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생산 역사 1, 2, 3』

「SPACE(공간)」2022년 10월호 (통권 659호) 

​사회구조 속에서 생산되는 건축: 『건축 생산 역사 1, 2, 3』

​박인석 지음 I 도서출판 마티 펴냄​​

건축은 예술과 달리 건축주의 의뢰로 시작되며, 창작되기보다 ‘생산’된다. 특정 인물의 의도보다는 기술, 방대한 자본과 시간, 다양한 인력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의 역사 이면에는 사회나 정치, 산업 등 막대한 자본의 흐름을 움직이는 시대 권력이 작용한다. 대학에서 20년간 ‘건축생산기술사’를 강의했던 저자 박인석은 이 관점에서 서양 건축의 역사를 조명한다. 총 세 권의 책은 시대 순으로 나눠졌다. 1권은 고대부터 중세까지, 공동체 사회에서 점차 권력 계급이 생기면서 각종 이데올로기가 건축에 투영되는 흐름을 분석한다. 로마의 판테온이 기둥-보 구조의 이데아를 따르기 위해 구조적 역할을 하지 않는 ‘가짜 기둥’들을 덧댄 사례 등을 소개한다. 2권은 르네상스부터 혁명기까지, 인문주의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신고전주의가 도래하는 양상을 짚는다. 일례로, 피렌체 두오모의 돔 형식은 당대 적대관계에 있던 독일, 프랑스의 고딕 양식을 거부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3권은 19세기 말에서 오늘까지, 제국주의 시대 이후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지나 건축과 자본 권력을 토대로 새로운 규범을 모색했던 양상을 소개한다. 방대한 여정으로 저자가 제시해주는 통찰은 우리 시대의 도시 건축과 규범을 파악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이화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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