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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아식스

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엄준식
사진
이한울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진행
최은화 기자


 


 


 

장소의 기억 그리고 경계의 확장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사람이 피난을 와서 모였던 지역이다. 그중 영도의 영도다리(현 영도대교)는 피난민들의 재회를 위한 약속과 눈물의 장소였다. 이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1953년부터 자리 잡고 3대째 가업을 이어온 기업이 해당 지역의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지역과 연계한 상징적 프로젝트인 아레아식스를 진행했다. 대지는 해당 기업 본사 바로 옆에 있어 본사와 연계하기 좋은 위치에 있고, 바로 맞은편에 전통시장인 봉래시장이 인접해 있다. 언뜻 보기에 이 프로젝트는 민간사업의 일환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 의도는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의 건축물을 짓는 것이었다. 영도 지역은 최근 산업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인구가 많이 줄었고, 부산 내 빈집 분포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했을 정도로 쇠락했다. 이 프로젝트는 주변과의 상생에 대한 고려가 출발부터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장소의 새로운 기억

건축 및 도시 재생은 단지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주변을 포함한 내외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기존 장소에 담아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장소의 변화는 리모델링으로도, 신축으로도 이룰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장소의 기억에 대한 의미를 잘 살려내 주변과 긍정적으로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기존 장소의 기억을 담아내는 신축을 통해 소상공인의 거점인 동시에 다양한 문화 활동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매개 공간을 창조했다. ‘아레아식스(AREA6)’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구도심의 낡은 집 여섯 채가 동네를 밝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공간(장소) 이야기

건물의 1층은 서로 다른 크기의 비정형 방 아홉 개로 구성된다. 건축가는 굳이 직선을 사용하지 않는 불편함을 감수했다. 왜일까? 건축가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우선 불규칙한 대지의 경계선을 최대한 따르면서 건물의 외곽선을 만들었고, 기존에 있던 주택 여섯 채의 배치를 일부 인용하면서 그 사이에 존재했던 골목길을 표현하고자 공간 배치를 조정했다. 좁았던 골목길의 기억을 진입부에 일부 투영하면서 매스를 분절했고, 봉래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차량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확장해 자연스럽게 중정을 만들었다. 결국, 건물의 형태는 장소의 기억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된 것이다. 

대지는 오래된 주택들과 재래시장 등이 인접한 탓에 화재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 건물 외측으로 창문을 설치하는 대신 대부분의 실들의 시야를 중정으로 열 수밖에 없었다. 법적 제한은 오히려 건물 사용자의 시선을 한곳으로 집중하게 만들며, 주변에 있는 기존 건물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중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중정이 원래는 주차장으로 계획되었으나 건축주가 인접 대지에 주차장을 확보하면서 비움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중정은 건물의 중심이자 주변 시설과 이어지는 통로, 만남의 장소, 각종 공연 및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실제로 지역민들 또는 관광객들이 이 중정을 일부러 지나가면서 시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니, 보행자들에게 볼거리와 동선상의 편의를 제공하면서 시장과의 연계성도 높이고 해당 시설에 입주한 점포들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

아울러, 여러 요인들로 인해 불가피하게 설계안이 일부 변경되며 생긴 공간적 변화도 흥미롭다. 첫 번째는 지하층의 기계실이 관리상 지상층으로 옮겨지면서 건물의 규모가 지상 2층에서 3층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에 따라, 3층에는 지자체 및 지역주민, 신생 창업자 등을 위한 세미나 공간이 자연스럽게 추가되었고, 이 공공의 공간은 외부 테라스와 연계되면서 보다 풍부한 공간이 되었다. 건물의 전체 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외부에서의 시인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었고, 층별 공간의 차별성이 돋보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2층에 관한 것으로, 원래 ㅁ자 형태의 순환 동선을 갖는 닫힌 공간으로 계획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정에 위치했던 계단부를 건축물의 외측으로 이동함에 따라 계단부에 접한 부분을 테라스처럼 조성했고 내부로 완전하게 이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중간에 한 번 끊기는 ㄷ자가 됐다. 새롭게 만들어진 테라스는 중정을 내려다보는 외부 스탠드이자 중정을 좀 더 시원하게 만드는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하는 공간 그리고 2층의 프로그램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

