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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지붕면을 가진 '서패동 꺾인집'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이승환, 전보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사진
노경
자료제공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

 

글 이승환

 

한창 설계에 빠져 있을 때면 깨닫기 쉽지 않지만, 집이 완성되어 제자리를 잡고 나면 하나둘씩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나의 온전한 결과물임에도 건축가로서 해야 했기 때문에 한 것과 그저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한 것들이 구분되어 보이는 것도 그중 한 가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오직 건축가의 마음속에서만 가능한 주관적 분류법이긴 하다.

서패동 꺾인집은 영화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젊은 부부와 그들의 고양이 두 마리를 위한 주택이다. 건폐율 20%까지만 가능한 100평의 땅에 2층 집을 지으려니 40평이라는 빠듯한 면적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더구나 직업상 필요한 최고 수준의 홈시어터를 그 안에 넣으려면 나머지 공간은 그야말로 최소 규모로 만들어져야 했다. 덧붙여 땅은 애매하게 한쪽 귀퉁이가 뾰족한 모양이라 건물 배치에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첫 번째 해야 했던 일은 이런 부정형의 대지에 그래도 볼 만한 정원이 들어갈 자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집을 땅의 한쪽 방향으로 치우쳐 놓으면서 대지경계선을 따라 살짝 꺾이도록 만들었다. 그다음은 단일 공간으로는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홈시어터를 놓는 일이었다. 2층 한쪽을 그 자리로 정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그 맞은편은 침실과 다락이 차지했다. 그런데 홈시어터는 음향을 고려하면 지붕 모양이 대칭인 편이 나았고, 침실 쪽은 다락을 제대로 쓰려니 한쪽으로 꼭짓점이 치우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복도는 굳이 같은 높이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해결책은 서로 조건이 다른 세 단면을 그대로 잇는 것뿐이었다. 빛의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 보이는 일곱 개의 지붕면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층의 여러 면이 접힌 천장은 이런 지붕의 형상을 그대로 실내로 옮긴 결과다. 구석구석 틈을 비집고 수납공간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하는 것 또한 빠듯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했던 일 중 하나였다. 다락을 올라가는 계단의 아래 공간은 앞에서도 열고 옆에서도 접근해서 최대한 활용하고, 설비와 간접등을 넣기 위해 두툼하게 불린 벽은 손이 닫는 곳마다 빼곡히 수납장을 만들었다.

반대로 하고 싶어서 한 것은 따지고 보면 그다지 많지는 않은데, 그중 하나가 밋밋한 외관에 과하지 않은 표정을 심어줄 요량으로 창호 주변에 덧댄 철판이었다. 벽돌 벽의 개구부 측면을 정리한다는 기본적인 역할 외에, 슬쩍 비뚤어진 각도로 만들어 적당한 각도에서 해가 내리쬘 때 예측하지 못한 그림자를 만들어냈으면 했다. 덧붙여 차분하면서도 재료 자체의 성질로 이색을 만들어내는 화산석 벽돌 또한 전부터 써보고 싶은 재료이기도 했다. 또 건축주의 의지도 있었지만 모든 조명을 천장 면에 두지 않고 등박스를 접어 숨긴 것도 힘든 동시에 즐거운 작업이었다. ​ 

이렇게 보면 서패동 꺾인집은 많은 해야 할 것과 얼마 안 되는 하고 싶은 것들로 이루어진 집인 것 같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곰곰이 따져보면 대지에 볼 만한 정원을 먼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사실은 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다. 마찬가지로 공간의 쓰임새를 핑계로 조각적인 지붕을 만든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3D 모델을 이 잡듯 뒤지며 여기저기 수납공간을 찾던 과정도 묘한 쾌감을 주는 작업이었음을 고백해야겠다. 결국 어떻게 보면 모두 하고 싶었던 것은 마찬가지인데, 해야 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은 하고 싶은 이유를 찾기 쉬웠던 것들이고, 하고 싶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은 이유를 찾기 어려웠던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건축을 하는데 꼭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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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돌아 다시 우리

 

글 전보림

 

