받으며 지역의 색을 잘 담아내고 있다. 건축적으로 실험적인 모습의 결과물이 보이기도 하고, 재료뿐만 아니라 구조, 공간 등 구축적인 영역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 많이 발견된다. 이러한 성과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북적거리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연신 휴대폰의 카메라 버튼을 누르고, 이는 카페의 일반적인 풍경이 되었다. 

 



 

공간의 순간들 

투 트라이앵글은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 울주의 한 바닷가에 맞닿아 있다. 산업단지와 시골 마을, 그리고 바다가 있는 별 특징이 없는 일반적인 면 소재의 마을이다. 길을 따라 나지막한 언덕을 향하다 보면 바다를 떡 하니 가리고 있는 카페가 있다. 현장에 방문한 날은 바람이 강했고, 바다의 풍경보다 파도 소리와 바다 냄새가 감각적으로 먼저 들어왔다. 건축물에 다가서면 삼각형의 틈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작은 바다에서 출발하여, 의도적으로 시각을 줄이고, 다른 감각부터 열리게 한다. 삼각형의 모퉁이를 비워내고 하늘과 빛으로 채워진 곳을 지나 주 출입구로 들어가면 두 개 층 높이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남쪽 바다가 보인다. 이곳에는 커다란 삼각형 테이블이 있고, 이용객은 주문 후 이곳에서 잠시 머문다. 시야가 차단된 동선을 따라 2층에 오르면 다시 지붕으로 오르는 계단과 1층 보이드에 접한 카페 공간이 있다.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지붕으로 갈 수도 있고, 이용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서 남쪽의 작은 바다를 즐길 수도 있다. 이곳을 지나면 ‘오션 시어터’라 불리는 또 다른 삼각형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곳은 이름처럼 스탠드형 계단에 앉아 앞에 있는 바다를 조용히 응시하는 곳이다. 레벨을 달리하는 두 개의 삼각형을 넘나들면서 겪게 되는 경험은 억지스럽지 않고, 지속적으로 다음 단계에 기대를 품게 한다. 이용객들이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찾을 수 있고, 갖게 된다. 건축가 이기철은 구축의 결과물인 공간이 순간적으로 사람에게 인지되고 작동하는 일련의 과정 혹은 시간과 함께 이용자들의 인지가 다층화, 복합화되는 것을 ‘공간의 순간들’이라고 표현하였다. 그 공간의 순간들을 결정하고 조합해나가는 방식은 ‘플레이 시퀀스’라 일컬었다. 건축가의 말은 투 트라이앵글을 경험하는 방식을 이야기한 것이다. 건축물의 규모에 비해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다와 면해 있는 대지의 경계에 빠르게 반응한 건축가의 영리함에 있다. 처음 현장에 방문했을 때 건축물의 전략이 세워졌다는 건축가의 말마따나 일반적인 정방형의 대지와는 다르게 둔각을 이룬 대지의 선을 고려하여 두 개의 삼각형을 도출한 것 같았다. 주변보다 높은 언덕에 있는 두 개의 삼각형 덩어리는 단면적으로 차이를 두고, 서로 만나는 부분의 질감을 달리하여 스케일을 조절하였다. 기능적으로 사용이 어려운 모서리 부분들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유입시킨 빛과 복잡할 수 있는 사선들의 충돌이 빚어낸 공간은 다채롭다. 이렇게 만들어진 풍경과 공간 그리고 빛은 건축물을 방문하기 전 자료만 보고 상상했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가지런하게 정리된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의도된 풍경들이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과는 달리, 건축물의 동선은 사용자의 선택이 필요하였고, 인상은 선택에 따라 연속적으로 교차 편집되는 낯섦이 있었다. 

 



 

구축적 부분들 

이 모든 과정은 두 개의 삼각형 빗변에 놓인 폭 23.4m, 높이 9.3m의 커튼월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위해 존재한다. 아늑해 보이는 남쪽과 광활한 동쪽 바다는 하나의 바다이지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다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내외부의 재료를 노출콘크리트로 단순화하고, 부유하는 듯한 색상과 질감을 내기 위해 새롭게 배합하여 테라조 바닥을 만들었다고 한다. 거푸집 선들을 꼭짓점으로 향하게 나눈 천장면, 수절목으로 콘크리트 면에 요철을 만들어 소리의 울림을 조절한 벽, 풍경을 가리지 않기 위해 25mm 두께의 스틸 커튼월을 적용했다. 이어서 트랜섬에 연결한 부분을 하나의 부재로 보이려고 면을 쳐서 결합한 부분, 공간의 극적인 연출을 위해 바다 쪽으로 열린 20m의 빗변에 포스트텐션 공법을 적용했다는 설명은 만들고자 하는 건축물에 대한 건축가의 분명한 의지가 만들어낸 치밀함이다. (글 김수영 숨비건축사사무소 대표 / 진행 박지윤 기자)

 



 

외관의 풍경들 

바닷가 쪽에서 건축물을 바라보면, 두 개의 커다란 유리창 뒤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이용을 하는 사용자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건축가는 건축물을 이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마도 건축물의 윤곽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다양한 움직임이 함께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공간에 대한 건축적 언어의 신선함이 느껴진 부분은 남쪽 면의 동선 흐름과 함께하는 수평적인 움직임과, 스탠드 단을 따라 건축물의 두꺼운 깊이감을 보여주는 동쪽 면의 움직임이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두 개의 삼각형이 만들어낸 둔각 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해변을 따라 놓여 있던 크고 작은 자연석들을 건축물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조경가와 함께 애쓴 외부 공간의 흔적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안내를 받는 동안 건축물을 향한 건축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짧지 않았던 설계 기간과 쉽지 않았을 공사 기간을 견뎌낸 자신감의 표현 같았다. 건축가는 여러 번 농담처럼 “건축주가 술을 자주 사주신다”는 말을 하였다. 그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느껴졌고, 완성된 건축물은 건강하였다. 보이지 않는 이 관계가 건축물의 여러 부분에서 드러나고, 그것이 읽힐 때는 같은 직능의 건축가로서 매우 즐겁기도 하고 샘도 났다. 이기철이 만든 투 트라이앵글은 이미 울주의 명소가 되어버렸다. 이곳을 이용하는 다수의 일반인은 건축이 주는 힘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좀 더 나은 건축적 요구를 할 것이다. 들려오는 요구들은 건축가를 성장시킬 것이고, 다음 작업에서도 사람들에게 잔잔하게 건축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생각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이기철)

설계담당

박규희

위치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해안1길 4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256㎡

건축면적

449.58㎡

연면적

833.96㎡

규모

지상 3층

주차

6대

높이

14.9m

건폐율

35.79%

용적률

66.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콘크리트 치핑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시공

(주)채헌종합건설

설계기간

2019.3. ~ 12.

시공기간

2020.1. ~ 2021.10.

공사비

20억 원

건축주

그릿비


이기철
이기철은 동아대학교 건축학과와 UC버클리 환경디자인 대학원 건축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미국 프레데릭 슈왈츠 아키텍츠와 한국의 공간건축에서 실무를 한 후 2012년 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여 운영 중이다. 시카고 아테나움 국제 건축상,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 아천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김수영
김수영은 1997년부터 2009년까지 건축가 김준성과 김종규의 사무실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0년 숨비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설계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2014년 제7회 젊은건축가상, 2015년 신진건축사대상 장려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16년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2019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