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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만드는 인테리어: 덜위치 서울 국제학교 인콰이어리 허브 도서관

프로젝트 : 아키텍쳐

존홍
사진
프로젝트 : 아키텍쳐
자료제공
프로젝트 : 아키텍쳐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인테리어’와 ‘도시’는 오랫동안 서로 다른 용어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며 오히려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듯 보인다.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인테리어는 지붕을 덮고 인공조명을 사용하는 반면, 도시는 하늘을 비롯한 자연의 요소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극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와 도시 사이에는 많은 회색 영역이 존재한다. 명확하게 경계 지어지지 않는 건물의 코어, 캐노피가 있는 광장, 지하에 뻗친 도시 구조 등은 도시와 인테리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일부 예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상반된 두 개념이 결합하는 건축의 영역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아마도 ‘인테리어 어바니즘’ 이라는 용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테지만 이는 ‘이즘(ism)’이란 단어에서도 나타나듯 인테리어란 포괄적 개념에 속한다. 종종 이 용어의 시조로 언급되는 존 포트만의 1960년대와 1970년대 방대한 호텔 아트리움 작품들은 최근 도시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1 그러나 이러한 ‘대공간’과 도시의 급작스러운 결합은 규모의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인테리어 어바니즘의 대상을 쇼핑몰과 호텔 로비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도시로 만드는 인테리어(Interior City-Making)’는 도시와 인테리어 건축의 관계적 원리를 연결하는 데 더 적절해 보인다. 특히 덜위치 서울 국제학교 인콰이어리 허브 도서관(이하 인콰이어리 허브) 같이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의 경우, 각 공간이 어떻게 상호 연결되고 다양성을 지원하며 기억에 남는 건축의 형태를 제시하는지를 바탕으로 공간 개념을 재구성함으로써, 본래의 ‘큰 공간’과 ‘작은 공간’의 정의를 초월할 수 있다. 

 

 

 


개별 요소

미셸 드 세르토는 그의 에세이 ‘도시에서 걷기(Walking in the City)’에서 “걷는 행위는 장소를 벗어난 공간적 행동이다.… 그것은 차별화된 위치들 간의 관계를 암시한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걷고 있는 궤적을 긍정하고 의심하고 시도하고 위반하고 존중한다.”▼2라고 언급했다. 만약 드 세르토를 따라 도시의 경험이 개인의 창조적인 행위라고 설명한다면 우리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독립성을 획득할 것인가? 물론 안전상의 이유로 아이들은 보호자의 인도 속에서 도시와 접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개별적인 탐구를 통해 만들어지는 본질적인 창의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자유와 그에 따른 자존감을 기르기 위해 아이들은 자기 효능감을 경험해야 한다.▼3 덜위치 서울 국제학교의 기존 어린이 도서관이 교사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도서관은 아이들이 다양한 상호작용 방식들을 발견하는 데에 몰입할 수 있는 인테리어 도시경관을 이룬다.

 

 

 


도시 관계

그렇다면 인콰이어리 허브에서 ‘도시로 만들기(City-Making)’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도시가 건축적 요소와 열린 공간의 집합체인 것처럼 우리는 도시 유형을 추상화하여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배치하였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책으로 가득한 책장들이 마치 빽빽히 들어선 타운하우스의 지붕들을 이루는 듯하다. 그 지붕들 사이의 ‘골목길’에서 아이들은 책의 연속적인 배경을 가로지르는 메자닌을 엿볼 수 있다. 공간 깊숙이 들어가면 추가적인 도시와 같은 요소들이 수직적 학습과 놀이의 경험으로 수렴한다. 도서관의 중심이 되는 풍경은 2층의 ‘타워’이며, 주변의 다양한 결절점을 향해 창이 뚫려 있다. 해먹은 타워의 중간에 매달려 위로는 공용의 ‘테라스(terrace)’를 아래로는 캐노피형 ‘포치(porch)’를 만든다. 해먹의 반대편에는 계단식 ‘경관(landscape)’ 책장이 인콰이어리 허브의 주요 모임과 학습장소인 중앙 ‘광장(plaza)’의 경계를 정의한다.

