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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를 울리는 사운드 큐브

exhibition2020.07.17


“우리는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돛대에 손발이 묶인 채 받침대 위에 서 있는 작은 오디세우스들이다.” 프랑스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에세이집 〈음악 혐오〉에서 소리의 강력함에 대해 토로했다. 청각은 시각과 달라서 차단하기 어렵고 휴식이 없다. 달리 말하면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 키냐르가 살던 시대를 지나 우리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곁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공기와 물체, 신체로 전달되는 파동을 완벽히 막아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에서 열린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은 소리의 불가항력을 새삼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사운드 설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 비주얼 뮤직 등 세계적인 작가 열 세 팀의 공감각적 작품 22점으로 구성됐다. 주최 측은 관람객이 “온전한 집중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새롭게 발견”하고 “점차 온몸을 이용해 이미지와 공간을 듣는 새로운 방식의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려고 했다.

고막을 울려대는 좋은 작품들 가운데 로버트 헨케의 ‘프래자일 테리토리스(Fragile Territories)’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로버트 헨케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최첨단 레이저 시스템을 이용한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선보여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벽면 위에 투영되는 레이저 선들이 마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작품을 설치했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을 채운 빛의 선들과 소리들은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설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한 몰입감이 있다. ‘무엇이 영역(territory)을 규정하는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공유 공간(shared space)을 다루는가?’와 같은 질문에서 작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독일 베를린 기반의 공간 음향센터 모놈은 ‘사라지는 세계’를 음향으로 되살려냈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로스트 스페이스: 레인포레스트 배리에이션스’는 모놈이 독자 개발한 오디오 시스템을 활용해 열대우림에서 채집한 소리들을 재생한 작업이다. 전시장은 여러 대의 스피커와 붉은 조명, 열대우림 분위기를 내는 연무기로 구성됐는데, 어느 위치에서 소리를 듣더라도 녹음됐던 현장에 있는 듯한 사실감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청각적으로 조형된 세계’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이외에도 관람객이 귀를 막고 열면서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어 보는 ‘하우스 오브 이어’ (다비드 헬비히), 센서에 숨을 불어 넣으면 전구에 차례로 불이 들어오는 ‘브레스 오브 라이트’ (바스쿠와 클루그) 등 청각과 다른 감각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작품들이 흥미를 유발한다. 작품 수가 많지 않지만 각기 다른 청각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인지 관람의 피로도는 다소 높은 편이다.

이번 전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거리두기 관람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온라인 사전 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이성제 기자​>

 


 

 

(위) 로버트 헨케, ‘프래질 테리토리스’

(아래) 다비드 헬비히, ‘하우스 오브 이어’

Images courtesy of D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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