留恩齋(유은재)

변화하는 농촌에 제시하는, 과거와 미래를 담은 주택

시대가 변하면서 쌀과 배로 유명하던 평택 지역에 항만과 첨단 공업시설, 군사시설이 들어섰다. 가재동 역시 주거지역으로 계획되어 향토의 명맥은 유지하였지만, 전통적인 농촌의 모습은 사라지고 시대에 맞춰 변화되고 있는 마을이다.

큰길을 중심으로 다세대주택과 원룸들이 들어서면서 임대업으로 경제적 수단이 대체되었고, 쌀농사로 특화된 양지바른 자연 부락은 오래된 농가주택과 새로운 다세대주택이 혼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건축주에게도 노후대책, 그리고 농촌에서 전답을 물려주며 집안의 전통을 잇는 성격의 유산으로 다세대주택이 추천되었다. 그러나 건축주는 주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단독주택을 선택하였다. 대대로 살아온 땅 위에 전통적인 농촌의 유산 개념을 가진 집을 짓는 것은 건축주가 ‘평생의 꿈’이라고 표현할 만큼 의미가 깊고 중대한 일이었다. 

기존 주택은 100년이 넘은 사랑채와 안채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ㅁ자 형태로, 사랑채 사이에 있는 대문을 통과하여 안마당을 거쳐야만 안채에 도달하는 동선을 가졌다. 건축주가 평생을 살아온 기존 주택의 구성을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고령의 사용자에게 낯선 공간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려니 자연스럽게 중정형 주택이 되었다. 원형을 유지하고자 한 취지의 구성은 신도시에 들어서는 중정형 주택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정북 방향에는 반듯하지 않은 경계를 갖는 인접 대지가 해당 대지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에 순응하여 건물을 배치하니 중정은 더욱 내부지향적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사랑채에 해당하는 창고 시설의 배치를 직선으로 계획하여 내부지향적 흐름을 상쇄하고자 하였다. 

직선으로 배치된 창고는 농사 도구를 보관할 기계 창고, 식품을 쌓아 놓을 저장 창고 등 용도별로 나누어 주택의 규모에 비해 크게 계획되었는데, 이것은 더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사 주기에 맞춰 평생을 살아 온 건축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추후 활용될 가능성 또한 가지기 위하여, 창고의 상부 증축을 통해 임대업이 가능하도록 계획하였다. 따라서 증축 계획과 중정의 내부지향적 성향을 상쇄하는 목적으로 평지붕을 고려하게 되었다.

또한 지금은 필요한 실로만 구성되었지만, 세대가 합쳐질 경우 거실 상단에 실을 추가 구성할 수 있도록 1층 거실의 층고나 창의 위치를 세심히 고려하였다. 외부 캔틸레버 역시 증축이 되었을 때 2층의 순환 동선을 고려하여 철근콘크리트로 구조를 계획하였다.

바닥은 고령의 건축주를 고려하여 단차가 없는 완만한 슬로프로 처리하고, 상부에는 캔틸레버를 설치하여 눈이나 비를 맞지 않으면서 시설물 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장 창고와 이어지는 동선에는 수돗가와 부뚜막을 두어 이전에 마당에서 이루어졌던 행위들을 이어서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마감 재료는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유지성능이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자 고민했는데, 건축주 또한 본인에게 비록 낯선 재료로 느껴지더라도 현재 많이 사용하는 재료를 원하였기에 롱브릭을 선택하였다.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잡초와 실랑이하였던 건축주는 풀 한 포기도 나지 않도록 외부 바닥을 콘크리트로 마감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하지만 이제 건축주의 외부 활동이 여유롭게 바라보고 가꾸는 개념으로 변하기를 희망하며 조경을 배치하고 고집하였다. 이로써 변화된 집이 주는 또 다른 삶의 자세가 건축주에게도 행복으로 다가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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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마감(벽돌) 상세정보 ▶ https://vmspace.com/material/material_view.html?base_seq=Njc=​

내부마감(페인트) 상세정보 ▶ https://vmspace.com/material/material_view.html?base_seq=NjY=​

창호 상세정보 ▶ ​https://vmspace.com/material/material_view.html?base_seq=N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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