 

 

 

위계의 재정립

도시가 개별적 요소에 영감을 주었다면, 계층적 관계는 어떻게 재정의될 수 있을까? 전형적 학습 환경은 어른이 아이들 위에 서서 말을 하기 때문에 사회-공간적 위계를 강요한다. 인콰이어리 허브의 도시 같은 단면은 아이들과 선생님들 사이에 ‘시냅스(synapse)’를 형성하여 눈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이 교묘하지만 강력한 변화는 더 많은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한 자유로운 소통을 이끌어낸다. 어린이들과 학습자료 간의 위계 또한 재정립된다. 일반적 도서관들은 책등을 노출하는 진열 방식을 선택하여 아이들이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인콰이어리 허브는 벽면의 책장 등에서 책의 전면을 노출하는 진열 방식을 통해 아이들이 책을 촉각적으로 느껴 더 몰입할 수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들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 복합적으로 학습하는 ‘비주얼 인터넷(visual internet)’ 시대에 특히나 유효하다. 나아가 책상처럼 아이들의 독서 자세를 제한해온 전통적 가구를 없앰으로써 학습과 놀이의 경계를 흐려놓았다. 아이들은 해먹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타워 안의 공간에서 모이거나 ‘경관’에 앉아 책을 읽고 친목을 도모한다.

 

미래 기억 

도시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상호작용하는 법을 알려준다면 아직 이러한 경험을 모으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 인콰이어리 허브는 미래 기억, 즉 역추억의 개념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도시와 같은 인콰이어리 허브의 형태는 향후 아이들이 그것의 내재된 관계 원리를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벽과 천장이 만나 반아치를 형성하는 도서관 중심의 높은 공간은 볼트로 이루어진 공간들을 상기시킨다. 특히 파리의 생트 주느비에브 도서관에 있는 주 열람실의 디자인 요소는 줄무늬가 있는 천장, 책장과 메자닌 그리고 아치형 창문 디자인의 단초가 되었다. 각 요소의 불완전한 상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우발적 사고를 유도하기에, 단편들의 사용은 미래 기억을 창조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육적 틀이다. 건물의 입면에서 돌출 창이 가로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과 비슷하게 인콰이어리 허브의 입구에 있는 창틀 의자는 기존의 복도로 밀고 들어간다.아이들의 상상력 안에서 이 복도는 도서관 너머 더 큰 학문 공동체로 연결하는 도시의 거리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 이 두터운 창은 또한 도서관을 가로질러 그 너머의 실제 도시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인콰이어리 허브는 장식적인 요소들이 존재하는 장소가 아닌 도시 내 도시 역할을 하게 된다. 미래 기억의 개념은 아이들에게 그들의 도시를 그저 주어진 것으로 수용하게끔 하는 대신 향후 이해하고 비판하며, 변화를 시행할 수 있게 하는 도구를 제공한다. (글 존홍 / 번역 이호승 / 진행 김정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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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harles Rice, Interior Urbanism: Architecture, John Portman, and Downtown America, Bloombury publishing, 2016.

2 Michel de Certeau, The Practice of Everyday Lif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4.

3 Sevtap Gurda and Emma Sorbring, ‘Children’s agency in Prent-Child, Teacher-Pupil and Peer Relationship Contexts’, International Journal of Qualitative Studies in Health and Well-Being, Taylor and Francis, 2019.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프로젝트 : 아키텍쳐(존홍)

설계담당

이호승(팀장), 심영신, 서은섭

위치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15길 6 덜위치 서울 국제학교

용도

도서관

건축면적

127m²

연면적

194m²

규모

지상 1~2층

높이

6.9m

내부마감

도장, LPM, 카펫타일

구조설계

예운 ID&C

전기설계

예운 ID&C

시공

예운 ID&C

설계기간

2021. 1. ~ 5.

시공기간

2021. 7. ~ 9.

건축주

덜위치 서울 국제학교


존홍
존홍은 건축가이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프로젝트 : 아키텍쳐의 디렉터이다. 그의 작업은 건축과 도시학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며 도면, 소재, 이론 및 계산이라는 매체를 한데 모은다.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부교수를 역임했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비롯해 주요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사를,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