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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사는 각도: 묘각형주택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박지현, 조성학
사진
노경
자료제공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세미 기자
background

맥락이 부재한 땅

용인시 동천동에 위치한 땅은 완만하지 않은 경사 언덕을 토목공사를 통해 주택단지로 조성한 곳이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주변은 토지 조성을 위한 토목 공사가 한창이었다. 각종 중장비들이 오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제 겨우 윤곽을 드러낸 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건축을 수행하며 땅에 기댔던 나름의 원칙들은 막 개발된 주택단지 안의 토지 위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천동의 다른 주택단지들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조성이 거의 완료된 상태라, 우리가 작업할 땅 주변도 1년 후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단지에 건축물을 완성하는 일은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마치 눈가리개를 하고 트랙 위를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당장 내 옆의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더 박차를 가해서 남들보다 빠르게 집을 짓는 것이 좋은지 혹은 주변에 들어서는 건축물의 실체를 확인하고 조금 나중에 짓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엇이 좋다는 답을 선뜻 내리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판교의 주택단지가 그러하듯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대부분의 집들은 이웃 집들을 등지고 내향적으로 생활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누적되어 집집마다 서로의 여백을 보완하며 조성된 자연스러운 마을의 모습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 와중에 다행스러운 점은 동천동의 건폐율이 도시의 주택단지와 다르게 20%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건축의 면적에 비해 마당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기 다른 집들이 동시대의 주류 건축 기술의 기반하에 건설되었다는 유일한 공통점만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밀도가 조절되어 그 충격을 완화해주고 있었다.

 


 

오각형 

집의 평면은 오각형이다. 오각형이 탄생한 배경에는 산의 경사 방향 중 높은 쪽이 아쉽게도 채광에 유리한 남향이었고, 같은 방향으로 주택들이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에, 사생활의 보호와 불리한 채광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내를 열린 골목길처럼 조성하고 싶었던 데에 주요한 이유가 있었다. 오각형은 다각형 중 처음으로 모든 모서리를 둔각으로 만들 수 있는 도형이다. 집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집의 어떤 모서리에서도 직각이 없다는 점은 결국 “낭비되는 공간이 많이 생긴다”로 결론이 날 것이다. 대부분의 가구와 가전 그리고 시스템화된 붙박이장들이 직각의 벽을 전제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러한 중론에 어느정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집에서 우리가 둔각 모서리를 제안한 이유는 부드럽게 열려 있는 끝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집뿐만 아니라 동네의 골목길을 산책해보면 직각의 모서리보다 둔각의 모서리를 만났을 때, 좀 더 열린 벽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이것은 특히 마당과 같이 지면과 항상 닿아있는 단독주택을 땅과 연계된 연속적 경험으로 치환시켜 줄 수 있는 꽤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조경가인 아내분에게는 다른 조건의 볕이 드는 마당이 필요했고, 남편분 또한 나머지 80%의 외부 공간을 하나로 통합된 마당이 아닌 여러 세분화된 목적에 맞춰 사용하길 원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각형으로 배치하여 마당을 나누게 되었다. 최근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묘각형주택을 방문했는데, 내부의 삐뚤어진 모서리들을 스치며 지날 때면, 여전히 몇 번을 반복해도 묘하게 낯설고 기쁜 감정이 들었다.

 

고양이와 사람 

묘각형주택에는 망고와 탱고 두 마리 고양이와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집을 설계하던 첫 시점부터 고양이와 사람이 어떻게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지가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에게 중요한 주제였고, 집사들의 입을 통해서 두 고양이의 성격과 필요한 공간의 기능들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설계해왔는데, 그 경험에서 느낀 점은 고양이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각 고양이의 행동양식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양이도 고양이마다 성격차이가 있고 그 개별적인 특성에서 발생하는 특이점 때문에 각 고양이가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양이가 있는 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섣부르게 고양이의 특성을 특정해서 공간에 대입하려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이미 오랜 동거 관계를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건축주의 이야기라면, 진지하게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묘각형주택에서도 이러한 과정이 있었다. 이러한 개별적 성격의 차이에서 생기는 변곡점을 고려하더라도 고양이와 사람이 서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면 화장실과 옷 관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화장실 마련은 필수이고, 고양이가 뿜어내는 털을 적절하게 차단하려면 고양이의 접근이 제한된 드레스룸을 만드는 것이 모든 집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설계 요구 사항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망고와 탱고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진 창문과 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큰 창문 뒤로 칸살의 목재 실내 덧창을 둬서 고양이가 안전하게 마당과 마주할 수 있게 한 장치들이 있다. 다만 고양이들이 이 집에서 살아가면서 보이는 예상치 못한 행동들은 결코 고양이는 사람 마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교훈도 남겼다. (우리를 쉽게 단정하지 말라옹~!) 결국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이 고양이에게도 살기 좋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동그란 계단 

집은 건폐율 20%가 적용되어 한 층당 15평씩 세 개 층으로 구성됐다. 거실과 침실 그리고 작업실이 세 개의 층에 각각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들도 하루에 여러 번 수직 이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수직 이동의 경험을 더욱 부드럽고 완만하게 만드는 방식을 고민하며 집의 계단을 수차례 수정해 현재의 계단 형태를 완성했다. 오각형의 평면을 고르게 둘러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그 지점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곡면의 벽을 따라 연속된다. 계단을 오를 때 휘어있는 계단의 끝이 교묘하게 보이지 않고, 그 너머에서 흘러 들어오는 자연광이 해의 위치에 따라 벽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강도가 시시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에게 집의 가장 우아한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계단을 오르내리며 빛이 물든 부드러운 벽면의 질감을 느낄 때일 것이다. 또한 이 계단을 중심으로 1층과 2층은 열려 있으며, 어디 숨어 있을지 모르는 고양이와 매번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 이 집을 방문할 때마다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계단 뒤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새로운 사람들을 궁금해하는 탱고를 보는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글 박지현, 조성학 / 진행 박세미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박지현, 우승진, 조성학)

설계담당

차승훈

위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58㎡

건축면적

51.45㎡

연면적

215.51㎡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주차

3대

높이

10.34m

건폐율

19.94%

용적률

56.67%

구조

경량목구조(지하 RC)

외부마감

적삼목사이딩, 아연도골강판, 노출콘크리트, 유리블록

내부마감

친환경 수성페인트, 라왕집성목, 원목마루, 마모륨

구조설계

금나구조

기계,전기설계

GM엔지니어링

시공

신민철

설계기간

2018. 8. ~ 2019. 3.

시공기간

2019. 8. ~ 2020. 3.

건축주

양재호, 이가영


박지현, 우승진, 조성학
박지현, 우승진, 조성학 세 명의 파트너가 이끄는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는 건축과 공간을 매개로 일어날 수 있는 유의미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도시, 문화, 사람 간의 다양한 관계설정에 주목하고 건축의 ‘구축’보다 ‘과정’에 집중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비유에스의 뜻은 철자 그대로 버스(bus)라는 소통의식에 대한 의지와 ‘규정되지 않은 스케일’이라는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가 추구하는 방법론을 가리킨다. 대표작으로는 당진 우-물, 후암동 후아미, 진주 빗방울집, 마포 엄지척빌딩 등이 있으며 2020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