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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

book2020.11.11


 

 

 

 

근대소설과 근대건축의 콜라주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

김소연 지음 | 루아크 출판사 펴냄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는 사진이나 글로 남아있거나, 혹은 지금까지 운 좋게 살아남은 근대건축물과 그 장소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건축물의 양식이나 용도 같은 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그 건축물이 막 지어져 원래의 기능대로 사용되던 시절, 그곳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그 건축물에 살았거나 드나들었을 법한 근대소설 속 인물들을 소환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원작의 캐릭터를 간직한 채, 그러나 원작자의 의도나 원작의 이야기와 무관하게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근대건축물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놀며 그 시대 사람들이 그 건축물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태준의 ‘복덕방’에 나오는 서 참위가 채만식의 ‘태평천하’ 속 윤 직원, ‘레디메이드 인생’의 P, 박태원의 ‘천변풍경’ 속 안성댁과 얽혀 도시형 한옥 현상을 보여주는 식이다. 또는 이기영의 ‘고향’ 속 인순이와 강경애의 ‘인간문제’ 속 간난이와 선비가 제사공장과 방적공장 풍경을 그려나가는 식이다. 저자는 이것을 근대소설과 근대건축의 ‘콜라주’라고 말한다. 

이렇게 김사량의 ‘천마’, 김유정의 ‘따라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방란장 주인’ ‘성탄제’, 이효석의 ‘성찬’ ‘화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피아노’ 등 중고등학교 때 잠시 스쳐 지나가듯 접했던 근대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되살아나 독자들에게 시간 여행을 선사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도시형 한옥, 문화주택, 부민관, 경성방송국, 우미관, 단성사, 다방, 카페, 동아·조선일보 사옥, 공장, 종로 거리 등, 근대건축물에 얽힌 당대 사람들의 일상과 감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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