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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공간의 경험, 경험의 공유 '뷰 박스 그램'

키아즈머스파트너스

이현호
사진
이남선
자료제공
키아즈머스파트너스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그리드: 공간의 경험, 경험의 공유

 

봄에는 벚꽃 길이 길게 드리워지고, 매일 저녁마다 아름다운 석양이 지는 부산 해운대 해변 동쪽의 달맞이길. 그곳에 위치하는 건축물은 510m2의 대지 위에 연면적 1,560m2, 6개층 규모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건물은 외부에서 봤을 때 흰색 그리드 구조에 다양한 크기의 유리 박스들이 자유로운 각도로 박혀 있는 모습이다. 각각의 유리 박스들은 저마다의 높이와 위치에서 최적의 전망을 향하도록 계획됐다. 또한 그 크기는 달맞이길에 오랫동안 자리해 있는 작은 카페와 집들의 스케일을 따라간다. 바다로의 조망을 따라 다양한 각도로 앉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언덕배기 마을처럼 유리 박스들은 구조 그리드 프레임 안에서 적층된다. 

 

 

 

 

뷰 ‐ 박스

대상지는 달맞이길 이면 도로의 대지였다. 대지에는 작은 목조 카페가 경사 언덕에 박혀 있었다. 전면에는 4층 규모의 건물이 있어 해안가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시원하게 바라볼 수 없었다. 설계는 대상지에서 드론을 띄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높이에 따른 전망을 분석하고, 전면 건물의 방해를 받지 않는 지점의 좌표값을 얻고, 전면 건물 양쪽으로 바다 전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각 층의 높이와 층수를 계획했다. 꼭대기 층인 5층에 이르러서야 파노라마로 펼쳐진 180도의 전망을 확보할 수 있었고, 여기에 수평선 아래 해운대 해변의 두 배만큼의 하늘을 차경으로 담도록 층고를 정했다. 5층 아래로는 그리드 구조에 유리 박스들을 삽입해 제한적이지만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을 확보했다. 건물 외관의 그리드에 끼워진 유리 박스 공간은 같은 층의 바닥에 비해 그리드 두께만큼 바닥층이 올라가, 마치 프라이빗한 스테이지와 같은 프로시니엄(proscenium) 무대가 된다. 유리 박스들로 이루어진 들쑥날쑥한 입면은 건축물에 리듬감과 움직임을 주고, 다양한 테라스 공간을 제공하여 역동적인 내외부의 경계를 만들어낸다.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방향성에 반응하듯 유리 박스의 각도가 변주되어, 공간이 해변을 향해 나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져 차경의 효과가 더욱 증폭된다.

 

박스 ‐ 그리드

자유로운 각도로 적층된 유리 박스들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그리드 구조로 이루어진 백색 철골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경사지에서 옹벽 역할을 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체와 결합되며 또한 달맞이길에 들이치는 강한 해풍으로부터 캔틸레버 공간을 보호하는 구조체 역할을 한다. 프레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개층에 걸쳐 밖으로 드러나는데 상부와 하부의 성격이 사뭇 다르다. 하늘과 닿는 상부 영역은 최상층인 5층 실내의 높은 층고를 반영하여 4.8m 높이로 계획됐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의 층고가 3.1~3.8m인 것에 비해 수직성이 더 강조된다. 반면 대지와 닿는 하부 영역은 프레임을 백색이 아닌 흑색으로 처리했다. 기단부로부터 한 개층을 건너뛰어 부유하는 듯한 인상으로 전체 파사드를 구성했다. 그리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구조는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건물의 성정에도 적합하다. 상업 건축에는 효율적인 수직 동선과 함께, 내부 공간의 성격이 상황과 목적에 따라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최대한의 융통성이 요구된다. 뷰 박스 그램 또한 코어는 측면에 밀도 높게 배치하고, 실내 공간은 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통합한 자유 평면으로 계획했다. 필요에 따라 하나의 큰 공간으로도, 여러 개로 분할된 공간으로도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건물 내부에는 구조체 이외의 마감재 사용을 극단적으로 절제했다. 구조체가 노출되는 것으로 완결되어 공간의 성격에 중립성을 주고, 상업적 변화에 따른 폐기물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그리드 ‐ 인스타그램

뷰 박스 그램이 준공된 2019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시작되던 때였다. 1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겪으며 오프라인 공간으로 사람을 끌어오기 위한 상업적인 고민과, SNS 기반의 네트워킹 사회에서 물리적인 공간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2020년 12월, 가구, 조명, 라이프스타일 소품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입점했다. 작은 서점, 편집숍, 카페도 함께 들어섰다. 현재 뷰 박스 그램은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는 최적의 조망을 갖춘 유리 박스에서 가구를 체험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졌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해운대의 파노라마를 배경으로 놓인 모던한 디자인의 가구들을 보고, 거기에 직접 앉아보고, 차를 마신다. 그리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SNS로 활발하게 공유한다. 뷰 박스 그램은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 됐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공간과 시간을 육체적, 감각적으로 느끼는 오프라인의 경험이 SNS라는 온라인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복합적인 경험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구와 커피는 단지 하나의 상품(product)이 아니라, 공간 경험의 매개(medium)가 되어 건축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렇게 유리 박스 안에서의 감각화된 공간 경험은 박스 안으로 끌어당겨진 바다, 달맞이길의 장소의 기억과 함께 시간과 공간의 그리드 프레임을 넘어 SNS의 3×3 그리드로 나아가 타인과 공유된다. (글 이현호 / 진행 최은화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키아즈머스파트너스(이현호)

설계담당

양나래, 허예슬, 노한수

위치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67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510.2㎡

건축면적

304.83㎡

연면적

1,555.61㎡

규모

지상 5층, 지하 2층

주차

12대

높이

19.67m

건폐율

59.75%

용적률

209.0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알루미늄 복합패널, 유리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페인트

구조설계

(주)에이스구조(유용주)

기계,전기설계

승진ENC

시공

(주)엠디건설

설계기간

2017. 2. ~ 11.

시공기간

2018. 2. ~ 2019. 5.

건축주

(주)에이타스부산(원영근)

프로젝트 매니저

PMI(구용찬)


이현호
이현호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에 실내건축학 전공을 개설하고 교수로 재직 중이며, 키아즈머스파트너스의 파트너로서 교육 및 건축 실무 전반에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인천아트센터(2007), 포레스트 퀸텟(2010) 등이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의 마스터플랜 및 제반 프로젝트를 포함해 문화, 교육, 주거 및 상업 공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