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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적 산책의 공간: 에르메스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

architecture 이화연 기자 2022.11.16


「SPACE(공간)」2022년 11월호 (통권 660호)

 

에르메스 현대백화점 판교점 외관 / ©Kiyong Nam 

 

칠석날이 되면 견우와 직녀가 만났다가 이튿날 헤어지면서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빗방울이 되어 은하수에 떨어졌고, 곧 큰 비가 되어 내렸다고 한다. 에르메스 현대백화점 판교점 외관은 이 설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다섯 가지 은하수 빛깔의 세라믹 실린더 모듈로 벽면을 채워, 흩뿌리는 눈물을 연상시키듯 은은히 빛나고 있다. 에르메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40년 이상 에르메스와 협업해온 건축 에이전시 RDAI(아티스틱 디렉터 드니 몽텔)가 설계한 537㎡ 규모의 매장으로, 지난 10월 7일 문을 열었다. 드니 몽텔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해당 도시나 국가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는데, 스태프 루디가 견우와 직녀의 전래동화를 발견했다”며 이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1층에 위치한 매장은 ‘두 연인의 이별과 둘로 나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입구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는 고전적인 기하학 구조로 구성됐다. 내부 공간은 옻칠, 수방사 등 전통 소재를 다루는 장인, 예술가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테라조 바닥, 카펫, 한국 벽지, 세라믹 벽체처럼 서로 다른 소재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고심했다”고 한다. 드니 몽텔은 “백화점 환경이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강렬한 느낌을 내도록 구상되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그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연관성을 찾는 작업에 집중했다”며, “에르메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소비를 넘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산책의 순간을 선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쇼윈도를 보면, 내부 공간과 유리 사이에 한국 전통 직조법으로 하나씩 엮어낸 실크 패널이 겹겹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칠석 전날의 노을처럼 난색과 한색이 어우러진 이 패널 너머로 입구 왼편에는 패션 주얼리 컬렉션과 향수 뷰티 제품이, 오른편에는 홈컬렉션과 승마 용품이 어렴풋이 보인다. 에르메스의 상징인 엑스-리브리스 로고가 새겨진 입구의 테라조 스톤의 바닥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맑은 하늘부터 뇌우에 이르는 다양한 색을 담은 곡면의 벽이 샴페인 컬러의 옻칠로 마감되어 공간을 구획한다. 그 너머 왼편으로는 수방사 소재로 감싼 곡면이, 오른편으로는 직선적인 체리 우드 벽체가 유니버스 컬렉션과 함께 배치됐다. 비무장지대(DMZ)의 철조망을 녹여 만든 징검다리 작업 등을 선보이며 2016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 최재은도 이번 오프닝을 기념하기 위해 나섰다. 모서리를 다듬은 유리판을 매장 외관 양쪽 쇼윈도에 조심스레 쌓아 올리는 작가의 퍼포먼스로 작품이 완성되며 판교점의 오픈을 알렸다. 빛이 투과되는 유리의 물성이 예술가의 미감과 만나 공간의 유려함이 극대화됐다. 최재은의 작품 ‘에르메스, 판교를 건너다’는 2023년 1월 말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이화연 기자)

 

에르메스 현대백화점 판교점 / ©Kiyong Nam

 

 

에르메스 현대백화점 판교점 / ©Kiyong Nam​​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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