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발견하는 도시 정체성: 『땅은 잘못 없다』

「SPACE(공간)」2023년 1월호 (통권 662호)  ​ 

도시를 걷다 보면 독특한 땅을 마주하게 된다. 폭이 좁은 땅부터 조각난 필지, 건물 경계부에 남은 땅까지 이형적인 형태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땅들이 곳곳에 산재한다. 건축가 신민재는 보편적이지 않은 조건의 땅에 자리 잡은 건축물에 주목해 답사를 시작했다. 개발과 흔적의 경계에서 고유한 인상을 이루는 땅과 건축물을 찾아 그 이면의 배경에 대해 탐구했다. 이 책은 저자가 페이스북에 2020년 5월부터 소개한 80여 개의 얇은 집 가운데 서울 소재의 60여 개를 선별해 담은 책이다. 종로구 필운대로가 개통되며 편입되지 못한 채 잘린 땅, 100년간의 무분별한 토목공사의 상처를 간직한 숭례문 앞 세종대로 필지, 일산신도시 건설 계획에 따라 철거되어야 했던 수색로 일대 건물 등 도시 건축의 관점에서 도로와 택지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행위가 땅과 건물에 남긴 흔적을 조명한다. 건축설계자의 시선으로 땅의 변화를 추적하는 일은 결국 도시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저자의 집요한 관찰은 우리 삶의 자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나아가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김지아 기자)

신민재 지음

도서출판 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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