 

못 다한 이야기

본래 이 프로젝트에는 본사와 이어지는 두 개의 연결 통로가 있었다. 하지만 두 건축물이 연결되는 순간, 신축이 아닌 증축이 되기 때문에 신축 공간의 주요 목표인 도시재생 이외의 요소가 주요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건축가는 이러한 외적 사항들을 염두에 두면서 분동으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신축동 지상 1층 화장실이 본사 맞은편 외부에 위치한 것은 양측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지만 어찌 보면 이로 인해 입주자들도 화장실을 갈 때 굳이 외기를 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내부 공간을 벗어나 잠시나마 계절감과 외부 환경을 느낄 수 있게 유도하는 우리의 한옥 공간이 지향했던 건강한 불편함에 대한 의도가 옅보이기 때문에 나름 매력적이기도 하다.

다만 노약자들이 계단을 보다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돕는 편의장치가 설치되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이 프로젝트가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성을 지닌 공간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원래 1층 바닥 레벨에 맞게 심었던 중정의 벚나무가 염분이 높은 영도의 토질로 인해 시들게 되어 다시 높은 기단을 설치해 심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중정이 나뉘는 듯해지면서 보다 더 열린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건축가의 말에 의하면 이 프로젝트는 건축주의 신뢰를 바탕으로 최초 의도했던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건축물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여러 상황들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건축물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은 건축가의 판단과 건축주의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더욱이 영도의 대표 기업이 지역의 상생을 위한 상징적인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사실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고, 지역을 넘어서 타지역의 재생사업을 위한 모범적인 사례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을 위한 이 상징적 플랫폼은 미시적으로 기존 본사의 물리적 영역이 커진 것으로 보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도심으로 경계가 확장되어 주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지역과 협력하여 장소의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물을 탄생시켰고, 주변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연계적 장소로서 오늘도 은은하게 영도의 미래를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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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정보

 

벽체▶ ​https://vmspace.com/material/material_view.html?base_seq=OTI=

외부벽체▶​ https://vmspace.com/material/material_view.html?base_seq=OTM=

창호▶​ 경희알루미늄 150mm알루미늄창호 (CW-586)

문▶​ 태광도어 단열세이프창호(AL100-24)

유리▶​ 한백테크 24mm투명로이복층유리

폴딩도어▶​ 더존 시스템 24mm 단열폴딩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오승태)

설계담당

오승태, 김준형, 최윤정

위치

부산시 영도구 태종로105번길 37-3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85.41㎡

건축면적

310.97㎡

연면적

541.83㎡

규모

지상 3층

주차

4대

높이

12.25m

건폐율

64.06%

용적률

102.93%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폴리카보네이트, THK24 투명 로이복층유리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석고보드 위 페인트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에스이엔씨

시공

(주)대정건설

설계기간

2018. 3. ~ 2019. 12.

시공기간

2020. 1. ~ 7.

건축주

삼진식품(주)


오승태
오승태는 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의 대표이자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 겸임교수이다.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와 파리1 팡데옹 소르본느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장 미셀 빌모트 아키텍츠와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다년간 실무를 익혔다. 프랑스건축사(DPLG)이며 현재 부산시 공공건축가로 도시재생건축에 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www.gagahohoarchi.com
엄준식
엄준식은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건축 및 도시 설계 관련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졸업 후 프랑스건축사(HMONP) 자격을 취득했고,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도시 설계 및 재생 분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6년 한국과 프랑스에 웰 아키텍츠를 공동 설립한 이후 2020년 초반까지 다수의 국내외 건축 공모전에 참여했고, 2020년부터는 경상국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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