서패동 꺾인집에 대한 글을 「SPACE(공간)」에 쓸 기회가 생기자,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환은 나와 살짝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 길지 않은 이번 글은 자기에게 양보하는 것이 어떠냐고 운을 떼는 그의 속내는 평소 갖고 있던 건축 비평에 대한 야심에 더해 자신의 글이 내 글에 비해 한결 객관적이고 유려하여 건축 프로젝트를 설명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콩 한 쪽이라도 반듯하게 갈라서 나눠 먹는 것이 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기어이 분량의 반쪽을 내 몫으로 지켜냈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낸 소중한 분량이니만큼 괜찮은 글을 쓰고 싶어 평소엔 주로 사진만 훑던 「SPACE」를 제법 꼼꼼히 읽어보았다. 자신의 글을 먼저 읽어보고 쓰라는 이승환 때문에, 진즉에 써놓은 그의 글까지 읽은 건 물론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새삼스러운 질문이 솟았다. 사람들이 건축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할 때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대지의 조건이나 건축적인 개념에 대한 조곤조곤한 설명만일까. 적어도 나는 그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한 지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서패동 꺾인집의 그런 출발점은 이 건축이 누군가의 ‘집’이라는 사실이었다. 누가 ‘사용하는’ 건물이 아니라 ‘살아가는’ 집. 그래서 적어도 이 프로젝트만큼은 멋있게 보이려고 살기에 불편한 설계는 조금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또 아무런 특이점도 없는 건 좀 섭섭하니 편리함에 지장이 없는 부분에서만 사알짝, 아주 살짝만 개성을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조심조심 찾아낸 부분이 지붕의 선과 창 프레임의 각도였다. 가운데가 살짝 낮은 용마루선과 알아챌 듯 말 듯 소심한 사선으로 떨어지는 창 프레임. 이런 디테일들은 누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벗긴 벗었는데 야하지 않아야 했고, 그리긴 그린 건데 원래 있던 눈썹처럼 자연스럽게 선명했으면 했다. 너무 야무진 꿈이었을까. 그저 밍밍한 집이 되었을 뿐인데. 그런데 다 지어진 집을 보니 그런 맹숭맹숭함이 또 아이디알다운 것 같기도 해서 묘한 기분이 든다. 아이디알의 색깔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설계였는데. 

사실 서패동 꺾인집을 「SPACE」에 발표하는 일이 살짝 꺼림직하긴 하다. 그동안 「SPACE」에 게재된 프로젝트들 중에서 나는 유독 집이라는 용도를 가진 건축들에게만 박한 평을 했었다. 평범하면 시시하다고 했고 개성이 강하면 살기 불편할 것 같다며 트집을 잡았다. 작품으로서의 집 설계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니 언젠가 우리가 설계한 집은 「SPACE」에 낼 엄두도 내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인정사정없는 도마 위에 자그마치 일 년 동안 설계하고 8개월 동안 감리를 하며 밀도 높은 정성을 쏟아부은 우리의 서패동 꺾인집이 올라간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전보림, 이승환)

설계담당

전보림, 이승환, 장미나라

위치

경기도 파주시 서패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31㎡

건축면적

65.37㎡

연면적

126.19㎡

규모

지상 2층

주차

1대

높이

8.95m

건폐율

19.75%

용적률

38.1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화산석벽돌, 티타늄징크

내부마감

친환경 페인트, 원목마루

구조설계

조 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주)주성이엔지

전기설계

(주)대경전기설계사무소

시공

(주)무일건설

설계기간

2018. 12. ~ 2019. 5.

시공기간

2019. 12. ~ 2020. 7.

조경설계

신준호, 김미홍


전보림, 이승환
전보림, 이승환은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각각 M.A.R.U.와 아뜰리에17에서 실무를 익힌 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4년 귀국하여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17년 첫 준공작인 매곡도서관으로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고, 2019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사용자와 일상을 매개하는 배경으로서 건축의 역할에 관심이 있으며, 2020년 공공건축과 건축설계 현실에 대한 내용을 담은 단행본 『그래도 건축』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